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장기(쇼기) 기사가 부채를 가지고 대국하는 이유
일본장기(이하, 쇼기)의 대국을 보면 기사들이 '부채'를 들고 있다. 딱히 부치는 것도 아닌데 들고 있다. 요즘같이 에어컨도 잘나오는 현대에 저 부채의 용도는 무엇일까? 또 필수일까? 오늘은 일본장기에서 등장하는 '부채'에 대해 알아본다.
일본쇼기연맹컬럼에 의하면, 부채라는 도구 자체는 원래 높은 사람의 얼굴을 가리는 용도였다고 한다. 즉, 바람을 일으키는 용도는 아니었다고 한다. 또, 쇼기 기사가 부채를 들게 된 것은 전국시대 무장의 지휘 도구였던 군배(軍配)에서 유래했다고 한다. 생각해보면, 쇼기가 군대를 모티브로 한 전통 보드게임이니, 쇼기 기사는 지휘관에 해당되는 셈이라 부채를 들고 있는게 자연스러워 보이기는 하다.
쇼기에서 부채는 필수품은 아니지만, 유명 프로기사들은 거진 자신만의 부채를 가지고 있다. 쇼기 기사는 보통 부채에 자신이 감명깊은 글귀를 넣는다. 서명같이 기사가 직접 쓰는 사인 같은 것이고, 한번 정했다고 바꿀 수 없는 것은 아니다.
그런데 이런 부채는 단순 정신력을 다지기 위한 도구를 넘어, 수익적인 측면에 영향을 준다. 굿즈(goods)로 판매되기 때문이다. 쇼기 기사는 자신의 친필로 부채에 글귀를 서명하고, 그 복사본들이 굿즈로 팔리게 된다고 한다. 연예인으로 치면 친필 사인같은 것을 복사해 판매된다고 보면 된다.
부채에 꼭 글귀만 넣어야하는 룰은 없는데, 관습적으로 글귀를 넣는다고 한다. T사실 흰 바탕에 글씨만 있지 말고, 화려한 문양을 넣어도 되는 것이다. 언젠가는 개성있는 부채가 등장하지 않을까 싶다. 이런 생각도 해본다. 기업의 광고를 받아 부채를 활용해 PPL을 하는 모습. 분명히 쇼기 기사의 생활에 상당히 도움되지 않을까 싶다. 누군가는 '어떻게 상업적으로 이용할 수 있냐'고 반문할 수 있지만, 나는 나쁘게 보지 않는다. 쇼기 기사라는 직업의 수입이 높다면 많은 인재들이 쇼기를 두게 될테고, '광에서 인심난다'라는 속담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