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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성균 여행기자 Oct 10. 2020

다가올 여행을 기다리며

여행기자 만 3년 

프랑스 마르세유 항구에서 맞이한 일몰

'2020년 10월8일' 여행기자라는 타이틀로 뛰어다닌 지 만 3년이 됐다. 긴 시간은 아니지만, 여러 이유로 오랫동안 버티기 힘든 업종에서 이만큼 자리를 지켰으니 충분히 의의를 둘 수 있겠다. 특히 3년 동안 느낀 건 여행기자의 삶에서 가장 큰 행복은 '해외출장'이다. 3주년을 기념하는 의미로 지나간 출장들을 방구석에서 되돌아봤다. 만족도의 차이는 있겠으나 이스라엘, 캐나다, 미국, 프랑스 등 지금까지 다녀온 11번의 해외출장과 수십 번의 국내 출장은 전부 좋았다. 내 성격과 맞지 않아 출장이 아녔으면 전혀 하지 않을 것들조차도 다 의미 있는 시간들이었다. 그래서 작금의 상황이 더 견디기 힘들다. 올해 1~2월 각 한 번씩 다녀온 출장이 여행을 떠나보내기 전 마지막 출국인 줄 알았다면 좀 더 뛰어다녔을 텐데. 여행이 없어진 삶이 이렇게 허전한 줄 누군가 미리 알려줬다면 1년에 몇 번 출국한 지 세지 않고 더 다녔을 텐데. 뻥 뚫린 가슴을 언제 다시 채울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당분간 지나간 추억을 붙잡고, 곁에 있는 우리의 것들을 탐구하며 아쉬움을 달랠 뿐이다.


부끄럽지만 마음속 추억들을 몇개만 살짝 공개해 본다.

오사카 우메다스카이빌딩 공중정원

첫 해외 출장지였고, 지금까지도 연락하는 좋은 인연은 만들어준 일본 오사카. 유일하게 출장을 2번 간 지역이고, 여행으로 숱하게 다닐 만큼 좋아하는 곳.


이스라엘


문화적, 종교적 다양성을 일깨워준 이스라엘. 일주일이 넘는 시간이고, 수많은 곳을 다녔지만 어떤 곳도 같은 국가의 지역이라고 생각되지 않을 만큼 각 지역별 특색이 강했다. 사람들이 워낙 열린 마음으로 맞이해 줘 특히 더 기억에 남는다.


프랑스 칸에서 배로 들어가는 비밀 공간 '생토노라'

니스, 마르세유, 칸 등 남부 프랑스에서 보낸 8일을 꿈만 같았다. '로맨틱'이라는 단어가 너무나도 잘 어울리는 공간들. 그중에서도 이곳 '생토노라(Saint-Honorat)' 섬은 숨겨진 보물이었다. 세상에 이처럼 멋진 곳들이 얼마나 더 있을지 기대하게 만든 공간이다. 


생애 첫 미국 방문. 캘리포니아였지만 샌프란시스코, LA가 아닌 한국인들이 잘 찾지 않는 곳들이 일정으로 짜였다. 아쉬움도 잠깐, 4~5개 도시 모두 훌륭했고, 날씨가 다 달라 미국의 거대함을 간접적으로나마 느꼈다. 세계 최강국의 다녀왔다는 뿌듯함은 덤. 위 사진은 2018년 한 번도 눈을 못 봐 아쉬웠는데 2019년 6월에 눈을 볼 수 있어 아이처럼 즐거웠던 순간. 화목한 가족이 방점을 찍었다. 

분기별로 빠지지 않았던 국내여행 상품 취재. 대한민국 국민 다 아는 뻔한 곳들도 재밌게 다녔는데, 여기 가덕도는 여러모로 흥미로웠다. 관광지로 유명하지 않고, 일본 관련 아픈 역사가 가득하지만, 왠지 모르게 생기가 돌고 순수한 자연이 눈에 들어왔다. 오후 땡볕 아래 4~5시간을 걸어 살이 익어 며칠간 고생했으면서도 2020년 가장 기억에 남는 국내 여행지 중 하나다.

2020년 첫 출장이자 지구 최대 가전제품 박람회 'CES'. 세계 산업의 거대함을 봤고, 우리 앞에 다가올 새로운 세상을 엿볼 수 있는 기회였다. 나라는 존재가 아주 작게 느껴져 허탈함과 초라함을 느꼈으면서도 더 넓은 세상을 배울 수 있어 뜻깊은 순간이었다.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일주일의 시간을 보내고 2020년 더 멋진 한 해가 될 것 같고, 그렇게 만들겠다는 다짐을 했는데, 웬걸 코로나19라는 괴물이 다가왔다.

캐나다 사람들은 친절하고, 공기는 맑고 왜들 그렇게 이곳에 살고 싶어 하는지 여행만 가도 알 수 있다. 반면 다이내믹한 맛은 떨어진다. 오타와에서 만난 불꽃놀이가 마치 내 생각을 반박하는 것 같았다. 웅장하고, 감미롭고, 멋있고, 아름다운, 어떠한 형용사를 붙여도 될 만큼 화려했던 불꽃놀이. 음악과 함께한 8월의 오타와는 꿈만 같았다. 소중한 사람과 꼭 한 번 다시 가고픈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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