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장기(쇼기)판에 숨어있는 의미

목이 달아날 수 있다

by 미스터쇼기

일단 장기를 두려면 장기판부터 필요하겠다. 장기판(将棋盤, 쇼기반)은 보통 반상(盤上)이라고 불린다. 그런데 왜 한자 '쟁반 반(盤)'일까? 옛날에는 평평한 것에 반(盤)을 자주 사용하다보니(음반, 나침반 등) 장기판에도 사용하지 않았을까? 여하튼, 이 평평한 반상은 사각형이고 그 상면에 가로선과 세로선이 교차하는 격자가 그려져있다. 그리고 두 사람이 반상을 가운데 두고 서로 마주보고 앉아서 반상위에 기물을 놓고 겨루는 두뇌싸움이 장기다. 그런데 장기판부터 심상치가 않다.



장기를 둬본 사람이면 다 안다. 옆에서 훈수두는게 얼마나 승패를 방해하고 짜증나는지를. 일본장기의 반상은 그 메세지를 담고 있다. 일본장기의 반상은 크게 다리가 있는 반상과 다리가 없는 반상이 있다. 여기서 독특한 건 다리가 있는 반상이다.

반상.png

다리가 있는 반상은 대회에서 주로 기사들의 대국에서 볼 수 있다. 그런데 이 반상을 뒤집어 보면 바닥면에 사각뿔이 매립된 형상의 홈이 중앙에 있다. 이 홈의 주요 목적은 '소리'인데, 기물을 나무로 된 반상에 놓았을 때, '탁!'하고 맑고 경쾌하며 깊은 소리가 나도록 하는 역할이다. 그래서 소리를 받는다고 하여 '소리받이(音受け, 오토우케)'라 불린다.



반상 바닥면.png

그런데 이 '소리받이(音受け, 오토우케)'는 '피웅덩이(血溜まり, 치다마리)'라 불리기도 한다. 일본장기를 둘 때, 옆에서 훈수두거나 방해하는 사람이 있으면 머리를 베어 피를 담는 그릇이라고 하는데, 그만큼 옆에서 방해하지 말라는 메세지다.


열매.png 치자나무 열매

또, 반상의 다리는 치자나무 열매를 본 뜬 모습이라고 한다. 왜 하필 치자나무 열매일까? 일본어로 '치자나무 열매(クチナシの実)'는 '입 없음(口無し)'과 발음이 같다고 한다. 즉, 옆에서 훈수두지 말라는 의미다. 반상의 4개 다리에 상징적으로 넣어두었는데 이걸 눈치채지 못하고 훈수두면 피의 웅덩이에.... 아니다.


일본장기(쇼기) 둘 때 옆에서 훈수는 하지말자.
사무라이의 나라에서 온 것이라 그런지 장기도 조금 살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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