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프랑스 #2 앙티브
남프랑스에서의 아침은 매일매일 최상의 컨디션으로 시작했다. 어떤 이유인지 짐작은 못 하겠지만 이상하리만큼 산뜻하게 아침을 맞이했다. 덕분에 오전 7시면 고양이 세수를 하고 길을 나섰는데, 적당히 찬 기운이 도는 아침 공기를 마시며 곳곳을 누빌 수 있었다. 그중에서도 두 번째 목적지였던 앙티브와 최종 목적지인 마르세유의 아침은 유독 기억에 남는다.
앙티브에서는 동쪽으로 갈지 서쪽으로 갈지 정하는 게 우선이었다. 일출을 보러 가기에는 거리가 애매한 것 같아 우선 서쪽으로 걸었다. 매년 여름이면 재즈 페스티벌이 열린다는 그 해수욕장, 주앙레팡(Juan les Pins) 으로. 그렇지만 아침에는 영 스산하기 짝이 없었다. 조용하게 철썩이는 바다와 무심하게 쫄쫄 걸어 다니는 새 몇 마리뿐이었다. '아차' 싶어 빠르게 반대편으로 향했다.
똑같은 길로 가면 지루하니까 옆 크게 유턴해 동쪽으로 갔다. 골목골목 나오는 앙티브의 주택들을 봤고, 그들이 아침을 맞이하는 모습을 조금씩 봤다. 화분에 물을 주는 할아버지, 꽃을 다듬는 할머니, 빵을 사 오는 청년까지 아참 카페에서 커피를 마시며 신문을 읽고 있는 아저씨도 있었다. 나를 포함해 저마다의 방식으로 아침을 즐기고 있었다.
그렇게 20~30분을 걸어 동쪽 바다에 닿았다. 이제 막 해가 물밑에서 떠오르며 새로운 하루를 알리고 있었다. 강아지와 산책하는 여인, 뛰고 있는 남정네 등 오전 7시의 전형적인 풍경이지만 머나먼 이국에서 보니 그 느낌이 또 새롭다. 퐁테이 해변(Plage du Ponteil)을 거닐다 보면 어떤 한 그림을 만날 수 있는데, 프랑스 화가 외젠 부댕(Eugene Boudin)의 작품 ‘앙티브의 항구’다. 그림과 똑같은 모습이 눈앞에 펼쳐졌는데, 이날 특히 햇빛이 좋아 은은한 베이지색의 앙티브를 마음껏 감상할 수 있었다
1시간가량의 아침 운동을 끝내니 앙티브 아침의 따사로운 햇빛이 골목 구석구석을 비추기 시작한다. 때맞춰 배꼽시계도 알람을 울리니 다시 호텔로 발걸음을 재촉한다. 식사를 하는 공간에도 따뜻한 노란색이 가득 채워지고, 텅 빈 접시도 프로방스풍의 음식들이 하나씩 자리를 잡는다. 이렇게 새로운 프랑스의 공간, 앙티브에서의 2시간은 2019년의 첫 7~9시인 것처럼 싱그러움으로 가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