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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my Lee Dec 08. 2023

어쩌다 집짓기 - 1

1. 집 짓기의 첫 단계 토지 구입

프롤로그

  공간이 달라지면 사람이 달라진다. 나는 아파트와 빌라에서 결혼생활의 대부분을 지냈다. 드라마에서 나오는 집이나 연예인의 집을 보면서 나도 저렇게 예쁘게 꾸미고 살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막연한 바람과 잠시 후 깨달아지는 현실과의 괴리감에 실망하면서 지냈다. 20여 평 되는 집에서 17년을 지내는 동안 점점 늘어나는 살림살이에 수납공간은 계속 필요해지고 수납장을 들여놓을 장소도 부족해졌다. 인테리어는 먼 나라 이야기였다.

  인테리어의 제일 처음은 일단 비워내는 것과 정리정돈이라는 것을 모르는 바 아니었지만 비우면 필요해져서 다시 사게 되었다. 왜 그렇게 사연 있는 물건들은 또 많은지... 비우기에도 한계가 있었고, 공간이 부족하니 정리 자체가 불가능했다. 미니멀리스트를 꿈꾼 시절도 있었다. 싱크대 상부장을 없애고 원목 선반을 올려 예쁜 커피잔과 목이 긴 커피주전자 그라인더 드립퍼 같은 커피 소품들을 올려 두고 싶었다. 그렇지만 상부장을 없애면 그 안의 그릇, 식품, 양념통들은 다 어디에 둘 것인가 하는 문제를 먼저 해결해야 했다.

  집에서도 잠을 자는 것만이 아닌 나만의 공간은 반드시 필요하다. 책을 보고 커피를 마시며 sns를 하고 노트북을 켤 나만의 공간. 당시 나의 집은 밥 먹고 씻고 자는 공간이 전부였다. 아쉬운 대로 밥 먹고 자는 공간에서 노트북도 켜고 뜨개질을 하고 TV도 보고 음악도 듣고 했다. 그러다 보니 인테리어가 애매해졌다. 식탁은 용도가 불분명했기 때문에 식탁보를 씌우거나 센터피스를 올리고 촛불을 켜기에는 어색한 공간이었다. 특별한 날엔 외식으로 대신했다.

  여유 공간이 집에 없어서였을까? 남편의 귀가 시간은 늘 한밤중이었고 가족들은 주말엔 어디로든 돌아다녔다. 여유 공간이 있는 집을 갖고 싶었지만 여유 자금은 없었다. 도시에 살고 있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겪는 어려움일 것이다. 집 살 돈이 없어 집을 짓기로 마음먹었다. 지어진 집을 구입하려니 엄청난 대출을 받아야 했고 대출 조건도 점점 까다로워졌다. 여유가 되는 만큼 감당할 수 있는 크기의 집을 지으면 되겠다는 생각을 했다. 지금의 집으로 이사하고 나서는 온 가족이 거의 집순이 집돌이로 지내고 있다. 각자의 층, 각자의 공간에서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지내고 있다. 해가 뜨고 지고 비가 오고 바람이 불며 낙엽이 지고 눈이 오는 모든 계절의 변화를 오롯이 느끼며 흙과 바람과 물과 햇빛만으로 자라는 다양한 식물들과 즐거운 동거를 이어가고 있다. 집을 지으면서 기록해 두었던 사진과 글들을 모아 기록을 남겨 본다. 내가 언젠가 집을 한번 더 짓게 될지도 모르는 거니까.


1. 어떤 땅을 살 것인가?

  어디에 있는 땅을 살 것인가? 집을 지을 수 있는 땅인가? 일단 사두면 언젠가는 그린벨트가 풀리겠지? 땅에 투자하라? 집을 짓는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건축 관련 경험이 전무했던 나는 이미 겁을 먹고 있었다. 집을 새로 짓는다는 부담감에 두려웠던 나는 지어진 집을 사기 위해 이곳저곳 발로 다니며 수많은 집을 보고 또 봤다. 그렇지만 내가 원하는 위치에 내가 원하는 구조의 집은 찾을 수가 없었다. 방은 두 개면 충분하지만, 테라스나 발코니 같은 야외 공간이 넓어야 하고 마당도 있었으면 좋겠고 주차공간도 넉넉해야 했다. 주변에 병원 학교 마트 맛집 등의 인프라도 충분히 갖춰져 있는 곳이었으면 했다. 그런 집은 어디에도 없었다.

  인프라가 좋은 곳은 마당이 좁고 주차가 불가능했다. 마당이 넓고 주차도 넉넉한 곳은 너무 시골이거나 진입로가 좁아 출퇴근 시간 전쟁을 치러야 하는 위치였다. 위치가 좋은 곳의 땅을 사서 내 원하는 구조의 집을 짓는 것밖에 다른 방법이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다면 어떤 땅을 살 것인가? 땅을 보면 집이 보인다는데 아무것도 아는 것이 없었던 내게는 보이는 것 하나 없이 막막하기만 했다. 집을 지으려고 결심을 굳히고 나서 내가 살고 싶은 동네에 있는 지역 부동산을 다니기 시작했다. 집을 짓기 위해 토지를 매입하는 경우 가장 신경 써서 봐야 할 것은 무엇일까? 토지의 종류는 어떤 것이 있을까? 지금은 집을 지을 수 없어 값이 저렴하지만 곧 집을 지을 수 있게 될 가능성이 있는 땅, 그런 땅을 살 수는 없을까? 당연한 결과지만 어디에도 그런 땅은 없었고 조금의 가능성이라도 있는 땅들은 이미 값이 많이 올라 있었다. 지하철이 들어온다는 소문이 돌아 높은 값에 구입했다가 팔지 못해서 토지 구입비가 그대로 묶여 있는 경우도 있었다. 여유자금으로 구입한 토지면 그나마 나은 상황. 만약 은행 대출을 받아 구입했다면 그동안 지불했던 대출이자는 그대로 사라지고, 더 큰 손해를 줄이기 위해 땅은 구입가 이하로 팔아야 할 상황에도 직면하게 된다. 그런 사연이 있는 토지들은 나처럼 부동산에 대해 전혀 모르고 땅을 보러 다니는 초보자에게 큰 유혹이 되었다. 급매 급급매, 이런 단어들은 땅을 사고 싶어 했던 나에게 너무나도 달콤한 유혹이 되었다. 궁금한 것은 많고도 많았지만 어느 부동산에서도 내가 원하는 답을 속 시원히 주지는 않았다. 오히려 점점 더 혼란스러워졌다. 같은 토지인데도 부동산마다 이야기가 달랐다. 그들은 매매로 나온 땅을 수수료를 받고 내게 팔기만 하면 되는 것이었다. 이 땅을 구매해서 집을 어떻게 지어야 하는지, 집을 짓는 과정과 입주 후의 생활에는 어떤 불편함들이 있을지에 대해서는 제대로 된 답을 들을 수 없었다. 답답한 마음에 관련 정보들을 하나씩 찾아보기 시작했다.

  이 글은 그런 이유로 쓰게 되었다. 내가 답답해서 하나씩 물어보고 찾아보며 알아낸 것들의 모음. 건축 관련해서 아는 것이 전혀 없는 처음 집을 짓는 사람에게 답답함을 조금이라도 줄여 줄 수 있을 정도의 책이다. 전문적인 내용을 원한다면 이 글은 큰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다. 집을 짓는 과정이 결코 쉽지 않았지만 내게는 나름 재미있었고 보람도 컸기 때문에 용기 내어 글로 엮다. 애정으로 지은 나의 첫 집. 그 과정을 글과 사진으로 기록하여 나처럼 주택살이를 원하는 사람에게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었으면 한다.

토박이 원주민 공인중개사라고 써진 간판을 보면 무조건 들어가 좋은 땅 있으면 보여 달라 했음


2. 다 같은 땅이 아니더라

  토지의 종류가 매우 다양하다. 임야(산지)는 황무지 모래땅 자갈땅 등도 포함하고 있는데, 경사도가 25° 이하일 때만 건축행위가 가능하다. 임야는 대지에 비해 상대적으로 가격이 저렴하다. 가격이 저렴하고 자연 상태 그대로에 가까운 땅이면서 전망도 확보되다 보니 임야에 나의 마음이 매우 흔들린 것이 사실이다. 그렇지만 여기서 주의할 것. 저렴한 땅은 저렴한 이유가 반드시 있다. 풍광이 좋은 전원주택부지를 찾기 위해 자꾸만 위로 올라가다 보면 기존에 사람들이 사는 취락지에서 멀리 떨어진 외딴 땅을 사게 된다. 그렇게 되면 전기, 통신선을 끌어오는 비용이 크게 발생할 수 있다. 근처에 전봇대가 없는 곳에 전봇대를 설치하게 되면 수익자 부담 원칙에 따라 거리에 따른 가설 비용을 당사자가 부담하게 된다.

  외딴곳의 타운하우스 분양 토지일수록 현장답사를 통해 반드시 꼼꼼하게 점검하는 것이 필요하다. 상수도가 공급되지 않는 경우 지하수 관정 공사를 해야 하는데, 관정 공사비는 워낙 편차가 커서 예상외로 공사 비용이 많이 들어갈 수 있다. 풍광이 좋은 지역일수록 상수원 보호구역, 군사보호구역 등 여러 가지 추가 규제가 있을 수 있다. 보전 녹지나 상수원 보호 지역의 경우 일반적인 지역보다 훨씬 까다로운 규제를 받을 수 있기 때문에 토지이용확인서 상에 별도 규제가 표시된 곳이라면 반드시 지자체에 해당 규제사항을 자세하게 파악해야 한다.

  법적으로 집을 지을 수 없는 땅은 첫째, 도로가 접해 있지 않은 맹지라고 부르는 땅. 둘째, 자연을 보존해야 하는 그린벨트로 묶인 임야. 셋째, 농사만 지을 수 있는 절대 농지가 있다. 땅 중에서 가장 값어치가 좋은 땅을 대지라고 한다. 대지는 상가나 주택 같은 건축행위를 할 수 있다. 대지가 아닌 토지에 건축 행위를 하려면 합법적으로 개발행위허가를 받은 후에 지목을 대지로 바꿔야 한다. 이 과정에서 진입 도로를 새로 만들어야 하는 경우도 생기고 기반시설을 새로 깔아야 하는 경우가 생긴다. 그렇게 되면 공사 차량이 진입할 길을 만들고 집 지을 터를 닦는 토지공사에도 많은 시간과 비용이 들어간다. 땅을 구입하고 집을 지으려고 측량을 했더니 건축 예정지로 진입하는 도로가 남의 땅인 경우도 빈번하게 발생한다. 내가 사용해야 할 도로의 소유권이 개인에게 있는 사유지일 경우, 도로 주인이 일방적으로 길을 막아버리거나 토지사용승낙서를 주지 않아 건축 허가가 나지 않는 경우가 있다. 그 도로가 여러 사람의 소유로 쪼개져 있는 경우도 있고 소유자와 연락이 닿지 않는 경우가 발생할 수도 있다.

  토지를 구입할 때는 반드시 경계측량을 하고 구입하는 것이 좋다. 몇십만 원의 측량 비용을 아끼려다가 구입한 땅을 팔지도 못하고 집을 지을 수도 없는 상황이 될 수 있다. 다른 사람 소유의 토지에 둘러싸여 매입할 토지로 들어갈 도로가 아예 없는 땅을 맹지라고 한다. 땅 매입 후에 맹지임을 알게 되면 말 그대로 집 짓다가 십 년 늙게 될 수 있다. 길을 내기 위해 토지를 추가로 사야 할 일이 생긴다. 이런 경우 도로 사용승낙 혹은 서약서를 주는 조건으로 지나치게 비싼 사용료를 요구할 수 있으며 도로부지를 시세보다 훨씬 비싼 가격으로 파는 경우도 발생할 수 있다. 집을 짓는 일이 시작부터 어려워진다. 사유지인 도로라고 해도 도로로 고시된 경우 공로로 인정될 수 있어서 누구나 공로로 쓸 수 있는 길인지 관할 지자체 도로과에 확인해봐야 한다. 도로로 조건을 갖추고 있더라도 도시계획구역의 경우 상하수도 시설이 되어있지 않으면 건축 허가를 내지 않도록 조례로 규정하는 지자체가 많다. 무조건 꼼꼼한 확인이 필수.

  나는 2008년에 약 1억의 대출을 받아 오래된 22평 빌라를 구입했고, 8년 후 2016년에 대출금을 모두 갚았다. 2008년 당시에 소형평수를 제외한 주변의 아파트는 대부분 시세 하락 중이었다. 집값 거품이 곧 빠질 것이라는 예상 아래 집을 여러 채 가진 사람은 집을 빨리 팔기 위해 값을 내려서 내놓아야 했던 시절이었다. 30평대 아파트는 그 당시의 내게는 꿈의 주택이었다. 집 담보 대출금을 다 갚아서 이자를 갚는 부담에서 벗어났으니 이제 나도 집을 좀 넓혀 가 볼까? 살고 있던 동네의 부동산을 돌아다녀보기로 했다. 발품을 많이 팔수록 조건 좋은 집을 구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나는 처음 딱 한 군데의 부동산을 가 보고서 바로 마음을 접었다. 아무리 하락 세였다고는 해도 30평대 아파트는 내가 꿈도 꿔 볼 수 없는 엄청난 금액이었다. 내가 살던 집은 3억, 30평형 아파트는 6억 이상이었다. 지금 돌이켜서 생각해 보면 대출이 60% 이상 나오던 시절이었으니 3억 대출받고 그 아파트를 샀어도 좋지 않았을까 싶은데 그때는 3억에 대한 원금과 이자를 갚아 나갈 엄두가 나지 않았다. 당시 이자율이 변동금리로 연 6% 후반 대였기 때문이다. 뭐라도 해야겠다는 절박함으로 집을 담보로 약간의 대출을 받아 토지를 미리 사둬야겠다는 결심을 하게 되었다. 내가 집을 지을 형편이 되었을 때는 집을 지을 땅도 값이 또 많이 오를 테고... 그 오른 만큼 돈이 더 모아지면 그때 땅을 사야지... 대출은 위험한 거야... 그렇게 그렇게 반복하다 보면 나는 평생 30평대 집에 못 살게 될 것 같다는 생각에 마음이 급해졌다.

  형편에 안 맞는 큰 아파트를 샀을 때의 대출이자와 재산세가 무서웠다. 변동금리인 이자가 오르기라도 하면 나는 하우스푸어가 될 테고 집이 경매로 넘어가면 어쩌지? 하는 상상만으로도 너무 두려웠다. 토지에 대한 이자는 부담이 될 정도는 아니니까 집 지을 땅부터 사 두자는 생각이었다.

  세금에 대한 이야기를 잠깐 하자면, 토지든 집이든 뭔가를 재산으로 보유하게 되면 세금을 내게 된다. 내 소유의 집이 없이 세 살던 시절에는 재산세를 내 보는 게 소원이라는 농담을 하기도 했었다. 그렇지만 작은 집이라도 한 채 소유하게 되니 세금을 내는 일이 여간 부담스러운 일이 아니었다. 대출금 이자와 함께 세금에 대한 계획도 미리 세워 두어야 한다. 재산세라는 것은 시, 도 지방자치단체에서 거두어가는 지방세 중 하나이다. 토지나 주택을 가지고 있는 사람은 매년 7월, 9월 두 번 재산세를 내야 한다. 물론 요트나 자가용 비행기를 가지고 있는 경우에도 재산세는 내야 한다. 자동차세와 같은 개념이다. 부동산 재산세의 과세 기준일은 6월 1일이다. 매년 6월 1일 현재 재산을 소유하고 있는 사람에게 부과된다. 주택은 7월 9월 두 번에 걸쳐 1/2씩 부과되지만 토지는 9월 한 번에 토지세 전액을 낸다. 그만큼 그 금액이 적기 때문이다. 시가표준액 x 면적 x 70% 금액에서 0.07%가 토지세인데 1억 5천만 원 정도의 땅이라고 예를 들면 일 년에 한 번 토지세로 12만 원 정도의 세금이 나온다. 토지를 구입하게 되어 내는 취득세와 팔게 될 때 내는 양도세는 또 다른 문제이다. 지금 이야기하는 것은 토지를 보유하고 있는 사람이 내는 보유세이다.

한참 땅을 보러 다니던 2015년 보러 갔던 땅. 이곳은 주택 건축허가가 안나는 상수원 보호구역이라  대형 비닐하우스를 짓고 안에서 생활하는 분들이 계셨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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