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 어디나, 사는 건 비슷하다(9)

- 짜파게티, 그리고 구운 빵

by Cha향기

사람 사는 것은 어디나 비슷하다고 해도 영국에서는 스테이크를 즐겨 먹을 것 같다.

그런데 꼭 그렇지만은 않다는 것을 올케를 통해 알게 됐다.

10년째 외국에서 선교사로 생활하는 올케가

매끼를 해결하는 과정을 엿보니 우리랑 얼추 비슷하다.


오늘 요리는,

짜파게티(링크)구운 빵(링크)이다.


영상 첫머리를 보니 올케네 안 마당에 고사리가 가득하다.

고사리는 약간 그늘지고 습도가 높은 환경에서 잘 자란다.

햇빛이 적당히 들어오는 산기슭 비탈면이 최적지다.

그런데 마당에서 고사리를 보다니, 참 이색적이다.

찌푸린 날이 잦은 영국이라 마당에서 고사리를 볼 수 있나 보다.

고사리를 꺾으려면 깊은 산속에 가야 한다고 생각했었는데 말이다.

아무튼 고사리를 꺾고 있는 올케의 모습이 생경하다.


올케는 마당에서 자라고 있는 고사리를 한낱 풀로 여기지 않는다.

여린 순을 꺾어 말리려나 보다.

막 올라온 고사리를 똑똑 꺾고 있다.

마당에 올라온 고사리가 꽤 많다.

밭일하듯이 한바탕 고사리를 꺾더니 시장기가 돈다고 한다.


날씨는 역시나 흐릿하다. 그게 영국 날씨겠지.

불편한 이국 생활에 날씨라도 쾌청하면 기분이 나을 텐데….

그럴 땐 맛있는 걸 먹으며 우울한 맘을 달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겠다.

올케는 두 달에 한 번씩 한국 식품을 주문한단다.

우리에게 익숙한 짜파게티 상자가 보인다.

달걀, 오이, 고기도 꺼낸다.


짜파게티는 봉지에 적힌 레시피를 따라 끓이면 그만인데

금손 올케는 짜파게티에 여러 가지 고명을 얹는다.

주전부리 수준을 넘어 한 끼 식사로 손색없을 것 같다.

뚝딱뚝딱, 짜파게티가 완성됐다.

창가 꽃병 옆에 플레이팅 해 둔 짜파게티를 보니 입 안에 침이 고인다.

초록색으로 덮인 마당을 배경으로 차려놓은 짜파게티는 SNS에 올려도 손색없겠다.

올케가 하는 대로 짜파게티를 끓였다.

따라 하는 요리라고는 하지만 때론 내 방식을 가미한다.

돼지고기 대신에 닭가슴살을 이용했다.

그리고 중국집 짜장면에서 보았던 완두콩도 데쳐서 올렸다.

같은 요리지만 살짝 다르게 하는 묘미가 있다.


"짜잔, 오늘은 내가 짜파게티 요리사!"


KakaoTalk_20260228_100419325.jpg [준비/짜파게티 완성]



* 고소함과 치즈의 깊은 풍미가 어우러진 빵


그다음 요리는 간단했다.

우리나라에서는 한 끼 식사라고 쳐주지도 않겠건만 영국에서는 그게 주식이란다.

빵과 커피만으로도 한 끼 식사가 되는구나.


영상에 비친 하늘이 파랗다. 하얀 구름, 파란 하늘, 저게 뭐라고?

그러나 영국에서는 쉽지 않은 풍경이라 카메라로 하늘을 찍고 싶었겠다.


“또 뭘 먹어야 할 텐데!”라며 올케가 하는 푸념은 전 세계 주부의 공통 고민이리라.

식사 준비를 하려면 괜스레 냉동실 문을 열어보는 것도 비슷하다.

냉동실에 있는 것을 이것저것 강제 병합하여 요리하는 게

주부들의 재주, 영국에서도 다를 바 없네.


빵을 굽고 치즈를 곁들인 후에 홀그레인 머스터드와 꿀,

그리고 요거트를 챙기면 그만이다.

토마토를 칼로 자르더니 거기에 생긴 물기를 키친 타올로 닦는다.

내게는 다소 의아한 장면이다.

또한 커피 물을 냄비에 끓이고 있다.

포트에 끓이거나 정수기를 이용하지 않고 살다니.

그런 장면을 볼 때면 올케가 불편함을 감수하며 살고 있다고 여겨진다.


진열장에서 꺼내는 커피잔은 독일에서 가져온 것이란다.

올케는 독일에서 9년간 지냈다가 얼마 전에 영국으로 옮겨갔다.

이삿짐에 고이 챙겨갈 만큼 소중한 커피잔인 듯하다.

머그잔으로 커피를 마시는 내 일상과 사뭇 다르다.


고소함과 치즈의 깊은 풍미가 어우러진 빵을 예쁘게 플래이팅 해놓고

“유럽 사람이 다 됐나 봐요.”라고 말하는 올케의 미소가 아른거린다.

나도 올케를 따라 빵으로 차린 식사에 커피 향을 곁들였다.


KakaoTalk_20260228_100419325_01.jpg [집안에 있는 간식거리를 꺼내어 접시에 차리고 커피도 곁들였다.]


먹는다는 것은 사는 문제와 직결된다.

'먹기 위해 사는가? 살기 위해 먹는가?'는 인생에 공통되는 질문이다.

소크라테스는 "살기 위해 먹어야지, 먹기 위해 살아서는 안 된다."라며

정신적인 가치를 강조했다고 한다.

하지만 현대에는 '먹방' 트렌드처럼 식문화가 즐거움의 중심이 되기도 한다.


올케는 살기 위해서 먹거리를 준비할 것이다.

그런 과정 속에서 가치를 찾으려고 애쓰고 있는 듯하다.


아무튼, 세상 어디에 있더라도
인간은 먹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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