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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담 Oct 16. 2023

인생의 모든 감정을 한 번에 느끼는 법

마라톤 훈련 13주 차 - 첫 32km


마라톤 트레이닝 13주 차

4마일이지페이스
2마일이지페이스
첫 20마일



7월의 불볕더위 속에서 총 16주 과정으로 짜인 마라톤 훈련을 시작했다. 새벽 6시 30분에 하는 그룹 훈련 때도 이미 해가 훤히 떠있었고, 어떤 날은 그 이른 시간에도 무지하게 더웠다. 땀을 뻘뻘 흘리며 훈련을 해왔던 게 거짓말처럼, 이제는 그룹 훈련이 끝나는 7시 30분에도 해가 덜 떠서 어둑할 정도로 해가 짧아졌다. 싱글렛을 입고도 더웠던 날들이 아주 오래 전인 양, 지금은 긴팔옷을 입고 달린다.



처음 16주 훈련 메뉴를 받아 들었을 때는 '이게 끝나는 날이 오긴 올까' '16주 후에는 내가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되어 있을까' 하는 기대감과 약간의 불신(?)이 있었다. 그리고 16주 훈련의 정점인 13주 차를 맞이했다. 13주 차에 최장거리를 뛰고 그 후로는 주말 장거리 달리기도 10마일 이상을 뛰지 않는 일정이다. 마라톤 실전의 날을 위해 체력을 비축하고, 혹시 모를 부상이 생기지 않도록 하는 기간이다.



11주 차에 생겼던 다리 통증이 거의 없어진 대신, 지난 일요일에 뛴 하프마라톤의 피로가 조금 남아있었다. 하프 마라톤을 뛴 후에는 항상 이틀 동안 휴식을 취했는데 이번엔 하루만 쉬고도 달리기를 하고 싶은 느낌이 들었다. 확실히 체력이 향상되었고, 하프마라톤 때 과하게 무리하지 않은 것이 확실히 몸으로 느껴졌다.



그래서 화요일에는 가벼운 페이스로 4마일(6.5km)을 뛰었고, 목요일에는 2마일(3.2km)을 뛰었다. 그리고 금요일에 내 생애 최장거리인 20마일 (32Km)에 도전했다.




 러닝슈즈, 젤, 렛츠고


현재까지 내가 한 번에 뛰어본 최장거리는 15마일이었다. 원래대로라면 11주 차에 18마일을 뛰고, 13주 차에 20마일을 뛰는 훈련 메뉴였지만 다리 통증으로 18마일을 건너뛰고 바로 20마일을 뛰어야 했다. 심리적 부담이 컸다.



생각보다 뉴욕은 작은 도시라서 30Km를 뛰려면 거의 뉴욕시내를 다 거치는 거나 마찬가지다. 관광 시즌이기도 해서 사람이 많은 맨해튼 중심부를 피해 외곽을 따라 뛰기로 하고 올봄부터 훈련을 도와준 친구와 함께 먼 길을 떠났다. 아침 9시.



나는 보통 훈련 때는 젤을 먹지 않고 대회 때만 먹는데 이번에는 거리가 거리인 만큼 젤도 챙겼다. 실제 대회처럼 5마일에 한 번씩 젤을 먹으려고 하니 젤만 해도 부피가 꽤 됐다. 은근히 그게 걸리적거려서 그냥 빨리빨리 5마일씩 뛰고 먹어서 없애고 싶었다.



5마일까지는 당연히 여유로웠다. 

5마일은 8km 남짓한 거리라서 10K 대회보다 짧은 거리니 당연했다. 이 시점에서 젤을 먹는다는 게 사치스러우리만큼 기운이 넘쳤지만 어쨌든 먹고, 물도 조금 마시고 다시 5마일을 뛰었다. 친구와 대화도 하고 희희낙락했다. 날씨도 적당히 선선하면서 맑은 날씨라서 달리기 하기에 더없이 좋았다. 허드슨 강변을 뛸 때는 강바람이 조금 차갑긴 했어도 이미 웜업이 된 상태라 달리다 멈추지만 않으면 오히려 쾌적하고 좋았다.



10마일 지점에서 다시 젤을 먹고 물을 마셨는데, 크게 힘들다는 느낌은 없었지만 조금 지겨운 기분이 들기 시작했다. 장거리 달리기라는 것이 말은 멋지지만 사실 "왼발 앞으로, 오른발 앞으로"를 몇 시간 동안 반복하는 거라서 신체적 "힘듦"보다는 지겨움이 먼저 온다. 지겹다는 느낌이 든다는 건 아직 체력이 있다는 뜻이니 지금을 즐기라고 친구가 말했다. 무슨 말인지 솔직히 몰랐다.



13마일(하프마라톤 거리)을 지나면서 "지금까지 뛴 것을 한번 더 뛰는 거다"라고 생각해 보니 조금 무서운 생각이 들었다. 

마침 맨해튼에서 가장 경사가 심한 구역을 지나는 중이라 이때부터는 숨이 차고 체력적으로 부침이 느껴졌다.

이때 시간이 거의 11시가 다 되면서 해가 높이 뜨고 기온이 올라 땀이 많이 났다. 길가에 있는 가게에서 게토레이를 사서 500ml 한 병을 원샷했는데도 조금 목이 마른 기분이 들었다. 너무 배를 채우면 뛰기 힘드니 한 병만 마시고 일단 다시 출발, 15마일 지점에서 젤을 먹었다. 여기부터는 한걸음 한걸음이 나에겐 신기록이다.

묘하게 흥분되기도 하고 설레기도 하면서 겁이 나기도 하는 그런 시점이었다.




만약 이게 18마일 트레이닝이었다면 3마일만 더 뛰면 되는 것이니 부담감이 덜 하지만, 오늘 훈련은 20마일이라 아직도 5마일이나 남았다는 생각이 꽤 부담스러웠다. 매번 느끼는 거지만 몸과 마음의 피로는 지금까지 뛴 거리가 아니라 앞으로 남은 거리가 관건이다.



이제 남은 거리가 5마일이니 젤은 더 이상 먹지 않고, 물도 마시지 않고 쉬지 않고 끝까지 가기로 했다. 15마일 이후로는 내가 자주 뛴 경로를 따라 뛰었고, 집 방향을 향해 뛴다는 사실이 심리적으로 큰 위안이 되었다. (하지만 뉴욕시티 마라톤 코스는 반대이기 때문에 실전 때는 어떨지 모르겠다)

익숙한 거리를 지나 늘 뛰는 공원까지 들어왔을 때 18마일이었다.



18마일이면 거의 30km이기 때문에 솔직히 거기서 끝내고 싶은 유혹이 컸다. 앞자리 3이라는 숫자가 주는 뿌듯함이 있었고, 내가 부상으로 뛰지 않았던 (그리고 폭우로 마침 취소된) 트레이닝 시리즈 대회가 18마일이었기 때문에 내 훈련 단계상 18마일에서 끝내는 게 합리적이었다. 하지만 앞으로 마라톤 대회날까지 남은 시간을 생각해 봤을 때 다시 한번 장거리를 뛸 기회는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기 때문에 독하게 마음먹고 20마일을 채우기로 했다. 고작 2마일 더 뛰는 게 뭐 그렇게 큰 훈련 효과가 있겠나 싶겠지만 '내가 한번 뛰어봤다'는 경험이 무엇보다도 절실했다. 당장 오늘만 해도 15마일을 지나면서 흥분, 설렘 그리고 공포를 느꼈지 않은가.




그래, 내가 한번 뛰어봤잖아


공포감 없이 뛸 수 있는 거리를 최대한 늘리는 것이 장거리 훈련의 핵심이다. 

속도나 기록은 중요하지 않다. 물론 18마일 이후부터는 속도를 신경 쓸 여유가 없었다. 어쨌거나 '내가 20마일까지는 뛰어봤었고, 20마일 뛰어도 죽지 않더라'는 사실을 이 몸뚱이에게 확인시키기 위해 나머지 2마일을 뛰어야만 했다.



그런데 정말 신기하게도 18마일을 지나면서 급격하게 체력이 떨어지고 정신까지 혼미해지기 시작했다. 두 발에 쇳덩이를 매단 듯 무겁다는 말이 무슨 뜻인지, 나는 이미 하프마라톤 첫 완주 때 경험을 해봤다고 생각했었는데 착각이었다. 

그때 매달았던 쇳덩이는 작은 구슬에 불과했고 이번에는 대포알이다. 한걸음 한걸음이 너무나 무겁고 발이 땅에서 떨어지지 않는 느낌이다. 발이 무거우니 당연히 속도가 나지 않는다. 내 기분상으로는 굉장히 힘차게 킥백을 하고 있는데, 실제로는 보폭이 좁아지고 발이 땅에서 떨어지는 높이도 현저히 낮아진 게 느껴졌다. 거의 걷는 것이나 마찬가지인 속도밖에 낼 수가 없었다.




살면서 느껴본 적이 없는 고통

살면서 느껴본 적이 없는 온갖 느낌이 동시에 느껴지기 시작했다. 

일단 무릎과 발목이 아프다. 이건 하프마라톤을 처음 뛸 때도 느껴본 느낌인데 몇 배는 더 아프다. 그리고 발목부터 아래, 그러니까 발과 발가락이 엄청나게 시렸다. 발가락에 물집이 잡힌 느낌이 있었는데 그것도 18마일을 지나니 아예 발이 느껴지지 않아서 아픈 줄도 몰랐다.

20마일이 끝나는 지점을 우리 집 바로 앞으로 만들기 위해서, 훈련을 도와주는 친구가 "여기서 반대방향으로 돌자"라고 했는데 도저히 그런 큰 턴을 할 수 있는 다리 상태가 아니었다. "지금 나 직진밖에 못해. 그냥 가!!" 짧은 한마디를 하는데도 숨이 찼다.



숨이 찬 게 무엇보다 충격적이었다. 

속도가 숨이 찰 속도가 아닌데 숨이 찼다. 걷는 거나 마찬가지인 속도에서 숨이 찬다는 게 충격적이고 공포스러웠다. 당연히 숨이 차니까 흉통도 느껴졌는데, 더 느려질 수 없을 만큼 느리게 뛰고 있는데 흉통이 느껴지니 이게 혹시 심장마비라는 것인가??? 싶어서 당장 멈춰야 하나 고민했을 정도다. 그리고 또 하나 지금까지 달리기를 하면서 느껴본 적이 없는 신체적 고통을 느꼈는데 바로 어지러움이다.



35Km를 지나면 온다는 "온몸의 에너지가 고갈되어 움직이려야 움직 수도 없는 상태"가 나는 이미 30km에서 온 것이다. 약간의 어지러움이 느껴지면서, 만화영화처럼 내 몸에서 뭔가가 쓱 빠져나가는 느낌이 들었다. 기분은 평소 속도대로 뛰고 있는데, 주변의 풍경이 전혀 지나가지 않는다. 뛰고 있는 것은 마음뿐, 몸은 앞으로 나가지 않는 것이다. 손 아버지의 명언처럼 심장만 뛰는 축구선수가 되면 안 되고, 심장이랑 내가 같이 뛰는 선수가 되어야 하는데... 정신만 뛰고 있고 몸은 안 뛰는 거나 마찬가지였다. 너무 힘들었다.

그때 젤이라도 하나 더 먹었어야 하는데, 멈춘 건 몸뿐만이 아니라 사고력까지 멈춰버려서 그저 어서 한걸음이라도 더 뛰어서 이걸 끝내자는 생각뿐이었다.




살면서 느낄 수 있는 모든 감정

심정적으로도 지금까지 느껴본 적이 없는 여러 가지를 한 번에 느꼈다.

무라카미 하루키의 책 [달리기를 말할 때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에 보면 그가 처음으로 마라톤을 뛰었을 때의 경험이 자세하게 쓰여있다. 무라카미 하루키는 첫 풀 마라톤을 대회가 아니라 그리스 관광청의 초청으로 그리스를 방문했을 때 혼자서 뛰었다. 일본의 어느 잡지사에 기고할 글을 쓰기 위해 사진작가와 편집자 동행하에 아테네에서 마라톤까지를 뛰었다. 실제 "마라톤"의 유래가 된 바로 그 코스를 반대방향으로 뛴 것이다.



그때 무라카미 하루키는 35km 이상을 뛰어본 적이 없는 러너였는데, 아무래도 흔치 않은 기회에 의미 깊은 코스다 보니 뛰기로 작정했다고 한다. 무엇보다도 그때 무라카미 하루키가 굉장히 젊었기 때문에 소위 "치기"라는 것이 있었다.



그리고 35Km를 지난 후의 기분에 대해 "모든 것에 대해 화가 난다"라고 썼다. 사진기자가 사진 찍는 소리가 커서 화가 난다. 풀밭에 양이 너무 많아서 화가 난다. 등등 그냥 모든 것에 화가 난다고...



정말 그랬다.

옆에 지나가는 자전거에 화가 나고, 공원에서 뛰고 있는 다르 러너들한테 화가 나고, 앞에서 뛰고 있는 내 친구한테 화가 나고, 나뭇잎이 바람에 흔들리는 소리에 화가 나고, 그냥 모든 게 화가 난다. 누구라도 날 건드리면 진짜 바로 싸울 수 있을 만큼 (물론 체력적으로 그럴 여유가 없었지만) 모든 게 화가 났다.



그리고 공포심도 대단했다. 

여전히 나는 굉장히 느리게 뛰고 있는데 숨이 찼고, 심박도 꽤 올랐다. 발은 느껴지지 않고, 무릎은 아프고, 마음은 앞으로 가는데 몸은 한참 후에 따라온다. 몸과 마음이 분리된 것 같은 기분이 너무나 공포스러웠다.



조금 눈물이 날 것 같기도 했다. 왜냐면 오늘 이렇게 힘들게 20마일을 끝내도, 실제로 마라톤을 완주하기 위해서는 아직도 6마일을 더!! 뛰어야 하기 때문이다. 6마일이라고 하면 숫자가 작아 보이지만 6마일은 10km다. 이만큼 지친 상태에서 10km를 더 뛰어야 한다는 생각에 왈칵 눈물이 날 것 같았다. 실제로 울지는 않았다. 눈물로 짜여 나올 수분이 더 이상 없었기 때문이다. ㅜㅜ





그렇게 온갖 감정의 무한리필을 배가 터지도록 먹은 후, 우여곡절 끝에 시계에서 20마일 완주 비프음이 울렸고 드디어 32km 훈련 종료.



바로 멈추면 안 되고 조금 걷다가 스트레칭을 한 후에 앉아야 된다고 친구가 신신당부를 한다.

왜냐,

한번 앉으면 절대로 다시 일어나지 못하기 때문.




작년에 나는 뉴욕시티 마라톤 피니쉬라인에서 자원봉사를 했다.

뉴욕시티 마라톤의 가장 힘든 부분은, 피니쉬라인을 지난 후 행사장 밖으로 나가는 것 이라고까지 한다. 피니쉬라인에서부터 시큐리티 구역이 끝나는 일반 도로까지 나가는 구간을 "워크오프"라고 하는데, 하여간 그게 엄청나게 길다. 참여인원이 많다 보니 시큐리티 구역이 워낙 넓게 설정되어 있어서 그렇다. 나는 그 워크오프 구간 중 첫 번째 출구 앞에서 길 안내를 하는 자원봉사를 했는데 정말 많은 러너들이 화를 내고, 더러는 울기도 하고, 지쳐 주저앉는 것을 보았다.

그때 자원봉사자 매뉴얼대로 "앉으면 안 됩니다. 계속 움직이세요. 계속 걸으세요. 지금 앉으면 못 일어납니다"라고 말하는 게 내 역할이었다.




과연 그러했다. 한번 앉으니 도저히 다시 일어날 기운이 없었다. 종아리와 무릎이 꽝꽝 뭉쳐서 손으로 풀어줘야 했는데 눈으로 보기에도 내가 엄청나게 작아져있었다. 배도 쑥 들어가 바지도 헐렁하고, 딱 맞던 크롭탑도 조금 느슨하다. 다리가 과장 조금 보태 굵기가 반으로 줄었다.




한 시간 정도를 앉아서 쉬고 집에 돌아와 소금물에 목욕을 했다. 근육통 예방에 좋다는 엡솜 솔트 목욕인데 도중에 너무 어지러워서 이온음료를 한 병 마셨는데도 힘들었다. 근육통도 근육통이지만 과한 운동 후에 탕에 몸을 담그는 것은 좋은 생각은 아닌 것 같다는 깨달음...





20마일 완주한 기분은?


엄청난 성취감이 있을 줄 알았는데 오히려 아니었다.

20마일을 뛰고 내가 깨달은 것은 오직 하나. "나 마라톤 뛰기 싫어!!"



모르면 모르는 대로 "가즈아!!!"를 외칠 수 있었을 텐데... 18마일을 지나면 몸과 마음이 만신창이가 된다는 걸 이미 알아버렸으니, 할 수 있다는 자신감보다는 두려움만 더 커져버렸다.

7월에 마라톤 트레이닝을 시작할 때는 16주 후에는 내가 강철 같은 인간으로 완전히 새로 태어나있을 줄 알았다. 하지만 사람이 어디 그렇게 쉽게 변하는 것인가. 나는 여전히 미약하고 겁이 많고 체력은 보잘것없다...



자신감을 가지고 "렛츠고!!!"를 외치며 출발선에서 방방 뛰며 달려 나올 줄 알았건만, 진지하게 내 참가권을 딴사람한테 팔아버릴까 까지 생각했다. 스스로의 약함에 많이 실망하고, 이러고도 10Km를 더 뛰어야 한다는 사실에 절망하고, 이제 남은 시간이 없어 더 이상은 무슨 훈련을 하려야 할 수도 없다는 사실에 애석하고, 진작 더 열심히 할걸 후회하고........




일단 3일 쉬어
그다음에 생각해


나 정말 진지하게 올해 마라톤 뛰지 말까 한다고 하니 달리기 친구들이 하나같이 말한다. "일단 3일 쉬고 얘기해"



첫날은 서있는 것도 힘들어서 설거지도 못하고 잤다. 설거지는커녕 오장육부도 지쳐 떨어진 상태라 2000칼로리를 소모했는데도 음식도 제대로 먹지 못했다.

둘째 날은 배고픔이 심해서 음식은 많이 먹었지만 요리를 할 만큼 서있지 못해서 주로 배달 음식을 먹었다.

그리고 셋째 날에는 많이 기력이 회복되어서 외출도 하고 요리도 하고 밀린 설거지도 했다.



그리고 3일을 쉰 후 이 글을 쓴다.




그래서 니 참가권 팔 거야??

내 대답은

물론 "노"다.



사람은 참 어리석다.

그렇게 힘들었는데, 살면서 느껴본 적이 없는 고통을 느끼고, 그걸 또 해야 된다는 걸 알고 있는데도,

해야지!!! 뛰어야지!!

내가 그 하루를 위해 이 모든 걸 버텨왔는데!! 내가 그 메달을 목에 걸어야지!! 안 그러면 억울해서 안돼!!! 이런 생각이 드니 말이다.




이 빛나는 메달을 꼭!

목에 걸고 말 것이다.



남은 시간은 3주. 훈련은 끝났다. 

몸과 마음의 컨디션을 잘 조절하고, 웃으며 피니쉬라인을 통과할 수 있기를...


지금까지 훈련하면서 적어온 나의 글을 다시한번 읽어본다. 한순간 한순간이 힘들었지만 목표가 있었기에 견딜 수 있었다. 그리고 그 목표가 지금 내 눈 앞까지 왔다.


나를 믿고, 지금까지 쌓아온 시간을 믿고, 내가 달려온 거리를 믿으며 나머지 시간도 잘 준비해 출발선까지 가보려 한다. 

지금까지의 모든 노력은 절대 나를 배신하지 않을 것임을 알기에.




평생 운동치 몸치로 살아온 여자의

인생 첫 마라톤 도전기 [인생에서 한 번은 뉴욕마라톤을 뛰자] 매거진에서 만나보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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