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헤이, AI 비서야~
어느 날 한 시인이 다가왔다. 아침마다 시 한 편이 나비처럼 날아왔다. 그 시는 아침 7시가 되면 기상 알람과 더불어 내게 닿았다. 매일 아침, 눈을 뜨면 먼저 하는 일이 따끈따끈한 시를 읽는 것이다.
브런치 작가, '한수남 시인님'의 <<날마다 찾아가는 수수한 시>>를 애독하고 있다. 벌써 8권째 시집이 발행됐다. 단 하루도 빠지지 않고 시가 찾아왔다. 수수한 시라고 하지만 그 시는 항상 촉촉하고 감동적이었다.
시인님의 시를 예쁜 그림 위에 올려놓는 시화를 AI와 함께 완성해 보고 싶었다. 먼저 시 한 편을 골랐다. '출구(出口)' 라는 시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대화형 인공지능 코파일럿'이 시화를 만들어 내지 못했다. 시 한 편 던져 주면 뚝딱 시화를 만들어낼 줄 알았다. AI를 너무 과대평가했었나?
<출구(出口)>라는 시 전문을 프롬트로 입력한 후에 시화를 그려달라고 구슬렸더니 내 기대와 다른 이미지를 자꾸 만들어 냈다.
나: 이 시를 시화 이미지로 완성할 수 있나요? 시가 있는 그림으로 만들고 싶어요.
AI: 시를 포함한 시화 이미지가 곧 완성됩니다. 잠시만 기다려 주세요! �✨
이렇게 큰소리치며 만들어 낸 시화가 1번/ 2번/ 3번 그림이다. 실망스러운 결과다.
시화 제작이 불가능하다면 출구가 여럿 있는 이미지라도 얻고 싶었다. 그걸 요구했더니 AI는 4번 그림을 내밀었다. 이해할 수 없는 그림이었다. 음, 그러면, EXIT라는 표시가 있는 이미지가 나을 것 같았다. 그 결과로 5번 그림이 나왔다. AI가 AI 했다.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그림이 나왔다. 그럴싸한 이미지를 찾으면 거기에 '출구(出口)'라는 시 전문을 텍스트로 입력할 요량이었다. 시화를 AI가 만들어 낼 것이라는 희망은 아예 포기했다. 시에 어울리는 그림이라도 하나 그려달라 했더니 6번 그림이 나왔다. 그 시에 끄트머리에 '희망'이란 단어가 있으니 6번과 같은 그림이 나온 모양이다. 내게 무용지물인 그림이다. AI를 믿고 무슨 일을 하겠는가? 'AI와 협업하여 시화 만들어 보기' 프로젝트는 애당초 글러먹었다.
그렇다고 시화 만들기를 포기하고 싶지 않았다 한 번 마음먹으면 끝을 보는 내 성격은 이럴 때도 멈출 줄을 몰랐다. 아이디어가 떠올랐다. '픽사베이'에서 '출구' 이미지를 하나 찜했다. 그 이미지에 시 전문을 입력하기 위해서 AI 아트 생성기 '캔바'라는 앱으로 이동했다. 그렇게 하여 마침내 시화를 완성했다. 대화형 AI가 한 일은 없지만 결국 AI 아트 생성기가 한 몫했다. AI를 힘입어 시화를 만들어 냈다.
한수남 시인님의 시로 몇 편의 시화를 예쁘게 만들어 보려고 했던 계획이 산산이 부서졌다. 이왕에 내친김에 그 시로 AI 노래라도 만들리라.
먼저 <출구(出口)>라는 시를 AI에게 노랫말로 만들어 보라고 했다. 원작 시 <출구(出口)>가 아래와 같은 노랫말로 바뀌었다. 캬아, 이 작업은 AI가 꽤 잘하는 것 같다.
그것을 Suno AI 앱에서 노래로 만들었다. 내 맘에 드는 노래가 될 때까지 다양한 프롬트를 입력했다.
출구(出口)
(Verse 1)
지하에서 지상으로, 출구는 여러 개,
어느 길을 잡아야, 희망을 만날 수 있나.
다른 사람들 망설임 없이,
빛을 따라 걸어가는데,
난 혼자 두리번거려,
길 잃은 작은 별처럼.
(Chorus)
희망이여, 어디에 있나요,
어느 출구로 나가야 닿을까요.
빛나는 길 위를 걸으며,
내 희망을 찾아 떠나가네.
(Bridge)
모두가 안다고 믿는 길,
나는 몰라서 헤매고.
조용히 묻는 내 마음속,
희망의 길은 어디 있을까.
(Outro)
지하에서 지상으로, 빛나는 그곳으로.
희망이여, 날 인도해 줘,
나의 출구를 밝혀줘.
https://www.youtube.com/watch?v=UH_jBYIxVJY
https://suno.com/song/ced2fda6-a85a-484e-afe4-16f1d0074a75?sh=Qi4kMbOjkJVkp2r8
이어서 AI로 노래를 만들면 좋을 것 같은 시를 하나 더 찾았다. 바로 <돌>이라는 시였다.
<돌>이라는 시로 두 가지 버전의 노래를 만들었다. 하나는 원작 시를 가사로 사용했고 또 다른 것은 AI에게 원작시를 노랫말로 바꿔 달라고 하여 만든 노래다.
https://www.youtube.com/shorts/FjxB4qdUs_s
https://www.youtube.com/shorts/Uxx2nVG8gH0
멋진 시화를 제작해보려고 했던 계획이 무산됐다. 그래도 오랜만에 여러 편의 시를 읽었다. 수많은 시 가운데 내게로 다가온 그 시가 사랑스럽게 느껴졌다. 역시 뭐든지 자세히 보면 예쁘다. 꽃도, 시도, 사람도.
<출구(出口)>라는 시를
조용히 낭송해 본다.
그리고 AI가 부르는 노래도
음미해 본다.
[대문 사진: 한수남 시인님 프로필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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