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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성균 여행기자 Jan 08. 2019

닫혀 있던 내 마음을 열다

지중해빛 텔아비브(Tel Aviv) #1

가기 전까진 몰랐다. 
그들도 우리와 똑같은 시대에 산다는 것을. 
와인의 향기가 스며들고, 음악이 울려 퍼지는 보통의 삶 말이다. 
마음속 닫힌 문을 열고 이스라엘을 마주한 일주일간의 여행이다.


이스라엘은 성지 순례자에게만 허락된 땅은 아니었다. 단지 언제나 열려 있는 이스라엘을 똑바로 마주 하지 않고 꽁하니 마음을 닫아놓은 내 잘못일 뿐이다. 텔아비브 해변에 모인 수많은 사람들의 환한 얼굴과 웃음 속에서 지금까지 가져왔던 편견은 점차 옅어지고, 이스라엘을 제대로 마주하기 시작했다. 그중에서도 텔아비브는 이스라엘의 경제·상업 중심지로 화려한 빌딩과 아름다운 해변, 에너지 넘치는 사람들이 가득해 여느 국제도시와 다를 바 없었다.


알록달록한 파라솔이 가득한 텔아비브의 해변<왼쪽>, 해변을 그냥 지나칠 수 없어 발이라도 살짝 담갔다.


뜨거운 햇빛이 백사장을 뜨겁게 달궈 신발 없이 걷기 힘들었지만 이스라엘의 모래는 부드럽기 그지없었다. 슬리퍼조차 준비하지 못해 해변에 들어갈지 말지 고민했지만 언제 또 올까 싶어 살짝이나마 발을 담가 텔아비브의 해변을 즐겼다. 모래가 보일 정도로 투명하고 깨끗한 물이 발가락 사이사이로 들어오는 그 느낌이 아직도 생생하다. 해변에서는 패들 볼(Paddle ball)을 즐기는 사람들이 많았는데, 아주 작은 공을 탁구 라켓으로 주고받는 게임이다. 어찌나 재밌어 보이는지 말을 걸어 한 번 해보고 싶었다. 또 해변은 서핑, 다이빙, 요트 등을 즐기며 한가로운 오후를 보내는 사람들로 채워졌다.


이스라엘의 일상을 볼 수 잇는 카르멜 마켓

텔아비브의 유명 재래시장인 카르멜 마켓(Carmel Market)에서는 안식일을 제외하고는 매일 음식과 액세서리, 꽃, 옷 등 다양한 물건들이 줄지어 여행객을 맞이한다. 백화점과 같이 세련된 멋은 없지만 이스라엘 사람들의 평범하고 소박한 삶을 가까이서 볼 수 있다. 특히 콩을 으깨 양념과 함께 둥글게 빚어 튀긴 이스라엘의 대표적인 음식 팔라펠(Falafel)과 새콤한 채소 절임을 중동지역의 빵인 피타에 넣어 만든 샌드위치, 달콤한 바클라와, 과일 등 이스라엘의 맛을 체험해야 한다. 또 이스라엘 사람들은 비트, 컬리플라워 등의 채소를 많이 먹는데 조리법은 가게마다 다르지만 맛은 하나같이 좋으니 보이면 그냥 지치지 말아야 한다. 


중동에서 즐기는 디저트 바클라와. 정말 다양한 종류가 있지만 기본적으로 단맛이 강해 많은 양은 먹기 힘들다.


여행을 기억하기 위한 기념품을 구매하기도 좋다. 하나를 고르라면 역시 키파다. 키파(Kippa)는 이스라엘을 상징하면서 유대인들이 하나님을 경외하는 마음으로 머리에 쓰는 모자로, 가격도 합리적이고 디자인도 다양해 자신만의 스타일을 살릴 수 있다.



맛과 멋이 가득한 레스토랑도 텔아비브의 자랑이다. 수많은 텔아비브의 식당 중 첫 식당으로 선정된 하킴(Ha'Achim, 영어로 Brother)은 현지인과 여행자에게 두루두루 좋은 평가를 받는 곳이다. 힙한 분위기에서 즐기는 이스라엘 색채가 듬뿍 담긴 음식들을 즐길 수 있고, 젊은이들로 구성된 하킴의 팀은 식사 내내 유쾌한 서비스를 제공한다. 




이스라엘은 채소와 유제품을 정말 많이 먹는데 레스토랑에서도 작은 접시에 치즈, 토마토, 비트, 아티초크, 컬리플라워, 후무스, 요거트 등을 판매하고 있어 적절히 섞어 주문할 수 있다. 여기에 빵만 곁들이면 건강하고 맛있는 식사가 완성된다.







그렇다고 단백질은 소홀히 하는 것도 아니다. 돼지고기를 빼고 닭, 소, 양고기 등을 다채로운 방식으로 조리한다. 스테이크는 기본 우리나라에서 먹는 떡갈비처럼 고기를 다져서 뭉친 요리도 있고, 중동에서 많이 먹는 꼬치구이 형태의 요리도 만날 수 있다.







                                    



비밀의 문을 열면 나오는 테더 에프엠, 맥주와 피자를 즐길 수 있는 힙한 식당이다


저녁에는 현지 여행사나 투어 프로그램을 활용해 텔아비브의 나이트 라이프를 만끽해야 한다. 로스차일드(Rothschild) 거리를 중심으로 젊음이 가득한 펍과 클럽이 옹기종기 모여 있는데 테일러 메이드(Tailor Made), 주주(Zoo Zoo), 테더 에프엠(Teder.fm) 등은 특히 유명하다. 테일러 메이드와 테더 에프엠은 펍과 음식점으로, 외관만 보고는 내부의 분위기를 쉽게 상상하기 힘들지만 안으로 들어서면 화려한 불빛 아래 이야기를 나누느라 바쁜 사람들이 가득하다. 

친구, 연인 등으로 가득찬 테일러메이드. 맥주, 칵테일, 위스키 등 원하는 주류는 다 준비돼 있다


주주는 바와 클럽이 합해진 공간으로 이스라엘 젊은이들의 핫 플레이스다. 안식일이 시작되기 직전인 목요일에는 ‘불목’을 즐기기 위해 긴 줄이 형성될 정도. 일단 들어가면 이스라엘 음악과 분위기에 몸을 맡기면 된다. 나처럼 클럽에 처음 간 사람도 금세 리듬을 타게 만드는 마성의 공간이다. 


젊은이들의 폭발적인 흥을 느낄 수 있는 주주. 텔아비브의 밤을 책임지는 핫플레이스다

+ 이스라엘 여행이 사랑스러운 이유

사진 촬영에 거부감이 없었던 이스라엘 사람들. 머나먼 땅에서 온 이국인에게 환한 웃음은 여행의 큰 활력소가 됐다.

유독 이스라엘 여행에서는 카메라에 사람들을 많이 담을 수 있었다. 카메라를 들고 눈만 마주치면 자신을 찍어달라고 하는 그들. 사진을 찍으며 여행하는 사람에게는 최고의 호의다. 셔터 뒤에 따라오는 짧은 대화 또한 이번 여행을 더욱 풍성하게 만들었다. 이스라엘 여행은 사람으로 시작해 사람으로 끝났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들의 환한 미소 덕에 이스라엘은 2018년 여행 중 가장 사랑스러운 여행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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