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Amy Lee Jan 19. 2024

어쩌다 집짓기 - 22

3. 집 짓기의 세 번째 단계 시공

3. 협소주택은 건축비가 적게 들까?

  보통은 집의 크기가 작으면 건축비가 적게 들 것이라고 생각한다. 같은 바닥 면적 100평 대지에 20평의 3층 집을 짓는 것이 30평의 3층 집을 짓는 것보다 건축비가 적게 드는 것은 분명하다. 그렇지만 20평 대지에 10평으로 3층을 짓는 것은 전혀 다른 이야기이다. 10평 3층 집은 20평의 3층 집보다 절반의 크기이지만 50%의 건축비로 지을 수 없다. 20평 집과 비슷한 비용이 들거나 오히려 더 많이 들 수도 있다. 특히 양 옆에 기존 주택이 있는 경우의 20평 땅이라면 다시 생각해 봐야 한다. 협소주택 40평 짓는 비용과 일반 단독주택 40평 짓는 비용을 비교한다면 협소주택이 20% 이상 정도 비용이 비싸진다. 협소주택은 좁고 높게 지을 수밖에 없어서 마감면적이 더 많아지게 되기 때문이다. 협소주택은 작고 비싼 프로젝트이다.   

    협소주택은 대지면적이 좁기 때문에 용적률과 건폐율을 최대한 활용해서 사용 공간을 넓히고 가용한 면적을 최대한 많이 찾아내야 한다. 건축주의 라이프스타일을 고려한 개성 있는 설계를 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그러나 그에 적합한 토지나 구옥을 구하기가 쉽지 않다. 협소주택 건설에 있어 가장 큰 단점은 좋은 입지의 토지를 찾기 위해 발품을 많이 팔아야 한다는 점이다. 건축주에 딱 맞는 공간을 설계하여 공사를 하기 때문에 기존 주택의 모델을 사용할 수 없어 창의적인 설계에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 가족들에 딱 맞게 설계한 지극히 개인적인 스타일 때문에 매매가 쉽지 않을 수도 있다. 또 환금성이 떨어지기 때문에 투자 가치가 크다고 보기는 힘들다. 다시 팔기 어렵다는 뜻이다. 집을 지을 비용이 부족해서 협소 주택을 짓겠다 생각한다면, 오래 살 집이라 생각하고 주변 인프라를 잘 살펴본 뒤 토지를 결정하는 것이 좋다. 협소주택을 예쁘게 지어 시세차익을 남기고 팔겠다는 계획은 돈이 묶여 버리는 뜻밖의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도심의 11평 땅에 지은 7.5평짜리 내 집. 이런 집은 내 집을 갖겠다는 로망을 실현시켜 줄 수 있지만 아이가 생기거나 부모님 부양 등 가족 구성원의 변화가 생기면 여유 공간을 따로 만들기 어려워 이사를 가야 한다. 그러나 협소 주택은 좁은 평수에 비해 건축비가 꽤 많이 드는 집이라서 가격이 높아 매매가 쉽지 않다.     

  앞서 용적률과 건폐율 인접대지경계선 일조권... 을 언급한 바 있다. 좁은 대지에 집을 지으려면 건폐율과 용적률이 높아야 한다. 나의 집처럼 제1종 일반주거지역은 건폐율 50% 용적률 100%인데 비해 이 집은 위의 그림처럼 제2종 일반주거지역이어서 건폐율 60% 용적률 250% 그리고 일조권 제한이 없다. 인접대지 경계선도 1m가 아니고 50cm 이므로 이런 땅은 대지 가득 꽉 차게 건물을 올릴 수 있다. 주차장도 한 대 자리만 확보하면 된다. 만약 이런 땅을 찾는다면 협소 주택이라도 고려해 볼 만하겠다. 

  나는 협소주택을 지을 마음은 없었지만, 이 집을 짓기 위해 당분간 머물 집을 알아보다가 협소 주택을 여럿 둘러볼 기회가 생겼다. 토지 구입 비용을 충당하기 위해 기존에 살고 있던 집을 전세 주고, 한 1 년간 지낼 저렴한 집을 보러 다닐 때였다. 그 시기에 저렴한 비용으로 갈 수 있는 협소 주택 매물이 많았다. 고가의 아파트 대신 협소주택으로 내 집 마련한다는 붐이 일어난 지 3년쯤 지났던 때로 기억한다. 나를 안내한 중개인은 3년 전에 타운하우스가 유행을 해서 이 동네에만 해도 수십 개가 지어 졌다. 타운하우스 분양팀에서 일하던 당시 입주 물량이 딸릴 정도로 집이 잘 팔려서 돈을 많이 벌었다. 그런데 지금은 도로 확장 없이 마구잡이로 지어진 집들 때문에 출퇴근 시간 정체가 심각해졌다. 길은 계속 확장 공사 중이지만 그때 입주한 사람들이 집을 팔고 나가려고 1 년 전부터 집들을 내놓는데 한꺼번에 많은 매물이 쏟아지다 보니 집 값은 점점 떨어져서 지금은 분양가를 밑도는 매물이 많다. 그러나 매매는 거의 안된다 라는 이야기를 해 주었다.

  사진의 집은 가로 폭이 3m 조금 넘고 세로폭은 10m쯤 긴 모양으로 주방 폭이 좁아 냉장고를 거실에 내다 놓고 사용 중이었다. 스킵플로어 형태로 1층엔 주방 거실, 1.5층에 방 1 개 욕실, 2층에도 방 1개 욕실이 있었다. 어린 아기가 있었는데 아기를 데리고 엄마가 1층 2층을 오가면서 집안일을 하기 힘들겠다는 생각부터 들더라. 집을 분양가 아래로 내어 놓은지 여러 달이 지났는데도 매매가 안되었고, 이사 날짜가 촉박하여 할 수 없이 세를 놓는다고 이야기했다. 마당이 딸린 타운하우스였지만 두어 평 크기의 마당은 옆 집과 거의 같이 사용해야겠다는 생각이 들더라. 양쪽 집 사이에는 낮은 목재 펜스가 있었고 집 전면에 심어 둔 나무는 키가 작아 도로에서 다 들여다 보이는 구조였다. 양쪽 집과 마당이 이렇게 붙어 있고 좁다 보니 고기를 구워 먹는다던가 가드닝을 한다던가 하는 일은 거의 어려워 보였다.

  지금은 시간이 많이 지났지만 집을 얼른 팔아야 하는 그 아기 엄마의 절실함에 너무나 안타까웠던 기억이 있다. 남편이 지방 발령이 났는데 집을 못 팔아서 아기 엄마는 아기와 이 집에 따로 남아 독박육아 중이던 상황이었다. 내가 집을 보러 갔던 날도 아기를 어린이집에 데리러 갔다가 급하게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접촉 사고가 났다며 ‘먼저 들어가 집을 보세요. 비번 알려 드릴게요.’ 뒤늦게 아기를 데리고 집에 도착한 아기 엄마의 표정이 수척했다.

  나도 아이 어릴 때 혼자 집 구하랴 내놓으랴 집주인 갑질에 눈물 훔치며 이사하랴... 정신없이 지냈던 경험이 있다 보니 그 절박한 아기 엄마의 집으로 어떻게든 이사를 가 볼까 생각도 했었다. 1년인데 어디든 못 지낼까 싶은 마음이었다. 정말 아쉽게도 그 집은 경사가 심한 곳이어서 주차장 진입도 어려웠고 심한 측간 소음이 예상되었고 이웃과 프라이버시가 전혀 지켜지지 않겠다 싶었다. 그에 비해 임대료는 너무 비쌌다. 분양가가 높은 집을 대출을 많이 끼고 입주하다 보니 월세를 받아 대출금 이자를 갚아야 한다는 사연이었다. 그러하다면 1년 살다 우리가 이사 나올 때 세입자는 또 어떻게 구할 것인가? 

  그 사연이 너무나 안쓰러웠으나 일단 나는 패쓰!!!    

분양 초기의 거의 비어 있는 택지

  내가 이곳에 토지계약을 할 때만 해도 우리 단지는 53개의 주택이 들어설 자리에 콘크리트 주택 하나, 목조 주택 한 두 개의 모델하우스만 있고 거의 비어 있었다. 아직 공사가 시작되기 전의 빈 땅에 건축자재를 쌓아 두는 것이 가능했다. 집을 짓기 전에는 '다른 집 올라가는 것을 봐가며 우리 집은 천천히 짓겠다'라고 생각했었다. 지나고 보니 얼마나 무지한 생각이었는지...

  건축 자재는 자재 자체의 재료비도 있지만 물류비용을 줄이는 것이 관건이다. 자재는 한 번에 운반을 해야 비용을 절약할 수 있다. 앞서 이야기했지만 우리 집을 지을 당시 양 옆 집이 동시에 같이 집을 짓게 되어 세 집이 자재를 같이 운반했기 때문에 5% 정도의 비용 절감 효과가 있었다. 협소주택을 짓는 경우는 이와 반대의 상황이 된다. 집터 자체가 좁기 때문에 자재를 쌓아 둘 공간이 전혀 없다고 봐야 한다. 자재를 하루 작업량만큼 조금씩 운반해 오거나 공사 현장 근처에 자재 보관 창고를 따로 얻어야 한다. 물류비가 증가한다. 요즘처럼 고유가 시대에 물류비는 무조건 줄여야 할 항목이다. 

  물류비 같은 부분은 시공사에서 걱정할 내용이지 건축주의 몫은 아니라고 생각하는가? 공사 계약 당시보다 유가나 인건비, 자재 인상 폭이 클 경우 시공사는 어떻게든 비용을 맞추려고 애쓰게 된다. 자재의 등급이 낮아지든 공사일 수를 줄이기 위해 작업을 서두르든... 건축주 입장에서는 뭔가 아쉬운 결과가 나올 것이다.

4층 건물의 H빔 길이는 15m. 집이 다 지어질 때까지 옆 집의 땅에 자재를 보관

  땅이 작은 경우 대개 옛날 골목이기 때문에 진입도로도 좁을 것이다. 길이가 긴 자재, 무게가 무거운 자재, 키가 큰 장비... 어디다가 세워두고 작업을 해야 할까? 큰길에서 하차 작업을 한 후 사람의 손으로 일일이 날라야 할 것이다. 콘크리트를 치기 위한 펌프카는 또 어디로 들어와야 할까? 집을 짓는 일은 의외로 고려해야 할 요소들이 많고도 많다.

대형 장비가 동원되는 공정이 있는 날은 도로 확보가 필수

  협소 주택은 옆집과의 거리가 가깝고 이미 사람이 살고 있는 주택이기 때문에 건축 소음에 대한 민원도 공사하면서 겪는 큰 어려움 중 하나가 된다. 집을 작게 짓는 것은 비용을 줄일 수 있는 하나의 방법이지만 작은 땅에 작은 집을 짓는 것은 다시 한번 생각해 보라는 이야기를 하고 싶다. 입주 당시 분양가에서 2000만 원을 내려서 내어 놓았는데도 집을 못 팔아서 발을 동동 구르던 젊은 엄마의 지친 표정이 지금도 선명하다. 집을 잘못 선택했을 때 팔지도 못하고 들어가 살지도 못하는 족쇄가 될 수 있으니 관련 서적들을 읽어 보고 요즘은 좋은 경험담들이 넘쳐 나는 유튜브도 열심히 살펴보길 권해 본다. 

작가의 이전글 어쩌다 집짓기 - 21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