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소개도 슬슬 지겹다
코로나19로 여행업계가 시름시름 앓은 지 벌써 11개월이 지났다. 그동안 많은 여행사가 문을 닫았고, 직원들도 유·무급휴직, 희망퇴직, 정리해고, 이직 등으로 업계를 떠났다. 여행을 다루는 미디어도 크게 위축됐다. 일부 잡지는 폐간했고, 관광 전문 신문사는 지면 발행을 중단하기도 했다.
몸 담고 있는 곳은 그나마 틀을 유지하고 있지만, 작년과 비교하면 심하게 답답한 상황이다. 신문과 잡지 모두 페이지를 축소했고, 기사로 다루는 주제도 한정됐다. 대부분 국내여행과 정부 지원 등이라 우리의 강점을 드러내기 쉽지 않다. 게다가 유럽, 미국 등 해외 소식을 간간이 다루는 신문과 달리 잡지는 100% 국내여행 체제로 전환했다. 국내여행으로 재편한 후 종종 전화를 받곤 하는데, 그 내용이 상당히 씁쓸하다.
이 “안녕하세요 여행신문입니다”
독자 “트래비 맞죠?”
이 “넵. 맞습니다”
독자 “트래비가 해외여행 전문 아닌가요? 외국 보려고 구독했는데 국내 여행지 소개밖에 없네요”
이 “코로나19 때문에 해외 취재가 어려워서 국내 위주로 소개하고 있습니다”
독자 “그렇군요. 일단 구독 취소 부탁드립니다”
이 “아.. 넴ㅠㅠ”
대략 이러한 흐름의 전화를 최근에만 3~4통 받았다. 심지어 다른 직원들도 종종 받은 것 같다. 생각해보니 다른 매체들도 그렇다. 온통 국내 여행지만 소개하고, 제주도와 강원도, 부산이 반복적으로 노출됐다. 소비자 입장에서 보면 이것도 슬슬 질릴 것 같다. 외국의 최신 여행 소식을 생생히 전하기 어려운 상황이기 때문에 지난 여행을 새로운 방식 또는 시각으로 편집해 해외여행지를 소개하는 것도 좋겠다. 개인적으로는 끝마치지 못했던 작년 프랑스 파리 여행기의 마무리를 다짐했다. 매번 근무에 치여 미뤘는데, 아껴둔 좋은 사진과 즐거웠던 시간을 복기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