앉은비차

정면으로 승부하는 정공법의 매력

by 미스터쇼기

쇼기를 배우다 보면 "비차를 옆으로 옮겨라(몰이비차)"라는 조언을 종종 듣습니다. 하지만 처음 배우는 사람에게는 멀쩡히 있는 비차를 굳이 다른 곳으로 옮기는 것이 더 어렵게 느껴지기도 합니다.

그래서, '앉은비차'는 쉽게 다가옵니다. 비차를 원래 있던 자리(오른쪽)에 그대로 두고 싸웁니다.

"나는 가장 강한 무기를 가장 익숙한 자리에서 쓰겠다"는 선언이자, 쇼기에서 가장 역사가 깊고 정석적인 전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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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앉은비차란 무엇인가요?

쇼기 판을 보면 비차는 오른쪽에 배치되어 있습니다.

게임이 시작되고 나서도 비차를 좌측으로 이동시키지 않고, 우측(주로 2열)에서 그대로 공격을 전개하는 스타일을 통틀어 '앉은비차'라고 합니다.


몰이비차(Furibisha): 비차를 왼쪽으로 옮겨서 반격을 노리는 스타일 (카운터 펀처)

앉은비차(Ibisha): 비차를 제자리에 두고 선제공격을 노리는 스타일 (인파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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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입문자가 꼭 알아야 할 앉은비차의 3가지 특징

앉은비차를 둔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요? 이 3가지만 기억하면 앉은비차의 절반은 이해한 셈입니다.


① "공격의 주도권은 내가 쥔다" (선제공격)

앉은비차의 가장 큰 매력은 '능동성'입니다. 비차 앞에는 상대의 기물이 많지 않습니다. 비차 앞의 보병을 밀어 올리며 내가 원할 때, 내가 원하는 곳을 공격할 수 있습니다. 상대의 눈치를 보지 않고 내 페이스대로 경기를 끌고 가고 싶다면 앉은비차가 제격입니다.


② "수직 돌파의 쾌감" (집중타)


앉은비차의 공격 목표는 명확합니다. 비차가 있는 세로줄(2열)을 뚫는 것입니다.


복잡하게 판을 넓게 쓸 필요 없이, 비차와 은장을 연계하여 한 지점만 집요하게 파고듭니다. 이 '수직 돌파'가 성공해서 비차가 적진에 들어가 용왕으로 승급하는 순간, 승리는 코앞에 다가옵니다.


③ "왕의 안전이 최우선 과제" (수비의 중요성)


여기가 입문자가 가장 주의해야 할 점입니다. 비차가 오른쪽에 있다는 것은, 전쟁터가 내 왕장(초기 위치)과 가깝다는 뜻입니다. 공격에 심취해 왕장을 방치하면, 적의 반격 한 번에 왕장이 위험해집니다.


그래서 앉은비차는 공격하기 전에 왕장을 비차 반대편(왼쪽)으로 멀리 피신시키는 과정이 필수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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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실전 가이드: 앉은비차, 이렇게 두세요


이론은 알겠는데, 막상 두려니 손이 안 나가시나요? 입문자를 위한 '앉은비차 초반 공식'을 알려드립니다.


Step 1. 비차 앞의 길을 터라 (보병 전진)

비차 바로 앞에 있는 보병을 한 칸 올리세요. "나 공격할 거야"라는 신호입니다. 단, 너무 급하게 끝까지 올리지 말고 한 칸만 올려두고 기회를 봅니다.


Step 2. 각행의 눈을 떠라

비차만으로는 힘듭니다. 왼쪽에 있는 각행 앞의 보병을 열어 대각선 공격로를 확보하세요. 앉은비차에서 각행은 비차를 돕는 최고의 파트너입니다.


Step 3. 은장을 파견하라

비차 옆에 있는 오른쪽 은장을 비차 앞쪽으로 진출시키세요. 이를 '봉은'이라고 합니다.


비차 = 뒤에서 쏘는 대포

은장 = 앞에서 싸우는 돌격대장

이 둘이 합쳐지면 상대의 방어벽을 쉽게 부술 수 있습니다.


Step 4. 왕은 반대쪽으로 도망가라 (가장 중요!)


공격 준비를 하면서 틈틈이 왕장을 왼쪽으로 이동시키세요. 비차와 멀어질수록 왕장은 안전해집니다. 그 후에 왕장 주변에 금장 둘을 호위무사로 붙여주면 훌륭한 '울타리'가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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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마치며: 우직함이 승리한다

앉은비차는 비차의 직선 공격과 각행의 대각선 공격이 마주하는 공격형태입니다.

"상대 각행을 뚫겠다. 왕장은 이쪽으로 오지 마라"라는 선전포고입니다.


처음에는 왕장을 옮기는 타이밍을 잡기 어려워 상대의 역습에 당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 시기만 넘기면, 쇼기판 전체를 호령하는 비차의 압도적인 파괴력을 경험하게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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