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가던 길 멈춰 서서(W. H. Davis)
알고리즘을 통하여서 <파친코>라는 드라마를 알게 되었다. 그 드라마를 본 후에 나의 브런치에, '알고리즘'이 보내준 보석 같은 선물, <파친코>라는 글을 발행했었다. 그 드라마를 정주행하고 감동을 받고 보니 원작 소설을 읽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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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마침, 학교 도서관에서 희망 도서 신청을 받고 있었다. 소설, <파친코> 1권/2권을 신청했다. 한참 후에 신청했던 희망 도서가 도착했다는 메시지가 와서 도서관에 가 보니 그 책은 들어오지 않았다. 절판이라고 했다. 그 이유를 검색해보니, 재계약 문제로 일단 출판이 중단되었다는 것이다.
https://mnews.jtbc.joins.com/News/Article.aspx?news_id=NB12055075
다행히 학교 도서관에는, 지난해에 그 책이 이미 들어와 있었고 그중에서 제1권을 대여할 수 있었다. 단숨에 읽었다. 잠시 기다려서 곧바로 2권도 읽을 수 있었다.
드라마를 본 후에, 원작 소설을 읽으니 내용 이해가 빨라서 좋았다. 그리고 드라마에서 연기하던 배우들이 눈앞에 어른거리기까지 했다. 그것은 장점이자 단점이었다. 상상력을 드라마에서 보여준 것, 그 이상으로는 펼칠 수 없고 인물들의 심리도 연기자들이 보여줬던 연기 정도까지만 알 수 있었다. 아하, 어린 학생들에게 만화책을 많이 읽지 못하게 하는 이유를 알 것 같았다. 만화책을 읽으면, 비록 독서를 할지라도 풍부한 상상력을 키울 수 없는 아이러니가 생긴다.
이민진 작가는 등장인물들에게 최고치의 생명력을 쏟아부었다. 책을 읽는 내내 인물들의 살 냄새가 나고 말랑말랑한 피부가 느껴지는 듯했다.
대작을 위하여 작가가 얼마나 철두철미하게 준비했는지 가늠이 되었다. 작가는 총감독관처럼 등장인물들의 몸짓, 발짓 하나에도 깨알 같은 참견을 하는 듯했다. 그 부분에 박수를 보내고 싶었다.
4대에 걸친 등장인물들이, 역사라는 거대한 물결 속에서 허우적거리면서도, 끝까지 자기 몫을 해내며 살아내는 것에 포커스를 두고 보면, 삶은 참으로 치열한 것이었다. 그런 면에서는 간간이 숨이 막혔다.
그래서 요즘에 읽고 있는 장영희의 수필집 , <문학의 숲을 거닐다>에 실린 '가던 길 멈춰 서서'라는 시가 맘에 다가왔다.
<파친코> 소설을 읽고 나니, 책 속에 있는 인물들에게 쉼을 보내고 싶은 맘이 생겼다. 그리고 나도 쉬고 싶었다. 나도 치열하게 살아온 것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