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집 짓기의 세 번째 단계 시공
4. 전망 좋은 전원주택, 그 허무함에 대하여
저 푸른 초원우에 그림 같은 집을 짓고~ 유행가 가사에도 있는 것처럼 우리들은 저 푸른 초원 위 언덕에 그림같이 아름다운 집을 짓고 살고자 한다. 언덕이 높으면 높을수록 전망이 아름다울 테니 고바위도 상관없겠다는 마음이다. 경사면에 심긴 잔디를 깎는 일, 겨울에 눈이 와서 얼어 버리면 고립되는 현실적인 걱정은 애써 외면해 버린다.
전원주택은 탁 트인 전망을 위해 대부분 경사면에 짓는다. 경사면을 활용해서 벙커주차장을 넣기도 하고 지층이지만 전면 통창을 내어 1층처럼 공간을 만들기도 한다. 지층은 건축면적에 포함되지 않으므로 어떤 용도로 만드느냐에 따라 상당히 매력적인 공간으로 구성할 수 있다. 사면을 다듬을 때 흙을 채워 복토를 하기도 하고 흙을 퍼내서 깎아내기도 한다. 집을 지을 수 있을 정도의 평탄화 작업 토목공사에 수천만 원의 비용이 들어간다. 지하층은 건축면적에 포함되지 않아서 얼마든지 건폐율과 무관하게 넓은 공간을 만들 수 있으나 토압을 버티고 누수와 습기를 해결하기 위해 별도의 환기 시설을 해야 한다. 고비용 공간이다. 아름다운 전망도 포기할 수 없는 부분이지만 토목공사 비용을 고려하면 급경사 토지를 구입하는 경우 신중한 선택이 필요하다. 경사도가 25% 이상이 되면 집을 지을 수 없다. 내가 살고 있는 용인시 기흥구는 2019년 조례로 경사도 20% 이하의 토지로 변경되었다. 각 지자체마다 기준이 조금씩 다르기 때문에 토지를 구입할 때 이런 내용들을 반드시 확인하고 챙겨야 한다.
예로 든 사진들은 경사지에 지어진 집들이다. 전망은 더할 나위 없겠으나 토목 공사 비용은 만만치 않았겠다. 공사 비용은 접어 두더라도 사면에 심은 잔디는 어떻게 깎아 줄 것이며 장 봐 온 짐들을 들고 계단은 어찌 오를 것인가? 전면 통창은 아름답기 그지없다. 다만 유리는 열전도율이 높은 자재라서 여름엔 덥고 겨울에 추울 수밖에 없다. 사계절이 뚜렷한 우리나라에서는 냉난방비 폭탄이 예상되지 않나? 냉방이야 뭐 블라인드를 내려 어느 정도는 해결한다지만 난방은 어쩔 것인가? 추운 날은 커다란 통유리창 가까이만 가도 냉기가 흐를 텐데...
용인시조례 제2019-1785호
용인시 도시계획 조례 일부개정조례안
용인시 도시계획 조례 일부를 다음과 같이 개정한다.
제15조의 4 제2항 제2호 중 “「용인시 위수탁 기반시설 설치에 관한 운영지침」”을 “「용인시 위수탁 기반시설 설치에 관한 운영 지침」”으로 한다.
제20조 제1항 제1호 중 “따른다.”를 “따를 것”으로 하고, 같은 항 제2호 본문 중 “25도 이하인 토지(다만, 평균경사도가 20도 이상인 토지에 대해서는 시 도시계획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허가할 수 있다)”를 “20도 이하인 토지”로, “21도 이하인 토지(다만, 평균경사도가 17.5도 이상인 토지에 대해서는 시 도시계획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허가할 수 있다)”를 “17.5도 이하인 토지”로, “한다”를 “할 것”으로 하며, 같은 호 단서 중 “25도, 기흥구 지역은 21도”를 “20도, 기흥구 지역은 17.5도”로 하고, 같은 항 제3호 중 “따른다.”를 “따를 것”으로 하며, 같은 항 제4호 중 “정한다.”를 “정할 것”으로 하고, 같은 항에 제5호를 다음과 같이 신설한다.
[출처] 용인시 도시계획조례 일부개정 조례안
2020년 11월 23일 경기도에 따르면 도는 최근 난개발 관리지침을 수립하기 위해 경기도 내 31개 지자체에 세부 규제 내용을 적은 공문을 발송했다. ‘경사도 15도 이하 절토·성토 비탈면 수직높이 6m 이하에서 건축할 수 있다.’라는 지침이다. ‘확정된 지침은 아니고 지자체 의견을 듣는 단계이며 의견 수렴 이후 세부 내용은 달라질 수 있다 ‘고 했다.
난개발 방지 차원에서 산지관리법이 제정 시행 중인데, 경사도 25도 이하 절토·성토 비탈면 수직 높이 15m 이하로 규제하는 것과 비교해 2배 정도 강한 지침이다. 경사도란 임야에 주택 등을 짓기 위해 터를 닦는 등 형질을 변경한 부지의 최대폭을 기준으로 2배만큼을 수평으로 투영했을 때 해당 지점과 수직으로 맞닿은 원지반과 개발부지와의 경사를 말한다. 비탈면 수직높이란 부지 개발을 위해 흙을 깎거나 채운 곳의 수직 높이를 말한다. 경사도와 비탈면 수직 높이가 보다 낮아지는 쪽으로 규제가 강화되면 그만큼 임야에서 건축할만한 대상지가 줄어들게 된다. 난개발 방지는 필요하다. 그러나 이미 도시화되어 있거나 평지가 많은 시·군과는 달리 산악지형이 많은 양평과 가평, 포천, 연천은 재산권 침해를 받는다는 의견이다.
나는 집을 지을 때 가장 중요한 점으로 전망, 프라이빗한 정원생활을 꼽았다. 하지만 용인에 집을 짓다 보니 땅의 평당가가 높아서 넓은 땅을 구입하기가 불가능했다. 차선책으로 찾은 것이 산이 보이는 곳에 집을 짓자는 계획이었다. 탁 트인 전망은 아니지만 초록뷰이고 주변 인프라가 마음에 들었다.
그동안 양평 가평 여주 등지로 경사면에 있는 땅도 수없이 보러 다녔었다. 전망 좋은 위치에 있는 땅은 주변에 아무것(인프라)도 없었다. 최소 10분은 운전을 해야 농협하나로마트를 갈 수 있었다. 걸어서 갈 수 있는 곳은 집 마당이 전부였다. 출퇴근하려면 대중교통 이용도 중요했는데, 마을버스의 배차 간격은 한두 시간에 한 대씩이었다. 그렇다 보니 한적하고 자연친화적이며 전망이 아름다운 전원주택지는 나의 선택지에서 제외되었다.
용인에도 고바위 지형에 지어 놓은 타운하우스와 전원주택들이 많다. 매력적인 전망을 가지고 있지만 비탈진 벙커 주차장에 주차를 하는 어려움과 눈이 온 날 큰 도로로 차를 가지고 내려가는 어려움 때문에 또 선택에서 제외되었다. 조용하게 자연인처럼 살 수 있는 곳은 도시가스도 들어가지 않는 곳이었고, 오폐수직관은 물론 상수도도 닿지 않는 곳이 대부분이었다. 프라이빗한 생활을 하기 위해 감내해야 할 불편한 부분들이 생각보다 많았다.
최종적으로 내가 고른 땅은 값은 비쌌지만 주변 대형 아파트들 덕분에 인프라가 좋았다. 슬리퍼를 신고 나가 저녁을 먹을 식당도 많고 편의점 병원 은행... 역세권까지는 아니었으나(지하철역은 차로 7분 거리) 슬세권(슬리퍼 신고 갈 수 있는 식당과 편의점이 있는 곳)으로는 만족스러운 위치였다. 아파트와 달리 주택은 거래가 잘 안 되는 편인데 이 단지는 위치의 장점이 있어 주택 거래도 잘 일어나고 있다. 비싼 땅을 사야 나중에 팔 수 있다. 싸게 사서 비싸게 팔겠다는 생각은 현실성이 없다. 구입할 때 싼 땅은 특별한 호재가 일어나지 않는 한 매매가 어려워서 돈이 묶이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