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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시(詩)로 멋진 시화(詩畵)를~

- 헤이, AI 비서야~

by Cha향기

어느 날 한 시인이 다가왔다. 아침마다 시 한 편이 나비처럼 날아왔다. 그 시는 아침 7시가 되면 기상 알람과 더불어 내게 닿았다. 매일 아침, 눈을 뜨면 먼저 하는 일이 따끈따끈한 시를 읽는 것이다.


브런치 작가, '한수남 시인님' <<날마다 찾아가는 수수한 시>>를 애독하고 있다. 벌써 8권째 시집이 발행됐다. 단 하루도 빠지지 않고 시가 찾아왔다. 수수한 시라고 하지만 그 시는 항상 촉촉하고 감동적이었다.




시인님의 시를 예쁜 그림 위에 올려놓는 시화를 AI와 함께 완성해 보고 싶었다. 먼저 시 한 편을 골랐다. '출구(出口)' 라는 시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대화형 인공지능 코파일럿'이 시화를 만들어 내지 못했다. 시 한 편 던져 주면 뚝딱 시화를 만들어낼 줄 알았다. AI를 너무 과대평가했었나?


<출구(出口)>라는 시 전문을 프롬트로 입력한 후에 시화를 그려달라고 구슬렸더니 내 기대와 다른 이미지를 자꾸 만들어 냈다.


나: 이 시를 시화 이미지로 완성할 수 있나요? 시가 있는 그림으로 만들고 싶어요.

AI: 시를 포함한 시화 이미지가 곧 완성됩니다. 잠시만 기다려 주세요! �✨


이렇게 큰소리치며 만들어 낸 시화가 1번/ 2번/ 3번 그림이다. 실망스러운 결과다.

[1번 / 2번 / 3번]


시화 제작이 불가능하다면 출구가 여럿 있는 이미지라도 얻고 싶었다. 그걸 요구했더니 AI는 4번 그림을 내밀었다. 이해할 수 없는 그림이었다. 음, 그러면, EXIT라는 표시가 있는 이미지가 나을 것 같았다. 그 결과로 5번 그림이 나왔다. AI가 AI 했다.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그림이 나왔다. 그럴싸한 이미지를 찾으면 거기에 '출구(出口)'라는 시 전문을 텍스트로 입력할 요량이었다. 시화를 AI가 만들어 낼 것이라는 희망은 아예 포기했다. 시에 어울리는 그림이라도 하나 그려달라 했더니 6번 그림이 나왔다. 그 시에 끄트머리에 '희망'이란 단어가 있으니 6번과 같은 그림이 나온 모양이다. 내게 무용지물인 그림이다. AI를 믿고 무슨 일을 하겠는가? 'AI와 협업하여 시화 만들어 보기' 프로젝트는 애당초 글러먹었다.


[4번/ 5번/ 6번]


그렇다고 시화 만들기를 포기하고 싶지 않았다 한 번 마음먹으면 끝을 보는 내 성격은 이럴 때도 멈출 줄을 몰랐다. 아이디어가 떠올랐다. '픽사베이'에서 '출구' 이미지를 하나 찜했다. 그 이미지에 시 전문을 입력하기 위해서 AI 아트 생성기 '캔바'라는 앱으로 이동했다. 그렇게 하여 마침내 시화를 완성했다. 대화형 AI가 한 일은 없지만 결국 AI 아트 생성기가 한 몫했다. AI를 힘입어 시화를 만들어 냈다.


[픽사베이에서 추출한 이미지/ 캔바 앱은 한자를 인식하지 못했다. 그래서 시인님의 시에 적혀 있던 한자는 입력하지 않았다.]


한수남 시인님의 시로 몇 편의 시화를 예쁘게 만들어 보려고 했던 계획이 산산이 부서졌다. 이왕에 내친김에 그 시로 AI 노래라도 만들리라.


먼저 <출구(出口)>라는 시를 AI에게 노랫말로 만들어 보라고 했다. 원작 시 <출구(出口)>가 아래와 같은 노랫말로 바뀌었다. 캬아, 이 작업은 AI가 꽤 잘하는 것 같다.


그것을 Suno AI 앱에서 노래로 만들었다. 내 맘에 드는 노래가 될 때까지 다양한 프롬트를 입력했다.


출구(出口)

(Verse 1)

지하에서 지상으로, 출구는 여러 개,

어느 길을 잡아야, 희망을 만날 수 있나.

다른 사람들 망설임 없이,

빛을 따라 걸어가는데,

난 혼자 두리번거려,

길 잃은 작은 별처럼.

(Chorus)

희망이여, 어디에 있나요,

어느 출구로 나가야 닿을까요.

빛나는 길 위를 걸으며,

내 희망을 찾아 떠나가네.


(Bridge)

모두가 안다고 믿는 길,

나는 몰라서 헤매고.

조용히 묻는 내 마음속,

희망의 길은 어디 있을까.


(Outro)

지하에서 지상으로, 빛나는 그곳으로.

희망이여, 날 인도해 줘,

나의 출구를 밝혀줘.


https://www.youtube.com/watch?v=UH_jBYIxVJY


https://suno.com/song/ced2fda6-a85a-484e-afe4-16f1d0074a75?sh=Qi4kMbOjkJVkp2r8




이어서 AI로 노래를 만들면 좋을 것 같은 시를 하나 더 찾았다. 바로 <돌>이라는 시였다.


<돌>이라는 시로 두 가지 버전의 노래를 만들었다. 하나는 원작 시를 가사로 사용했고 또 다른 것은 AI에게 원작시를 노랫말로 바꿔 달라고 하여 만든 노래다.


https://www.youtube.com/shorts/FjxB4qdUs_s

[원작시를 노랫말로 하여 만든 노래]


https://www.youtube.com/shorts/Uxx2nVG8gH0

[원작시를 AI가 바꾼 노랫말로 만든 노래]


멋진 시화를 제작해보려고 했던 계획이 무산됐다. 그래도 오랜만에 여러 편의 시를 읽었다. 수많은 시 가운데 내게로 다가온 그 시가 사랑스럽게 느껴졌다. 역시 뭐든지 자세히 보면 예쁘다. 꽃도, 시도, 사람도.


<출구(出口)>라는 시를
조용히 낭송해 본다.

그리고 AI가 부르는 노래도
음미해 본다.



[대문 사진: 한수남 시인님 프로필 캡처]

# 시화

# AI

# 한수남 시인

# 출구(出口)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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