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2. 생각의 단편선

장맛비

by 오늘따라유난히

#2024-11-11


올해의 막바지에 이르러 올해의 처음 글을 쓴다. 어느것도 버리기 힘든 시간들을 작은 상자에 모두 모아 지금에 이르렀다. 2024년에서 글을 더 쓸 수 있을지 모르지만, 상자에 헝클어진 채 시간이 지나 부식되어 없어진 생각들을 아쉬워하는 언젠가가 올거같기에, 조금더 선명히 마음을 새기고자 글을 시작한다.


#1. 결혼

오래도록 내 곁을 지켜주었던 친구의 결혼이다. 축사를 써내려가며 준비했던 마음은 "각자의 무게가 있대요" 라는 말이다. 축사의 말은 남편과 아내의 무게이겠지만, 말 반대편에는 나의 무게를 말하고 싶었나 보다. 내가 깊은 우울과 무기력에 빠져 허우적 거릴때, 나를 늘 건져주고 도와줬던 너에게 감사한다. 오늘의 마음을 연필심이 부러질듯 눌러담아 이 마음이 스스로 오래기억해야겠다. 이제와서는 너를 보는게 아니라 나를 보는것만 같은 마음이 들어, 한편으론 고맙지만 늘미안했다. 앞으로는 친구 혹은 회사 보다 너의 가정과 건강과 안녕하길 바란다.


#2. 회사 단상

사람에게는 정답같은 성격이 없다곤 하지만, 일 성격에는 정답이 있다고 늘 생각한다. 마음이 힘들지 않도록 하는 따뜻한 말과 시간이 지남에 따라 스스로 성장했다고 느끼게할 수 있는 행동, 일을 준다는 게, 잘하니까 성실하니까 더 많이 기대하고 준다기 보다는, 열심히 하는 사람에게는 조금 쉬어가도 된다고 이야기하며 그렇지 않는사람에게 이번엔 조금 더 해보자 라는 말로 정리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리하여 사람들의 관성의 제동장치를 걸어, 내가 생각하는게 전부가 아닐 수도 있겠다, 다른 방식으로 생각할 수 있게 하여 내면의 성장을 이끌어내는 것이 처음이라고 생각하곤 한다. 오래 전엔 반대를 위한 반대라는 말을 고민했는데, 이제는 이런 모습들이 정답이라는 쪽으로 기울어가곤 한다. 온기있는 말과 해결하기 위한 행동을 하고 나면, 오롯이 해결 된 일과 그옆에 헤진 내가 보이는 것들은 오래된 괴로움이겠다. 결국 오늘도 나는 외롭단 말을 하고싶었던 것이었나.


#3. 업무 에너지 총량

각자의 모습에서만 아는 내가 있다. 그 사람들은 그 상황에 보는 나를 전부라하지만 나는 나를 안다. 계약을 하기 위해 고군분투하며 제안서와 법인 업무들을 처리하는 나와, 기획 단계에서 고려해야하는 사용자와 관리자 바뀔 것과 바뀌지 않는 것, 바꿀 수 있는것과 바꿀 수 없는 것들을 총합을 정하는 "나" 가 있다. 화면을 개발하는 단계에는 엔터나 탭키 같은 사소한 불편함부터 반응형화면을 고려해야하는 것, 손바닥 뒤집듯 바뀌어가는 길에 누구를 원망하지 않고, 시간과 돈, 배려와 이기 사이에 옳다를 찾아가는 내가 있다. 그러는 동시에 개발 아키텍처와 기술을 설계하고 가이드라인과 코드를 쥐어주며 읽기쉬운 책을 논리적으로 만들어 내는 내가 있다. 각자의 단계에 나를 모두 합쳐 다시 내가 되어가도, 사람들 사이에 나, 친구인 나, 연인인 나, 동료, 멘토, 멘티, 위로, 표현 등의 가치를 거치고 나면 결국엔 내가 없다. 애초에 나만 있는건지, 나는 원래 없는것인지 같은 생각들을 한다. 한 프로젝트의 내가, 여러 프로젝트의 내가 되어있다. 삶은 사라짐의 줄임말이라던데 나라는건 희미해짐일까.


#4. 모순

다정하다라는 말을 애정한다. 다정하는 방법이 정해져 있는 만큼 다정하지 않는 방법도 안다. 다정하기 위해선 침묵할줄 알아야 하며, 다정해야할 때는 이기적이여야 하는 순간도 있다. 당신을 위해 당신이 틀렸다라는 것들을 필요에 따라선 상대를 기만해야하며, 어떨때는 증명해야하는 순간이 있다. 내가 다정한 사람이라는 말과 이기적인 사람이라는 말의 증명은 당신의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렇기에 사실은 없고 해석만 있다는 말에 빨간줄이 그어진다.


#5. 욕심

내 삶엔 기대라는 말이 없는 것 같다. "내가 너에게 욕심이 많나봐" 라는 말은 기대를 계산한다는 말이라고 생각한다. 나의 말들로 상대가 어떻게 반응하는지 알며, 반응을 보고 말과 행동을 수정하는것들을 보면 나는 초민감자인것이라고 생각한다. 상대의 행동에 실망을해도 피드백 하지 않으며, 그것이 최선이라 믿고 나머지를 조정한다. 예상 범주에 벗어난 희생은 고마워하지만, 벗어난 실망은 원망하지 않으려 노력한다. 그리하여 다들 각자의 무기와 자원으로 싸우는것이라며, 나 스스로를 속여가며 일을 한다. 이런 말들은 긍정과 부정을 넘어 욕심보다는 오히려 결말을 안다는 뜻이겠지만.



#6. 도망

우울은 전염된다고 생각하기에, 나의 우울은 오롯이 나만의 것이다. 늘 마음은 무겁지만 나의 표현은 가볍게하려고 노력한다. 나와 당신의 우울은 알아봐주는 쪽이여야 한다. 아파본 사람은 아파하고 있는 사람을 알아볼 수 있는 눈이 생기기에 그런 방면에 나는 시력이 좋은 사람이고 싶다. 그리하여 당신이 힘들 때 말하지 않고 내가 찾아가겠다. 먼 훗날에는 알려주지 않는 나를 알아봐달라는 기대와, 그런 모순을 가진 나를 당신이 조금더 욕심 내주길 바란다. 그리하여 내가 나를 도망칠 때 나의 옆에 서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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