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가루와 설탕을 끊으려고 한다

by 태태파파

둘째가 열이 많이 나서 소아과에 갔다. 한 달 전에도 요로감염 때문에 응급실에 갔었다. 그때 봐주셨던 과장님한테 다시 갔다. 그 과장님은 친절하고 꼼꼼하셨다.


진료실에 들어가자마자 과장님은 심각한 표정으로 “아이고 어떡해”라고 했다. 난 살짝 당황했다. ‘어떻게 보자마자 알지? 명의인가?’라고 생각하며 멀뚱멀뚱 쳐다봤다.


“아기 말고 아빠. 아빠 손이 엉망이네. 이거 면역 문제 에요. 밀가루랑 설탕 끊으세요. 집에 있는 음료수 다 갖다 버리세요” 과장님은 안타까운 표정을 지으며 단호하게 얘기했다.


난 20대부터 지금까지 10년 넘게 한포진을 앓고 있다. 한포진은 손이나 발에 수포가 올라오는 질환이다. 매우 가렵고 심해지면 아프다. 20대 초반에는 심하진 않았다. 수포가 1, 2개 정도 올라왔다. 피부과에서 주는 스테로이드 연고를 이틀정도 바르면 깨끗하게 나았다.

30대가 된 지금 한포진이 재발하면 손가락 전체를 뒤덮는다. 육아를 하면서 더욱 심하졌다. 아이 목욕, 설거지, 화장실 청소 등 손에 물이 안 닿을 수가 없다. 피부과에 가면 스테로이드 약을 준다. 한 일주일이면 좋아지는데 컨디션이 안 좋으면 재발한다. 근본적인 원인은 해결되지 않고 증상만 없애는 거 같다. 그런데 소아과에 갔다가 우연히 진찰(?)을 받게 되었다.


사실 3년 전 결혼하고부터 밀가루와 설탕을 많이 먹었다. 신혼 초에는 맛있는 걸 찾아다녔고, 아내가 임신했을 땐 산모를 핑계로 맛있는 걸 같이 먹었다. 출산 후에는 육아하느라 힘들어서 배달음식을 주로 먹었다. 육아에 지친 나에게 배달음식은 편리했고 스트레스도 해소할 수 있었다.


시간이 지날수록 배달음식이 주는 악영향이 커졌다. 식비가 많이 나간 것도 문제지만 살이 20kg 넘게 쪘다. 예전에 입던 바지는 다 버렸고 고무줄 바지를 입고 회사를 다녔다. 외모가 나빠진 건 괜찮으나 한포진이 심해진 건 너무 고통스러웠다. 육아하면서 집안일을 해야 하는데 하루하루가 너무 힘들었다.


이번에는 강력한 의지를 갖고 밀가루와 설탕을 끊어보려고 한다. 아침에 먹던 식빵 대신 바나나를 먹고, 점심과 저녁엔 귀찮더라도 밥을 해 먹는 습관을 들이려고 한다. 자주 가던 빵집도 안 가고, 스타벅스에서도 아메리카노만 먹으려고 한다. 쉽진 않겠지만 한포진이 좋아질 수 있다면 견뎌야 할 것 같다.


손 피부질환 -1일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