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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my Lee Jan 12. 2024

어쩌다 집짓기 - 18

2. 집 짓기의 두 번째 단계 설계

9. 니들이 옹벽을 알아? (다양한 옹벽 쌓기 방법)          

왼쪽 방향이 남쪽 오른쪽 방향이 북쪽임. 앞서 이야기했던 도로가 북쪽 방향인 대지

  내가 집을 지을 땅은 왼쪽으로 낮은 산이 있어 경사면을 절토하고 1m 조금 넘는 높이의 축대를 쌓아야 했다. 축대를 먼저 쌓아야 공사를 시작할 수 있었기 때문에 가장 먼저 어떤 방법으로 옹벽을 쌓을지를 결정해야 했다. 며칠을 두고 심사숙고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

  토목공사를 위해 땅을 높이거나 절토면을 막는 방법으로 가장 저렴한 것이 석축 공사이다. 물론 어떤 돌을 쓰느냐에 따라 가장 저렴할 수도 있고 가장 비쌀 수도 있다. 모양 좋은 자연석은 한 개에 백만 원씩 하는 경우도 있으니 말이다. 돌을 쌓아 만드는 석축 옹벽은 친환경적이며 배수가 잘되는 장점이 있다. 다른 옹벽 구조물보다 비교적 공사비가 저렴한 편이고 쌓는 방식에 따라 자연석만을 사용하여 쌓아 올리는 면 쌓기(메쌓기)와 자연석과의 틈새를 보강하기 위해 시멘트를 사용하는 찰쌓기 방식으로 구분된다. 보통 높이 2m 이하의 소규모 옹벽을 쌓는 경우에 많이 시공한다.

   자연석은 구하기도 어렵고 물류비용이 비싸기 때문에 주변에서 자연석을 쉽게 구할 수 있는 환경에서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 만일 2m 이상 높이를 시공하는 경우 부지 활용도가 떨어지고 안정성 문제가 있다. 쌓아 올리는 방식으로 메쌓기와 찰쌓기로 구분하기도 하지만 조경 쌓기(들여쌓기)와 면 쌓기로 구분하기도 한다. 조경 쌓기는 1단에서 조금씩 들여 쌓아 올려 자연스럽게 경사를 주는 방법이다. 장점은 비용이 적게 들어간다는 점이고 석축을 위해 땅을 많이 뺏긴다는 단점이 있다. 뒤로 물려 쌓기 때문에 석축 쌓는 비용에 돌 값과 포클레인 비용 정도만 들어간다.

 면 쌓기는 석축을 수직으로 쌓아 올리는 방법으로 조경 쌓기(들여쌓기)는 포클레인으로 그냥 쌓아 올리면 되지만 면 쌓기는 사람이 일일이 돌을 골라 체인에 걸어 올려야 하기 때문에 전문 석공의 인건비가 많이 들어간다는 단점이 있다. 그러나 석축으로 빼앗기는 땅이 적다는 장점이 있다. 작은 공간에 석축 시공을 해야 할 경우에는 면 쌓기를 하는 것이 좋다.

 '주경야독'이라는 말은 낮에 농사짓고 밤에 글을 읽는다는 뜻으로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꿋꿋하게 공부한다는 의미가 보태어진 것이 아닐까? 나는 낮에는 공사현장에서 밥을 하며 지내고, 밤에 집에 돌아와서는 그날 처음 접한 건축 용어들을 검색하고 건축 관련 책을 읽느라 나름의 '주경야독'의 시간을 살고 있었다.

커다란 돌을 조금씩 들여 쌓고 돌 틈에 흙을 채워 식물을 식재하는 옹벽 건축 기법을 조경쌓기(자연석 무너짐 쌓기)라고 함. 1층 필로티 주차장의 뒤쪽으로 석축시공

  위 사진의 조경 쌓기는 70cm 정도의 높이라서 이 정도 폭이 되는 것이고 우리 집은 1.2m 높이였으므로 조경 쌓기로 옹벽을 쌓는다면 아마도 2m 가까이 공간을 차지할 것으로 예상이 되었다. 소장님은 2m 까지는 아니라고 하셨지만 주차장 공간이 줄어드는 것이 확실한데 그렇지 않다고 이야기하는 말씀에 서운함이 컸다. 자신이 살 집이 아니기 때문에 책임감 없이 이야기하는 것이라고 느껴졌다.

  '이 집에 계속 살아야 할 사람은 나다. 소장님은 설계 시공 후 준공검사까지만 마치면 끝이라는 건가? 주차장이 줄어들고 심어 둔 식물이 죽든지 말든지 아무 상관이 없으니 저렇게 말씀하시겠지?' 

  마음의 소리가 이렇게 들렸다. 소장님과 서로 신뢰관계가 만들어지기 전이라 내 의견이 관철되지 않으면 그저 서운하게만 생각이 되었다. 내가 주장하는 '면 쌓기' 방식은 포클레인 비용에 석공의 인건비가 추가로 많이 들어간다는 사실은 나중에 알게 된 내용이다. 

보강토 옹벽. 보강토의 가운데 세모난 곳에 흙을 채워 조금씩 들여 쌓아서 조경쌓기처럼 시공하기도 함

  보강토 옹벽은 흙을 성토하면서 인장력이 강한 보강재들을 일정한 간격으로 매설하는 방법으로 가장 많이 사용하는 옹벽 쌓기 방법이다. 강도와 내구성이 뛰어나고 시공이 간편해서 하천변 옹벽 공원 조경용 산업단지 부지 조성등에 광범위하게 사용된다. 보강토 옹벽은 가장 흔하게 사용하는 옹벽 구조로 공사기간이 짧으며, 공사 후 손실되는 평수가 거의 없기 때문에 주로 단지를 개발하는 업체에서 많이 사용하고 있다. 장점은 규격화된 콘크리트 블록이라 품질이 양호하며 지반이 일부 침하를 하더라도 어느 정도는 견딜 수 있다는 것이다. 또한 높은 내구성과 외부 충격에 강하고 부지 모양에 따른 활용도가 높다. 규모가 큰 공사에 적합하며 식생보강토와 같이 식물들을 심을 수 있게 만드는 다양한 보강토 종류도 있다. 

콘크리트 옹벽과 개비온 출처 핀터레스트

  나는 '주경야독'의 밤에 네이버 검색으로 개비온과 콘크리트 옹벽을 찾아내고 앗싸! 쾌재를 불렀다. 첫째 사진은 콘크리트 옹벽, 두 번째 세 번째 사진은 개비온이다. 석축을 쌓는 방법은 조경 쌓기 말고도 '면 쌓기' '메쌓기' '찰쌓기' '켜쌓기' '골쌓기'라는 것도 있었다. 

  콘크리트 옹벽은 철근을 사용하지 않고 콘크리트만으로 옹벽을 쌓는 중력식, 반중력식의 무근 콘크리트방식과 철근을 사용한 역 T형, 부벽식 등의 방식이 있다. 기초철근작업을 한 후 콘크리트로 채워 넣는 방법으로 작업을 하는 역 T형 방식은 비교적 공사 기간이 짧고 경제적이다. 거의 수직으로 시공해 부지 활용도가 높으며, 내화성과 내구성이 좋아 외부 충격에 강하고 높은 강성을 가지고 있지만 콘크리트 양생 시간으로 인해 RC옹벽보다는 공사기간이 길다. 차가워 보이는 외관이지만 시공장소에 따라 차갑고 세련된 느낌으로 전시관에서 많이 사용된다. 인더스트리얼 인테리어를 좋아하는 나로서는 튼튼하고 차가운 느낌의 콘크리트 옹벽이 마음에 들었다.

  개비온은 콘크리트나 보강토보다는 고가이지만 자연친화적 미관으로 전원주택에 가장 많이 사용되는 석축이다. 철사로 엮은 망태 안에 돌을 채워 만드는 구조물이다. 사용하는 돌의 종류에 따라 분위기 차이가 크다. 하천법면 보호용, 낙석방지용, 경사면 안정화, 해안가 침식방지 등에 사용되었으나 최근에는 세련된 디자인으로 벤치 담장 인테리어 포인트로도 사용되고 있다. 환경복원능력 면에서 친환경 건축자재이고 망태의 모양과 채움석의 크기 모양 색깔에 따라 다양하게 연출이 가능하다. 배수성이 탁월해 철선의 부식 가능성이 매우 낮으므로 특별한 관리가 필요하지 않고 수명이 길다. 나도 아름다운 개비온이 매우 마음에 들었다. 공사는 시작도 안 했는데 가장 고가면서 강도도 떨어지는 개비온 담장이 마음에 들어오더라. 집 짓는 일은 정말 쉬운 일이 아니었다. 

  앞서 현장소장님과 의견충돌이 있어 힘든 시간들이 있었다는 이야기를 했다. 나는 주차장 경사면에 개비온은 어떻겠느냐고 제안했으나 비용면에서 어렵다고 했다. 그렇다면 가성비가 좋은 석축을 쌓는 걸로 동의를 하겠다 그렇지만 땅을 많이 뺏기는 조경 쌓기 말고 면 쌓기를 하겠다고 의견을 이야기했다. 건축에 대한 개념도 없으면서도 나는 왜 그렇게 용감했던 건지... 소장님의 의견을 그대로 수용하지 않고 하나하나 묻고 확인해 가면서 설계를 이어 갔다. 

   집을 짓는 모든 공사의 과정은 자재와 인력이 필요하다. 공사 장비도 자재도 미리 주문을 해 둬야 원하는 시간에 공사를 시작할 수 있을 테고 인력(특히 유능한 석공)도 일 할 날짜를 미리 정해둬야 수급이 원활했을 터. 현장 상황을 전체적으로 시간 손실 없이 돌아가도록 운영해야 하는 현장소장으로서는 건축은 전혀 모르면서 요구 사항만 많은 나와 같은 건축주가 참 성가셨을 것이다. 


출처 부민문화사의 조경기능사 교재

  나는 이사를 한 후 첫 식목일에 마당에 꽃과 나무를 사다 심었다. 식물을 좋아하고 관심도 많았지만 아는 것이 없었다. 조경업체에 의뢰하기에는 경제적 여유도 없었고 마당의 규모도 작았다. 식물을 사랑하는 마음만으로 정원이 만들어지지 않는다는 것을 깨닫고 조경에 대한 공부를 시작했다. 조경기능사 자격증에 도전했다. 위의 사진은 당시 공부했던 책에 석축 쌓기에 대한 내용이 있어 책에 있는 내용을 사진 찍어 올려 본 것이다. 소장님이 말씀하신 조경 쌓기는 자연석 무너짐 쌓기를 말하는 것이었다. 조경기능사 공부하면서 이걸 집을 짓기 전에 했었더라면 얼마나 좋았을까 싶은 순간이 많았다. 조경은 분야가 배우 광범위한데 조경시설물 시공과 관리 부분에 시방서와 적산에 대한 내용까지도 포함되어 있어서 정말 흥미로웠다. 나의 어쩌다 집짓기 글에서는 5단계 익스테리어와 6단계 집 가꾸기 부분에서 조경에 대한 이야기는 자세히 다룰 예정이다. 

모르타르를 사용해서 뒤채움을 하는 찰쌓기와 달리 메쌓기는 모르타르를 사용하지 않음 
출처 핀터레스트

  왼쪽의 사진은 1층이 필로티 주차장인 우리 집의 산 방향 벽체를 이런 모양으로 만들고 싶다고 설계 초기 단계에 내가 소장님께 보여 드린 사진이다. 나는 정말이지 이런 벽체를 만들 수 있다고, 그리고 이 초록 초록한 자연 친화적인 담장 아래에 멋스러운 철제 맞춤 벤치와 작고 귀여운 네모 조경석을 한 땀 한 땀 깔아 바닥을 만들 수 있다고 생각했다. 심지어 사진에서 보이는 바닥재료는 킹사이즈 대리석 판석인데도 말이다. 

  나는 얼마나 무지했던 것인지...

  일단 이 초록한 벽체는 대형 울타리 조경수로 많이 쓰이는 에메랄드그린 종류이고 1m 높이의 에메랄드그린 묘목 한 그루의 가격은 대략 3~4만 원. 사진만큼 키를 키우려면 5년 이상은 가지치기하며 키워야 한다. 여기에 심은 에메랄드그린은 도대체 몇 그루나 될까? 1m 키의 묘목 한 그루 가격 3만 원만 쳐도 나무값만 어림잡아 100만 원.

  주물 벤치를 맞춤하여 벽 쪽으로 깔아 두는 것은 또 어떻고... 이웃이 주문 제작한 주물 대문 한판에 천만 원이 넘게 들어갔다는 이야기를 듣고 나는 벤치이야기를 더 이상 할 수 없었다. 바닥의 귀여운 조경석은 또 얼마나 많은 인건비가 들어가는 자재였던지... 보도블록의 한 종류이기는 하지만 크기가 작을수록 작업하기가 까다로워 작업 속도가 매우 느리다고 했다. 속도가 느리다는 것은 그대로 인건비가 올라간다는 이야기. 한 판의 크기가 이렇게 큰 대리석 판석은 물어보나 마나 한 것이었고. 내가 이런 지경이었으니... 나에게 뭔가를 설명하고 의논한다는 것 자체가 참 한심스러우셨을 것이다. 숫자 1에서 10까지는 알고 있어야 덧셈 뺄셈을 가르칠 수 있을 것 아니겠는가.

지금 우리 집의 석축. 들여 쌓아서 식물을  심는 조경 쌓기가 아닌 면 쌓기(메쌓기)로 시공함

  우리 집의 옹벽은 소장님과 오랜 시간을 두고 설계 미팅을 하면서 자연석을 조경 쌓기(무너짐 쌓기)로 쌓지 않고 면 쌓기(메쌓기)를 해서 주차장 공간 확보를 하기로 결론을 내렸다. 많은 시간과 에너지를 사용하고 마음의 상처를 입어 속도 충분히 끓여 본 후에 한 결정이다. 내 의견을 반영하여 면 쌓기로 석축을 쌓는 걸로 합의한 것이다. 집을 다 짓고 난 지금 생각하면 조경 쌓기를 했을 경우 필로티 주차장의 꽤 많은 공간이 줄어들었을 테고 석축 사이사이에 심어 놓은 식물은 차량의 배기가스에 건강하게 살기 힘들었을 것이다. 주차장에는 차를 후면 주차를 하게 될 테니 어떤 식물을 심던지 건강하게 키울 수 없었을 것이다. 

  다시 말해서 경사가 있는 땅에 필수적으로 만들어지게 되는 옹벽은 집이 지어질 장소와 계절에 따라 비용이 유동적이다. 딱 잘라 어느 것이 저렴하고 어떤 방식이 비싸다고 말할 수 없다. 내가 옹벽 쌓는데만 해도 이렇게 다양한 방법이 있다는 것을 선행학습 했었더라면 소장님과 의견이 충돌하는 일도 없었을 것이다.

  나는 이 일을 계기로 낮에는 공사 현장에서 꼼꼼히 사진을 찍으며 지내고 집으로 돌아온 후에는 그날 공사 진행 단계에 따른 공사용어들과 공사 진행 과정들을 사진과 글로 정리하면서 지냈다. 글의 첫머리에 적은 것처럼 그렇게 정리해 두었던 자료들을 나의 두 번째 집을 지을 때 참고하고 싶어 서투른 솜씨지만 엮어 보는 것이다. 나의 이 어설픈 자료들이 집을 짓고자 하는 누군가에게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면 좋겠다는 작은 소망도 가져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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