- 볶음밥
https://www.youtube.com/shorts/PTe_hrpogO4
영국에 사는 올케는, 주일마다 음식을 직접 만들어서 교회에 가져가는 모양이다.
이국 땅에서 지내는 올케에게 교회 공동체는 따뜻한 언덕처럼 여겨지겠다.
사람들과 먹거리를 나눠 먹으면 그보다 더 좋은 교제가 있겠는가.
함께 먹으며 어울리는 그들이 바로 ‘식구’인 셈이다.
식구(食口)란 '같이 밥을 먹는 입'을 뜻한다.
교회 식구들과 맛있게 먹으려고
어떤 요리를 만들어 갈까? 라며 고민하게 되겠다.
영상을 보니, 올케가 마늘향 가득한 명이김치 볶음밥을 준비하고 있다.
초록빛 가득한 마당은 꽤나 운치 있어 보인다.
콘크리트 담장을 대신하는 나무 펜스도 고즈넉하다.
마치 소설 배경의 한 장면 같다.
하늘은 여지없이 찌푸려 있다. 영락없는 영국 날씨다.
마당에 걸려있는 빨랫줄에는 빨래집게가 할 일 없이 꽂혀있다.
한국 전기밥솥이 영국에서도 밥 짓는 일을 하고 있다.
저것만 있으면 밥 하기 만사 편하지 않은가?
음성으로 취사 단계를 말해주니 더욱 그렇다.
올케는 노지에서 캔 명이나물로 김치를 담가두었나 보다.
푹 곰삭은 명이김치를 썰어 넣어 볶음밥을 만들 모양이다.
샌드위치용 햄도 숭숭 썰어 넣는다.
먼저 팬에 계란을 깨뜨려 계란 스크램블을 하듯이 볶는다.
그런 후에 미리 썰어 두었던 명이김치와 햄을 넣어 볶아준다.
주로 있던 밥으로 볶음밥을 하곤 하는데 올케는 갓 지은 밥으로 볶는다.
그러면 더 맛있겠다.
요리 과정이 엄청 간단하다.
그런데 그곳에서는 참기름이 귀한지 올리브유를 사용한단다.
그런 걸 보면 이국 생활이란 게 참 불편하겠다.
마지막으로 자반 김 가루를 뿌리고 반찬으로는 마늘장아찌를 곁들인다.
완성된 볶음밥을 도자기 뚝배기에 담는다.
보나 마나 교회 식구들이 맛있게 먹을 것 같다.
생각해 보니, 나는 볶음밥을 거의 해 먹지 않았다.
샤부샤부나 해물탕 등을 먹은 후에 마지막 단계로 밥을 볶는다.
그런데 그 볶음밥을 맛있게 먹어 본 적이 없다.
왜냐하면 이미 식사를 마친 후라 배가 불러서 더 이상 볶음밥을 먹지 못하기 일쑤였다.
볶음밥 누룽지는 참 맛있는데 말이다.
이참에 올케 덕택으로 오랜만에 볶음밥을 만들어 본다.
올케 요리 영상 화면을 일시 정지해 가며 볶음밥에 넣을 재료를 준비했다.
그런데 나는, 명이김치 대신에 섞박지를 송송 썰어 넣기로 했다.
아삭아삭한 식감이 명이김치 못지않을 것 같다.
지난해 김장철에 섞박지를 담갔었다.
한 다발에 단돈 만 원이었다. 무가 달고 맛있어 보이기까지 했다.
섞박지 담그기는 배추김치에 비하면 일도 아니다.
무를 숭덩숭덩 썰어 소금으로 간을 했다가 갖은양념에 휘리릭 버무리면 끝이다.
무 한 단으로 담갔는데도 큰 김치통에 가득이었다.
김치를 담근 후에 곧바로 먹기도 했고 푹 익힌 후에 종종 꺼내 먹었다.
그런데 설명절을 쇤 후에 섞박지를 꺼내보니 군내가 나는 듯했다.
"설 지나면 김치가 군내 나는 법이니 설 쇠고 먹을 김치는 약간 짭짤해야 하는 법이지."
라던 엄마 말이 생각났다.
김치 냉장고에 저장되어 있었어도 섞박지가 계절을 알고 있었나 보다.
푹 익은 섞박지를 볶음밥 재료로 사용하면 그저 그만이다.
올케는 햄을 썰어 넣었지만, 나는 냉동실에 소분해 두었던 바비큐 오리를 넣기로 했다.
올케를 따라 하는 요리지만 재료가 확 달라졌다. 그야말로 요리사 마음이다.
그건 그렇고, 여긴 한국이니 원하는 건 뭐든지 쉽게 구할 수 있다.
그래서 이것저것 더 챙겨 넣었다. 당근 채와 양배추 김치도 넣었다.
하다 하다 콩고물도 함께 넣기로 했다.
어린 시절, 찬밥을 콩고물에 버무려 주먹밥으로 만들어 먹었던 기억이 있다.
그러면 볶음밥의 풍미가 한층 더할 것 같았다.
게다가 고소함이 그윽한 국산 참기름도 넣었다.
온 집안에 볶음밥 냄새가 가득했다.
볶음밥 색감을 돋우기 위해 냉동실에 있던 대파 이파리도 넣었다.
“이거 자주 해 먹어야겠네, 정말 맛있는데.”
남편이 볶음밥 한 그릇을 뚝딱 비웠다.
그렇다면 입맛 없을 때 볶음밥을 해 먹으면 좋겠다.
앞으로 식사 준비 걱정 하나가 줄었다.
명이김치를 볶음밥재료로 사용하지 않은 대신에 냉장고에 있던 명이 장아찌를 반찬으로 올렸다.
청국장도 챙기고 방울토마토와 단감도 곁들였다.
단감은 제철이 아니라 달긴 하지만 싱싱한 맛이 덜했다. 모든 것이 때가 있는 법이다.
이런저런 재료를 번갈아 넣어 볶음밥을 간간이 해 먹어야겠다.
감자와 양파를 넣거나, 새우, 마늘종 볶음밥도 괜찮겠다.
중식, 일식, 동남아식 볶음밥으로 확장해갈 수도 있겠다.
파기름을 내어 향을 입히고 마지막에 굴 소스나 간장을 넣어 감칠맛을 내면
볶음밥은 맛이 없을 수가 없다.
또한 요즘 세상은 요리 레시피 구하기가 무척 쉽다.
요리하는 영상이 무궁무진할 정도니 말이다.
그것 덕택으로 남자들도 어렵지 않게 요리를 할 수 있나 보다.
돌아보니, 신혼 때는 레시피 노트를 차곡차곡 적어 모아 두었다가
요리할 때마다 보고 했었다. 이런 면에서도 세상이 참 많이 변했구나 싶다.
아무튼 맛있으면 맛집이다.
명이김치볶음밥이나
섞박지 볶음밥이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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