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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my Lee Jan 14. 2024

어쩌다 집짓기 - 21

3. 집 짓기의 세 번째 단계 시공

2. 터파기 

  터파기는 순우리말로 터(땅)를 판다는 뜻이다. 대지에 건물을 올리기 위해서 바닥을 평평하게 만들기 위한 기초공사이다. 앞서 '구옥을 사서 리모델링을 하기로 결심했다면?' 하는 부분에서 오폐수직관과 정화조 이야기를 했는데 폐수처리시설로 오수가 바로 내려가는 오폐수직관 지역이 아닌 곳에 집을 지으려면 터파기 하면서 정화조를 먼저 묻어야 한다. 콘크리트 박스 안에 FRP정화조를 넣어서 나중에 건물을 철거하더라도 정화조를 건드려 깨지는 일이 없도록 작업한다.

출처 네이버이미지

   11월 27일 첫 삽을 뜨는 날 포클레인으로 터파기를 시작했다. 내 경우는 정화조를 묻을 일이 없었으므로 석축공사를 먼저 했다. 현장소장님과 처음으로 의견 충돌이 일어났던 부분인 석축 쌓기. 사진에서 보이는 대로 대지 바로 옆으로 산이 있고 사면에 측구(물이 흐르는 곳)가 사유지 안에 있다. 1층이 어둡고 전망이 답답할 수 있는 상태라서 필로티를 넣기로 했는데 깎아낸 사면을 뭘로 막아야 할지 고민이 많았다. 석축을 수직으로 쌓아 올리는 면 쌓기로 하기로 결론을 내리고 공사를 시작했다. 

  장비로 큰 돌을 하나씩 뒤로 밀어가며 꽂아 넣으면 되는 조경 쌓기와 달리 면 쌓기는 큰 돌을 1단씩 깔고 그 사이를 작은 돌로 메꿔가며 레벨을 맞춰 뒤채움 시멘트를 채워 가야 하는 어려운 작업이다. 25톤 덤프트럭으로 두 대 분량의 돌이 들어왔다. 큰 돌을 골라 먼저 흙에 세우고 사이에 채울 작은 돌은 장비로 깨서 사용한다. 깬 돌은 체인에 걸어 사람이 직접 하나씩 모양을 맞춰 채워 넣는다. 위험도가 높은 전문 석공의 영역이다. 조경 쌓기는 포클레인 장비를 운전하는 한 명의 인원이면 되는데, 면 쌓기는 세 사람이상이 서로 합을 맞춰가며 작업해야 해서 인건비가 상승한다. 소장님이 면 쌓기를 반대한 이유가 여기에 있었다. 

  석축이 완성된 후 본격적인 터파기가 시작되었다. 땅의 본 바닥을 깎아 내거나 공사를 하기 위하여 흙을 쌓아 올리는 작업을 통틀어 토공이라고 한다. 토공 용어에 흙 깎기는 절토라고 하는데 흙을 깎아내는 정도에 따라 절취, 터파기, 준설이라는 용어를 사용한다. 절취는 설치할 시설물의 기초를 다지기 위해 지표면의 흙을 약 20cm 정도 걷어 내는 작업이고, 터파기는 절취 이상의 절토 작업을 말한다. 수중에서 토사나 암반을 굴착하는 작업은 준설작업이라고 한다.

  우리 단지는 약간의 경사가 있다. 단지에서 내가 고른 땅은 그나마 평지에 가깝지만 그래도 조금은 경사가 있어서 평탄화 작업을 하기 위해 다량의 흙을 파내야 했다. 눈으로 보기와는 달리 상당히 많은 흙을 퍼냈다. 25톤 덤프트럭으로 23대 분량의 흙이 사토장으로 보내졌다. 흙 양의 균형을 맞추기 위해 깎아낸 흙은 흙 쌓기에 사용하는 것이 경제적이지만, 흙이 부족할 때는 다른 곳에서 퍼와서 채워야 하기도 한다. 필요한 흙을 파내는 것을 취토라고 하고, 그 흙을 채취하는 장소를 취토장이라고 한다. 남아서 버려야 될 흙을 사토라고 하고, 그 남은 흙을 버리는 장소를 사토장이라고 한다. 

25톤 덤프트럭 두 대가 교대로 오가며 흙을 퍼 나름

  내 눈으로 직접 보면서도 믿기 힘들었다. 포클레인으로 퍼 올려진 흙은 몇 번 옮기면 25톤 덤프트럭을 가득 채웠다. 집을 지을 기초공사를 하는데 이렇게 깊게 땅을 파는지 몰랐었다. 이때 퍼 올려진 흙 속에 건축폐기물 같은 오염물질이 나오는 경우가 있다. 우리 땅에서도 약간의 콘크리트 조각들이 나왔는데 토지 개발 당시 이 자리에 원래 있던 집을 철거하면서 묻힌 것들로 보였다. 이렇게 폐기물이 섞인 흙은 사토장 반입이 거부된다. 추가 비용을 들여 폐기물 처리장으로 보내야 한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지질조사는 정말 중요한 과정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흙을 퍼 내다가 암반이라도 나오면 공사 과정이 또 달라지고 공사 기간 비용 또한 더해지기 때문이다.

조경기능사 실습 수업중에 정지작업을 위한 토량 측량

나는 주택살이 3년 차에 정원을 가꾸다가 너무 답답하여 조경기능사 자격증을 취득했는데 조경이라는 분야는 공부를 해보니 단순 꽃과 나무를 기르는 것만이 아니었다.  

조경기능사 : 자연환경과 인문환경에 대한 현장조사 및 현황분석을 기초로 기본구상 및 기본계획을 수립하고 실시설계를 작성하여 시공 및 감리업무를 통해 조경 결과물을 도출하고 이를 유지 관리하는 직무를 수행한다.

 그렇더라. 조경은 자연환경에 대한 시공과 감리까지도 포함하는 광범위한 학문이었다. 조경기능사 실기 과정에 터파기가 있었다. 위의 사진은 땅을 고르게 평평하게 만들기 위해 땅의 높이를 측량하는 법을 실습하는 모습이다. 

그라운드레벨(GL)을 맞추기 위해 깎아 내는 흙과 쌓는 흙의 양은 같아야 함

   땅을 고르는 정지작업을 할 때 흙 쌓기와 흙 깎기의 균형을 맞추는 일은 매우 중요하며, 토량을 맞추기 위해서는 정확한 정확한 토량 계산이 필요하다.  절토 지역이 성토 지역에서 멀수록 운반비가 증가하여 전체적인 공사비가 증가하게 되므로 토공을 계획할 때는 시공기준면을 중심으로 흙 깎기 양을 흙 쌓기 양에 맞추어 별도의 사토나 취토가 없도록 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시공기준면은 F.L : finish level 땅 표면은 G.L : ground level이라고 한다. 우리 집의 경우 25톤 트럭으로 23대가 사토장으로 나갔으니... 공사비 이를 어째. 

  나는 택지지구로 조성된 땅을 샀고 또 운 좋게도 내 집의 오른쪽 왼쪽 양옆 집이 거의 비슷한 시기에 집을 짓기 시작하는 바람에 덕을 많이 봤다. 일단 소음 민원이 없었다. 내가 집을 지을 때만 해도 입주세대가 많지 않아서 주말 공사도 가능했고, 이른 아침 공사를 시작해도 민원이 발생하지 않았다. 하루에 공사를 진행할 수 있는 절대 시간이 늘어나면 인건비를 줄일 수 있다. 인건비는 하루 또는 반일 단위로 작업한 날 현금으로 지급된다. 소음 민원 때문에 오전 6시에 시작할 공사를 8시에 시작한다면 두 시간 인건비는 그냥 사라지는 것이다. 매일 공사 내용이 달라지고 투입되는 업체가 달라지기 때문에 어제 두 시간 덜했으니 오늘 두 시간 더하겠다 이렇게 되지 않는다. 

  집 짓기는 인건비와의 싸움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장기화되는 코로나로 인해 공사 현장에서 외국인 노동자들이 줄어든 상황이다. 내가 집을 지었던 2019년보다 건축비가 30% ~ 80% 정도 인상되었다고 말하는데 아마도 인건비 인상이 가장 큰 요인이 아닐까 한다. 겨울 공사를 피해 봄에 집을 지으려고 했던 나의 생각을 바꾸기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일단 많은 토지 소유자들이 겨울 공사를 꺼리다 보니 단지 내 도로가 한가해서 커다란 트럭이나 포클레인이 길을 막고 있어도 큰 문제가 없었다. 공사가 빠른 시간에 진행되어야 총공사 비용이 줄어드는 건데 길을 정리하느라 소음 민원에 응대하느라 지체되면 그 초과비용은 모두 건축주의 몫으로 남는다. 게다가 내가 집을 지을 땐 단지에 빈 땅이 많았기 때문에 건축 자재들을 쌓아 둘 공간도 충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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