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을 지을 대지를 보러 다니다 소개받았던 땅 두 군데를 소개한다. 사진은 양평군 개군면의 땅이다. 오래된 슬레이트 지붕이 있는 시골 농가가 있는 상태였다. 토지 이야기를 할 때 나대지라는 이야기를 하는데 나대지는 토지에 아무것도 지어져 있지 않아서 별도의 토목 공사 없이 바로 집을 지을 수 있는 땅을 말한다. 이 땅은 폐가가 있어 철거비용이 별도로 드는 땅이다. 집터 앞으로 자전거 도로가 면해 있고 남한강이 전면에 있어 전망이 좋다는 점이 나의 귀를 팔랑거리게 하고 있었지만 이 땅은 여러 가지로 문제가 많았다. 지붕이 슬레이트로 되어 있었다. 슬레이트에는 1급 발암물질로 분류되어 있는 석면이 함유되어 지금은 더 이상 건축 재료로 쓰지 않는 재료다. 어린 시절 슬레이트 조각에 삼겹살 구워 먹던 기억이 있다. 삼겹살 기름이 오랫동안 배어들어 적당히 반질반질해진 슬레이트 조각을 부모님은 매우 귀히 여겼다. 가족소풍 갈 때마다 그 슬레이트 조각을 가슴에 소중히 안고 소나무 숲 그늘 아래 들고나가 고기를 구웠던 어릴 적 추억이 있다. 지금으로 치면 차박캠핑이었던 셈인데 1급 발암물질이 스며 있는 지붕으로 사용했던 판에 고기를 구워 먹었던 나는 신기하게도 아직 건강하다. 슬레이트가 1970년대 전후 농가 지붕재로 많이 쓰였기 때문에 아직도 시골에 가면 슬레이트 지붕을 볼 수 있는데, 2011년부터는 환경부에서 슬레이트 지붕 철거를 지원하고 있다. 슬레이트 지붕 철거 지원사업 국고보조금은 2012년 실제 철거비의 30%를 지원했었다. 2014년은 144만 원, 2015년은 168만 원으로 상향 책정되었다. 여기에 지방자치단체별로 책정된 지원비를 포함할 경우 2021년 기준 최대 344만 원, 축사와 창고는 면적에 따라 688만 원까지 받을 수 있다. 대부분의 슬레이트 지붕 철거 실비용은 거의 지원되는 셈인데, 환경부는 사회취약계층의 슬레이트 철거 비용을 우선적으로 지원하고 있어서 슬레이트 지붕을 철거하고 새 지붕으로 교체하는 취약계층은 1천만 원까지 지원을 받을 수 있다. 보통 지붕 한 채 철거하는데 300여만 원의 비용이 들어가는데, 이 집은 슬레이트 지붕이 두 개라서 700만 원 가까운 비용이 드는 셈이다. 200㎡ 이하에서 지원되기 때문에 지붕이 두 개면 자부담이 커진다. 정부에서 지원해 주는 빈집 철거 비용과 슬레이트 철거 비용을 받으려면 연초에 신청해야 한다. 예산이 편성되는 시기가 3월 이전이기 때문이다. 정해진 예산안에서 철거가 이루어지다 보니 철거 신청이 늦어지면 그 해에 공사를 못하고 다음 해로 미뤄질 수 있다. 공사 기간이 정해져 있는 경우는 지원금을 못 받아도 공사를 진행해야 한다. 환경부에서는 건물 전체 철거와 슬레이트 지붕 철거 두 가지로 나눠 신청을 받는다. 신청할 때 건축물대장이 있어야 철거지원 선정이 가능하다. 시골집들은 무허가 건물이 많아 건축물대장이 없기도 하는데 건축물대장이 없으면 순위에서 밀리기 쉽다. 시골에 오래된 한옥을 사서 예쁘게 리모델링해서 살면 어떨까? 하는 상상을 자주 했었다. 내 나이의 대부분의 사람들이 꿈꾸는 것이었을까? 양평, 가평, 남양주 여주... 한두 시간 거리 서울 근교 한옥은 매물이 거의 없었다. 그렇지 않으면 도시 사람들이 이미 사서 되팔기 위해 높은 값에 내놓은 상태였다. 이 개군면의 땅도 같은 경우였다. 한옥 지붕이나 대들보가 없고, 슬레이트 지붕 때문에 리모델링이나 철거에 어려움이 있는 매물이었는데도 공시지가와 차이가 너무 많았다.
4. 노인이 대부분인 시골에 집을 지으려면
이 토지의 또 다른 큰 문제는 주변 50미터 안에 축사가 있다는 점이었다. 축사에서는 소를 서너 마리 키우고 있었는데 거기서 오는 냄새가 엄청났다. 중개인은 옛날부터 있던 축사라서 지금 당장 철거 명령 내릴 방법은 없지만 나이 많으신 노인분이 가지고 있는 축사고 하니 곧 정리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또 한 가지 걱정이 되었던 점은 시골 농가들이 양옆과 뒤쪽으로 아주 가까이 붙어 있어서 독립적인 환경이 보전되지 않는다는 점이었다. 이런 동네는 대부분 한 집에 노인 한 분씩 살고 계신 경우가 많아 이웃에 관심이 많다. 땅을 살펴보느라 중개인의 차에서 내렸을 때 담벼락에 고개를 내밀어 나를 유심히 살펴보는 수많은 시선을 느꼈다. 누가 이사오는지 누가 집을 짓는지 그분들에게는 아주 중요한 일이었을 것이다. 조용한 시골 마을에서 한가롭게 지내는 전원생활을 생각하고 있다면 신중하게 생각해 봐야 할 부분이다. 음악을 크게 듣고 싶을 수도 있고, 늦은 밤 마당에서 영화를 볼 수도 있을 것이다. 친구들이 놀러 와 집들이 파티를 하는 경우도 생길 텐데 해만 저물면 주무시는 노인분들이 시끄러운 새 이웃을 달가워하실까? 내게 관심 가져 주시는 이웃이 있다는 건 좋은 점이지만 그 이웃과 더불어 살기 위해 서로 편해지는데 아주 많은 시간이 필요할 수도 있다. 만약 사소한 말다툼이라도 생긴다면 그 불편함을 견디지 못하고 이사를 나가야 할 수도 있다. 동네 주민의 그러한 텃세 때문에 집 짓는 첫날부터 힘든 일들이 줄줄이 이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워낙 가까이에 집들이 붙어 있기 때문에 건축 소음과 먼지에 대한 민원도 예상되었다. 이 땅의 장점은 딱 한 가지가 있었다. 도보 2분 거리에 개군스포츠센터가 있어서 무료주차장이 넓게 마련되어 있다는 점이었다. 중개인은 나에게 이 부분을 강조하며 이만한 땅이 없다고 밀어붙이셨다. 이 땅의 전체 평수는 132평이고 매매가는 2억이었다. 그 당시 공지지가로는 전체 면적 7700만 원짜리의 땅이었고 자연녹지지역이었다. 자연녹지지역의 건폐율은 20%이므로 이 땅에는 바닥면적 26평 정도의 집을 지을 수 있는 셈이다. 지금 나의 집은 제1종 전용 주거지역. 60평의 대지인데 건폐율이 50%라서 바닥면적 30평까지 지을 수 있다. 이곳의 많은 단점들에도 불구하고 땅을 사고 싶은 마음이 강렬했던 내 마음에는 주차장이 넓어 친구들이 여럿 왔을 때 주차하기 편리하겠다는 그 한 가지 장점이 어찌나 크게 다가왔던지... 하마터면 계약을 할 뻔했다. 이런 좋은? 땅은 찾는 사람이 많아서 계약금의 일부라도 지금 걸어 두는 것이 나중에 놓치고 후회하지 않는다는 중개인의 이야기가 한여름 태풍처럼 나를 흔들었다. 그때 이 땅을 2억에 샀더라면 나는 지금의 집을 못 지었을 것이다. 지나고 나서 생각해 보니 그 땅은 구입하고 나면 쉽게 팔 수도 없는 땅이었다.
5. 집을 지을 수 있는 토지는 다 같은 토지일까?
집을 지을 수 있는 토지인 대지는 여러 종류가 있다. 대지를 여러 가지 종류로 구분해 놓은 것은 무분별한 난개발을 막고, 교통혼잡, 주차난, 친환경적인 주거환경 조성 등을 위해서이다.
국토계획법에 의한 건폐율 용적률의 세부범위는 해당 지자체의 조례를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 법률로 이렇게 정해져 있기는 하지만 지자체 별로 조금씩 다른 세부사항이 적용되는 경우가 많다. 토지이용계획에 따르면 녹지지역은 건폐율 20% 용적률 100% 이하이다. 녹지란 인위적으로 창출된 공원과 정원등의 인공적인 녹지와 대립되는 개념으로 산림, 하천, 호수, 수로, 해변, 식생, 지형, 수면 등의 자연적 요소를 가진 녹지를 자연녹지라고 한다. 녹지지역은 대부분 개발제한구역 그린벨트로 묶여 있기 때문에 건축행위가 불가능한 곳이 많다. 자연취락지구는 녹지지역에 있지만 건폐율이 60%이기 때문에 많은 관심이 쏠리는 지역이기도 하다. 취락의 의미는 가옥들이 모여 있는 집단적인 생활의 근거지로 개발의 필요성이 인정되는 장소를 말한다. 특정지역 내 취락을 정비하기 위해 지정되는 용도지구 중 하나가 취락지구이다. 취락지구에는 집단취락지구와 자연취락지구가 있는데 집단취락지구는 개발제한구역 즉 그린벨트 구역 내 지정되는 것을 말하고 자연취락지구는 녹지지역, 관리지역, 농림지역, 자연환경보전지역 내 지정되는 것을 말한다. 취락지구는 자연환경 내의 주거지를 밀집화하여 난개발은 막고 생활편의는 봐주는 목적이 있다. 개발제한구역 내에 주택이 많이 지어져 있는 곳을 지정하여 다른 곳에 흩어진 주택에 살고 있는 사람들을 이곳으로 이주시키면 취락지구외에 개발제한구역의 환경이 훼손되는 것을 최소화할 수 있다. 개발제한구역 그린벨트 내 취락지구 지정 기준은 취락지구 1만㎡당 주택의 수가 10호 이상이어야 한다. 취락지구에는 도로 오폐수관 가스 인터넷 등 기반시설이 되어 있기 때문에 주택 신축이 용이하다. 문제는 자연녹지보다 토지 가격이 높다는 것이다. 내가 집을 지으려고 거의 10년을 토지를 보러 다니며 내린 결론은 싼 땅은 싼 이유가 있고 비싼 땅은 그 값어치를 한다는 것이다. 값어치도 있고 앞으로 개발 호재도 충분한 땅이라면 싸게 내놓을 사람이 있을까? 비싼 것이 당연한 것이다. 비싼 땅이 나중에 팔 수 있는 땅이다. 값이 싼 땅은 그 이유가 있기 때문에 다시 되팔려고 할 때 수년 동안 매매가 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중개인은 땅이든 집이든 거래가 성사되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에 어떻게든 구매자의 구미에 맞는 이야기만을 하고 구매자는 땅이 사고 싶은 마음이 크기 때문에 중개인의 그 한마디에 계약서에 사인을 하게 된다. 이런 땅은 사두면 곧 오릅니다. ‘곧’이라는 말처럼 무섭고도 어려운 말이 또 있을까? 우리는 모두 지금 힘든 무엇인가가 ‘곧’ 끝나기를 바라고 ‘곧’ 끝날 거라는 희망으로 버티고 있는 중이다. 코로나든 정치 경제적 위기든 말이다.
내가 봤던 두 번째 땅을 소개한다. 여기는 남양주시 조안면으로 자연녹지지역이며 한강상수원보호구역 자연보전권역 홍수관리구역 토지거래계약에 관한 허가구역 수질보전특별대책지역... 등으로 묶여 있는 땅이다. 다시 말하자면 개발제한구역이니 아무것도 짓지 말라는 뜻이다. 임업, 농업만 가능한 땅이다. 서울에서 20분이면 도착하는 곳이고 배산임수로 입지가 매우 훌륭한 곳이지만 아쉽게도 40여 년 전부터 개발제한구역으로 묶여 어떠한 건축행위도 할 수 없는 곳이다. 여기는 280평 정도의 땅이었는데 매매가 2억이었다. 땅 가격은 양평의 땅에 비해 반 값에 거래되고 있었다. 내가 땅을 사자마자 개발제한이 풀려 집을 지을 수 있게 되는 그런 복권 당첨 같은 일이 생길까? 그 당시에는 땅을 갖고 싶은 마음에 왠지 곧 그런 날이 올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전답으로 토지를 구입하면 5.5평 이내의 농막을 농기구 보관용으로 허가를 득한 후 가져다 놓을 수 있다는 사실도 나에게는 아주 매력적인 조건이었다. 내 소유의 땅에 작은 농막 하나 들여놓고 주말마다 가서 농사도 짓고 고기도 구워 먹고 하면 좋겠다는 생각에 계약하고 싶은 마음이 끓어올랐다. 땅이 너무 마음에 들어서 여러 날을 가서 자세히 살펴보았다. 이곳은 토지 구입 후 어떤 건축행위도 할 수 없어서 토지구입과 함께 그 비용이 그대로 묶여 있어야 하는 곳이다. 여유자금을 토지에 묻어 둔다는 개념으로는 나쁘지 않을 수 있다. 그러나 나의 경우 살고 있는 집을 담보로 은행 대출을 받아 토지 구입 비용을 마련해야 했기 때문에 매달 이자를 갚아 가며 개발 제한이 풀리는 날만 기다려야 하는 상황이었다. 다시 말하면 토지를 보유한 보유세만 내면 되는 것이 아니라 은행대출이자가 매달 발생하는 상황이 언제 끝날지 알 수 없다는 뜻이다. 며칠을 고민했지만 결국 구입 포기했다. 2014년의 일이었는데 이 땅이 지금은 매매가 되었을까? 개발제한은 풀렸을까? 토지는 수년 수십 년 동안 거래되지 않는 경우가 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