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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ha향기와 찬양Lim Jun 25. 2022

어쩔 로봉이

- 답답해도 정들어요

   소프트 웨어 엔지니어, 즉 개발자다. 메타버스 시대에 핫한 직업이다. 그래서일까? 딸내미는 내게  새로운 것 챙겨주기를 좋아한다. 스마트폰이나 컴퓨터의 특수한 기능을 많이 알려준다. 그 뿐만 아니라  자기가 먼저 사용해보고 편리하다고 여겨지는 것이 있으면 엄마도 사용하면 좋겠다고 생각이 드나 보다. 내가 미처 알지 못했던 것을 마련하여 종종 선물로 전달해준다. 그런 딸 덕분에, 나는 얼리 로 살아가고 있다.


  서큘레이터라는 것이 있는 줄도 몰랐을 때  딸이 선물로 보내 다. 아하, 선풍기 바야흐로 옛말이고, 온도를 평균적으로 시원하게 해주는 큘레이터를 사용하는 시대로구나! 몇 년째 그것을 애용하고 있다. 


  인바디 체중계도 딸이 사준 것이다. 스마트폰에 앱을 깔아서 동기화하면 신체의 모든 변화를 한눈에 볼 수 있어서 좋았다. 인바디 체중계의 멘트는, 속을 폭폭 찌르는 것처럼 돌직구 톤이었다.

1. 우리 도시인은 그렇게 노는 거죠? 저는 모르겠어요. 제가 무슨 상관있겠어요.(체중 증가 때)

2. 지난 며칠간 무슨 일이 있었던 건가요? (분석 결과가 변화가 클 때)

3. 와우, 대단하십니다. 금방 꼬챙이가 되는 건 아닌가요? (체중이 줄 때)

4. 칭찬 × 3번 (살짝만 좋은 변화가 보여도 허풍을 떠는 멘트 투척하는 경향이 있음)

 

  인바디 체중계의 아바타 닥터가 던져주는 쫄깃한 멘트 때로는 기분 좋게 하고, 때로는 야코를 팍팍 죽인다. 체중은 물론 신체 나이, 단백질 양, 뼈 무게, 보이지 않는 체지방, 내장 지방 등 많은 것을 분석해주니, 사용하고 있던 아날로그 체중계는 택배를 보낼 때 물건의 무게 재는 저울로 전락한 지 오래다.


  또 딸내미는 내 손목에 스마트 워치를 끼워 주었다. 하루 동안의 걸음걸이 수를 알려주는 것은 물론이거니와 스마트폰과 앱으로 연동되어 있으니 문자나 전화가 들어오는 것을 알려 준다. 운동 후에 소모된 열량, 날씨 등 다양한 정보 알 수 있다. 그것을 통하여 심박수 체크도 가능하다.


  딸이 마련해준 것들 중에서 가장 요긴하게 사용하고 있는 것 로봇 청소기다. 그것을 처음 만났을 때, 반려 가전의 의미로 아예 이름을 지어주었다.  <봉이>가 그것의 이름이다. 매주 토요일 오전의 내 일상은 집안 대청소를 하는 일이다. 아들이 지내는 아파트에는 <다** >청소기로 쑥쑥 먼지를 뽑아내며 청소를 하지만 우리 부부가 B&B개념으로 지내는 세컨드 하우스에서 로봉이가 청소를 담당하고 있다. 

  로봉이 청소를 시작기 전에, 나는 3개의 방과 주방, 거실의 바닥을 치운다. 로봉이가 탐내고 끌고 다닐 만한 것을 모조리 치운다. 다음에는, 로봉이가 처박혀 들어가서 나오지 못하고 아우성을 칠 만한 곳은 미리 차단을 시켜 놓는다. 그리고 제일 먼저 큰 방에 로봉이를 유폐시킨다. 내가 보지 않는 동안에 그 방 곳곳의 먼지를 맘껏 흡입하라는 의미다. 로봉이는 내 맘을 알기나 하듯이 스타트 버튼을 누르면 마치 스포츠 선수가 출발하듯이 움직이기 시작한다. 로봉이가 먼지를 샅샅이 훑고 나면 시간차를 두고 그 방으로 들어가서 물걸레 청소포로 방을 닦는다. 이어서 다른 두 개의 방과 거실 차례대로 로봉이를 끌어다 놓고 문을 닫은 후에 작동을 시킨다. 주방에서는, 스퀘어 버튼을 누르면 일정 공간만 부지런히 맴돈다.

   여동생네는 평수가 큰 아파트여서 청소하는 일이 만만치 않은 일이라고 했다. 매일 일정한 시간에 로봇 청소기가 스스로 혼자서 청소를 한 후에 제자리에 돌아가도록 설정해두었다고 다. 동생네와는 달리 나는 로봉이와 함께 청소를 한다. 다년간 사용해본 결과, 로봉이는 지켜보지 않으면 부지런히 일을 잘 하지만 쳐다보고 있으면 애가 고 답답하다는 것이었다. 로봉이와 내가 청소 마무리하는 모습을 CCTV로 찍는다면, 신종 컬링 게임을 하고 있는 것처럼 보일 것이다. 컬링 선수들은  스톤의 속도를 조절하기 위하여 브룸으로 부지런히 바닥을 닦아낸다. 그러나 나는 청소포 밀대를 이용하여 적극적으로 먼지, 찌꺼기들을 모아서  로봉이 혓바닥 앞으로 보내 다. 그러면 로봉이는 맛있는 먹이라도 발견한 듯이 그것들을 삼킨다. 때로는 발로 로봉이를 방향을 전환시켜 주기도한다. 혼도 내면서, "멍충아, 거긴 좀 전에 갔던 길이잖아. 이 방향으로 달려야지."

  그렇게 한바탕 어쩔 로봉이 짓을 하고 나면  집안의  먼지는 간 곳이 없어진다. 먼지통을 열어보면 필터에 먼지가 가득하다.


  딸 내외가 토요일마다 우리의 세컨드 하우를 방문한다. 그들을 더 상쾌하게 맞이하기 위해서 나는 로봉이와 말끔하게 집안 청소를 한다. 다소 딥답한 면은 있어도 로봉이와의 래포가 제법 돈독해졌다. 매주 토일 오전의 '어쩔 로봉이'한 동안 계속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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