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통 장기말에 대해 알아본다고 하면 기물의 이동법(행마)에 대해 설명한다. 하지만, 일본장기(쇼기)의 존재조차 모르는 한국 독자들을 위해 장기말 그 자체에 대해 설명하고자 한다. 그래서 오늘 쓰는 내용은 일본 장기말의 형상과 재질이다.
일본 장기말은 뒤쪽이 넓고 앞쪽이 좁은 오각형이다. 마지 앞으로 치고 나가는 듯한 방향을 가지고 있다. 옆에서 봐도 뒤쪽이 두껍고 앞쪽이 얇다. "전진! 전진!"을 외치는 형상이다. 인도 차투랑가, 중국 샹치, 한국 장기 의 장기말 모두 이런 방향성을 가지고 있지 않다. 오직 일본 장기말만 그러하다.
일본 장기는 이 장기말의 방향으로 피아를 식별한다. 즉 상대를 향하면 아군 장기말이고, 반대로 나를 향하면 상대 장기말이다. 다른 해외 장기말들은 색상이나 글씨로 피아식별이 가능하다. 일본 장기는 기물 위에 써있는 한자가 모두 동일하고, 특별히 색깔도 다르지 않다는 점이 독특하다.
왜 일본 장기만 그럴까? 인도, 중국, 한국, 심지어 서양 그 어느 장기에서도 없는 일본만의 룰이 있다. 바로 장기말을 '포획'하는 다시 '사용'한다는 점이다. 즉 일본을 제외한 장기는 기물을 잡으면 '사망'의 개념이라 다시 장기판에 돌아올 일이 없다. 하지만 일본 장기는 포로로 잡아 배신하여 사용하는 개념이다. 대국이 끝날 때까지 기물이 줄지를 않는다. 이게 일본 장기가 대국 마지막까지 긴장을 놓아지지 않는 이유이기도 하다.
재질에 있어서, 일본 장기말은 고집스럽게 나무다. 체스나 한국장기, 중국샹치 모두 나무를 사용하지만 다른 장기말도 있다. 체스는 플라스틱, 유리, 금속 등 다양한 재질로 만들고 있다. 한국장기는 주로 플라스틱을 사용한다고 하는데, 가성비가 가장 좋아서일까 추정한다. 비교해보면 일본 장기말은 나무 이외 다른 재질이 없다. 이유는 정확히 모르겠지만, 전통을 고수하고자 하는 정신이 가장 큰 영향이 아닐까 싶다.
나무는 회양목으로 만든 장기말을 가장 고급으로 취급하며, 도쿄 밑에 있는 아주 작은 섬, 미쿠라지마(御蔵島)의 회양목을 최고급으로 취급한다고 한다. 그리고 가장 잘 만드는 곳은 일본의 덴도시 라는 작은 도시이다.(인구 약 6만명) 덴도시는 하나의 일본장기 테마파크로, 나중에 다른 컬럼으로 다룰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