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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my Lee Mar 09. 2024

어쩌다 집짓기 - 24

3. 집 짓기의 세 번째 단계 시공

 5. 설계 변경의 마지막 기회는 버림 콘크리트와 먹줄 치기 전이다.

  석축이 완성되고 나서 터파기 하여 평평하게 레벨을 맞춘 땅에 버림 콘크리트를 친다.  버림 콘크리트라는 것은 구조물의 밑바닥에 까는 저강도 콘크리트를 말한다. 본체 콘크리트의 품질을 확보하거나, 밑면을 평탄하게 만들어 먹줄을 놓아 배근 작업 따위를 돕기 위하여 사용하는 쉽게 말하자면 스케치북 같은 것. 콘크리트 타설을 위해서는 밑그림이 필요한데 흙 위에 밑그림을 그리기 쉽지 않다 보니 바닥이 평평한 스케치북 같은 얇은 콘크리트판을 까는 것이다. 버림 콘크리트라는 말은 버리는 콘크리트라는 뜻이며 최소 5cm 정도의 두께로 콘크리트를 치게 된다. 버림 콘크리트를 치고 하루 이틀 굳고 나면 그 위에 먹줄을 놓아서 집이 올라갈 그림을 그리게 된다.  보편적으로 버림 콘크리트의 두께는 5cm 정도인데 레벨을 맞추기 위해서 버림 콘크리트 두께를 조정할 수도 있다.

집짓기 6일차에 버림 콘크리트 단계

 

 출처 토목용어사전

  버림 콘크리트 강도는 180, 슬럼프는 8cm를 주로 쓴다. 조경 공부할 때 슬럼프값에 대해 배웠다. 슬럼프 콘에 프레시 콘크리트를 충전하고, 탈형했을 때 자중에 의해 변형하여 상면이 밑으로 내려앉는 양을 말하며 프레시 콘크리트의 유동성 정도를 표시한다. 슬럼프값이라는 것은 슬럼프 시험에 있어서 콘크리트가 무너져 내려앉는 길이를 cm로 표시한 것이다. 버림 콘크리트의 슬럼프를 8cm 쓴다는 것은 사진에 보이는 무너져 내려앉은 길이가 8cm라는 뜻이다. 슬럼프 값이 커진다는 것은 콘크리트 반죽이 질어진다는 것과 같은 말이 되겠다. 콘크리트를 치는 곳이 보, 벽, 기둥, 바닥면인지 여부에 따라 슬럼프 값이 달라진다.

  버림 콘크리트를 치기 전 오수(싱크대와 화장실 배관) 맨홀 우수(빗물배관) 맨홀 전기통신선 외부수도의 위치를 정해서 관을 먼저 묻는다. 외부 수도를 어디에서 사용해야 좋을지 위치를 신중하게 정하는 것이 좋다. 차유리를 닦는다거나 화초에 물을 주거나 할 때 어느 위치에 수도가 있어야 좋을까? 전기 콘센트도 필요한 위치에 없으면 긴 멀티탭을 사용해야 하는 것처럼 물도 적절한 위치에 없으면 기다란 고무호스를 사용해야 한다. 긴 호스를 사용해 본 일이 있는가? 중간에 선이 꼬이면 물이 안 나와서 왔다 갔다 하며 계속 풀어줘야 하고, 사용하고 난 뒤 모양대로 접어 보관하는 일은 또 어찌나 귀찮은지... 그뿐인가? 호스관에 흙이 묻으면 호스를 닦아야 하기 때문에 물을 다 쓰고 나서 호스 정리하는 일이 아주 지겨운 일이 된다. 호스 정리하는 일이 귀찮아서 있는 호스를 사용하지 않고 왔다 갔다 하며 물을 길어다 주는 경우가 생긴다. 적절한 위치에 수도가 있으면 수도의 위치에서 호스 손잡이를 조절해 물을 뿌릴 수 있기 때문에 화초 가꾸는 일이 곱절은 수월해진다.  

먹줄을 치는 모습. 먹줄은 정교하고 예민한 작업. 사진 한 컷 서둘러 찍고 자리를 피함.
분홍색의 네모난 비닐을 덮어 놓은 곳이 집수정

  집수정이란 것은 이름처럼 물을 모으는 웅덩이를 말한다. 사전적 의미는 두 개 이상의 수원(水源)이나 못, 우물로부터 물을 모아 하류로 보내는 큰 우물을 뜻한다.  집수정은 건물 지붕 등에서 빗물이나 눈 녹은 물이 모이는 곳에 설치하여 자연스럽게 오수, 우수들이 배관을 통해 외부와 연결돼 배출되게 한 장치이다. 그렇지만 지하층의 경우에는 가압펌프를 이용해 지상층의 외부배관과 연결시켜 내보내야 한다. 지하층에 있는 모든 배관에 배수펌프를 설치할 수 없기 때문에 집수정을 설치해 물을 한 곳으로 모으는 것이다. 물이 모인 집수정에 배수펌프를 설치해 물을 배출시키는데 이때 펌프의 배수용량은 집수정의 사이즈와 유입되는 물의 양을 계산해 넘치지 않도록 결정해야 한다. 결국 지하에 물이 고이지 않게 유지시켜 주는 역할을 하는 것이 바로 집수정이다. 집수정이 쓰레기나 낙엽등으로 막혀 제 기능을 못하게 되면 물이 넘쳐 도로로 흘러내린다. 집수정은 뚜껑을 덮어 두고 자주 들여다보는 것이 좋다.

  버림 콘크리트를 치는 이때가 설계 변경의 마지막 기회가 된다. 욕실이 조금 컸으면 좋겠다. 주방 위치를 바꾸고 싶다. 방을 줄이고 드레스룸을 넓히고 싶다. 이런 요구들은 먹줄을 놓기 전까지만 수용 가능하다. 공사가 진행될수록 뭔가를 수정하게 되면 이미 만들어진 것을 깨야 하거나 잘라야 한다. 바람직하지도 않을뿐더러 작업자분들의 인상이 안 좋아진다. 벽면이었는데 창문을 새로 만들어 넣고 싶다든가, 창이 있는 곳이었는데 창을 없애고 싶다던가 하는 경우는 상황에 따라 설계까지 바꿔야 할 수도 있다. 빈 땅 허공에다 상상만으로 집을 설계하는 것이 쉽지 않은 일이다 보니 집이 지어지면서 최초의 설계 디자인에 대한 건축주의 생각이 조금씩 바뀌곤 한다. 이때 욕실의 위치와 주방의 위치 크기만큼은 가장 신경 써야 할 부분이다. 가급적 옮기는 일이 없어야 한다. 수많은 배관과 전기선들이 모여 있는 이곳은 위치 수정이 가장 어려운 곳이다. 

아일랜드 식탁 배관을 작업자의 실수로 30cm 옮겨야 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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