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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성균 여행기자 Nov 17. 2019

여행자의 아침

남프랑스 #2 앙티브 

허탕을 쳤던 서쪽 앙티브, 주앙레팡(Juan les Pins) 그럼에도 이곳은 오후가 되면 화사한 푸른 바다가 얼굴을 드러낸다

남프랑스에서의 아침은 매일매일 최상의 컨디션으로 시작했다. 어떤 이유인지 짐작은 못 하겠지만 이상하리만큼 산뜻하게 아침을 맞이했다. 덕분에 오전 7시면 고양이 세수를 하고 길을 나섰는데, 적당히 찬 기운이 도는 아침 공기를 마시며 곳곳을 누빌 수 있었다. 그중에서도 두 번째 목적지였던 앙티브와 최종 목적지인 마르세유의 아침은 유독 기억에 남는다. 


앙티브에서는 동쪽으로 갈지 서쪽으로 갈지 정하는 게 우선이었다. 일출을 보러 가기에는 거리가 애매한 것 같아 우선 서쪽으로 걸었다. 매년 여름이면 재즈 페스티벌이 열린다는 그 해수욕장, 주앙레팡(Juan les Pins) 으로. 그렇지만 아침에는 영 스산하기 짝이 없었다. 조용하게 철썩이는 바다와 무심하게 쫄쫄 걸어 다니는 새 몇 마리뿐이었다. '아차' 싶어 빠르게 반대편으로 향했다.

퐁테이 해변(Plage du Ponteil)에 서서히 오렌지 빛이 감돌기 시작했다

똑같은 길로 가면 지루하니까 옆 크게 유턴해 동쪽으로 갔다. 골목골목 나오는 앙티브의 주택들을 봤고, 그들이 아침을 맞이하는 모습을 조금씩 봤다. 화분에 물을 주는 할아버지, 꽃을 다듬는 할머니, 빵을 사 오는 청년까지 아참 카페에서 커피를 마시며 신문을 읽고 있는 아저씨도 있었다. 나를 포함해 저마다의 방식으로 아침을 즐기고 있었다. 

그렇게 20~30분을 걸어 동쪽 바다에 닿았다. 이제 막 해가 물밑에서 떠오르며 새로운 하루를 알리고 있었다. 강아지와 산책하는 여인, 뛰고 있는 남정네 등 오전 7시의 전형적인 풍경이지만 머나먼 이국에서 보니 그 느낌이 또 새롭다. 퐁테이 해변(Plage du Ponteil)을 거닐다 보면 어떤 한 그림을 만날 수 있는데, 프랑스 화가 외젠 부댕(Eugene Boudin)의 작품 ‘앙티브의 항구’다. 그림과 똑같은 모습이 눈앞에 펼쳐졌는데, 이날 특히 햇빛이 좋아 은은한 베이지색의 앙티브를 마음껏 감상할 수 있었다

앙티브의 그림 같은 풍경. 이 장면을 보기 위해 아침을 서둘렀다

1시간가량의 아침 운동을 끝내니 앙티브 아침의 따사로운 햇빛이 골목 구석구석을 비추기 시작한다. 때맞춰 배꼽시계도 알람을 울리니 다시 호텔로 발걸음을 재촉한다. 식사를 하는 공간에도 따뜻한 노란색이 가득 채워지고, 텅 빈 접시도 프로방스풍의 음식들이 하나씩 자리를 잡는다. 이렇게 새로운 프랑스의 공간, 앙티브에서의 2시간은 2019년의 첫 7~9시인 것처럼 싱그러움으로 가득했다.

프로방스 스타일의 토마토, 육즙 가득한 소시지, 고소한 크로아상, 신선한 계란 프라이까지. 든든하면서 건강도 챙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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