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Amy Lee Jan 13. 2024

어쩌다 집짓기 - 20

3. 집 짓기의 세 번째 단계 시공

1. 시공사와 계약할 때 반드시 챙겨서 봐야 하는 것

  이제부터 진짜 시작이다. 1월에 땅을 사고 3월에 시공사를 정했다. 공사 도급 계약서를 작성하고 총공사비의 10%를 입금했다. 공사 도급 계약서에는 계약금 중도금 1차 중도금 2차 잔금지급일에 대한 날짜가 명시되어 있다. 어디까지 공사하는데 1차 중도금을 얼마를 지급한다. 어디까지 공사하면 2차 중도금을 얼마를 지급한다. 이렇게 명시되어 있다. 시공에 들어가면 계약서를 최대한 꼼꼼히 작성하지 않아 생긴 책임은 계약서에 날인한 나에게 있다. 총 공사기간은 4개월 정도였기 때문에 거의 한 달에 한 번씩 1억대의 금액을 입금해야 했다. 등기비용이나 세금(취득세 등록세) 입주청소비 이사비용 등 부수적인 비용까지 모두 확인하여 재정관리를 해야 생각지 못한 추가비용에 당황하지 않을 수 있다. 내 경우도 영혼까지 탈탈 털어 집을 지었기 때문에 입주당시에는 돈을 쥐어 짜내느라 정말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다. 이 과정에서 종신보험 연금 혼수로 지니고 있던 금붙이들이 정리되었다.

  

공사도급계약서 작성 중

   입주 후 결로, 누수 등의 결함이 생길 때를 대비해 시공사로부터 하자이행증권을 받아두는 것이 좋다. 하자이행증권을 받아두면 시공사와의 마찰 없이 A/S를 받을 수 있다. 원칙은 이렇지만 사실 주택이란 것은 언제 어디서 언제까지 문제가 발생할지 알 수가 없다. 나의 경우에는 완공 후 이사를 들어오고 난 후에도 시공사가 단지 내에 다른 집들을 계속 짓고 있는 중이었기 때문에 언제든지 얼마든지 추가 공사나 보수공사를 와 주었다. 운이 매우 좋았다고도 볼 수 있고, 한솥밥의 에너지 때문일 수도 있다. 사람과의 '정'은 무서운 것이어서 어떠한 서류로도 메꿀 수 없는 큰 힘을 가지고 있는가 싶다. 입주 4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시공사 대표님 이사님과는 가끔 만나 서로의 안부를 묻는 고마운 인연으로 남아 있다.

   계약 이후 20여 차례의 설계 수정 끝에 9월 중순에 설계도면이 완성되었고 허가를 넣었다. 집을 짓다 보면 여러 건의 허가가 필요한데 개발행위허가는 집을 지을 토지에 대해, 건축허가는 건물 자체에 심의를 하는 것이다. 설계를 마치고 공사를 실제 시작할 때 받는 허가는 착공허가이다.

  겨울이 시작되기 전에 공사를 시작하고 싶어 설계를 서둘렀는데 한두 달 기다리면 될 줄 알았던 착공허가는 11월이 거의 끝날 무렵 받을 수 있었다. 첫 삽을 뜨는 공사 개시일은 2019년 11월 27일이었다. 겨울 공사가 불가피하게 되어, 기다렸다가 내년 봄에 공사를 시작할까 망설여지는 상황이었다. 집을 지어 본 경험이 있는 지인들이 많이들 말렸다. 겨울이어도 그냥 집을 짓겠다는 나를 정말 도시락을 싸 가지고 다니며(점심을 사줘 가며) 말렸다. 걱정이 적잖이 되었는데 소장님을 믿고 그냥 짓기로 결정했다. 나중에 조경기능사 공부하면서 알게 된 사실이지만 겨울 공사를 어렵게 만드는 콘크리트는 한여름과 한겨울처럼 기후가 적당하지 않을 때 물 자갈 시멘트에 추가로 사용하는 혼화제가 있다. 양생의 방법도 다르고 사용하는 시멘트도 다르다. 

지질조사장비

  천만다행으로 콘크리트를 붓는 날은 영하로 기온이 내려가지 않았고 또 정말 운 좋게도 그 해 겨울은 추운 날이 많지 않았다. 사진 장면은 9월에 지질조사를 하는 모습이다. 우리나라도 지진과 싱크홀 등 지반이 안전하지 않은 나라여서 2019년부터 2층 이상의 건물에는 내진설계를 위한 지질조사를 해서 암반의 등급을 평가하고 그에 맞춘 구조설계를 하도록 법으로 규정되어 있다. 2017년 포항지진의 영향이 아닐까 생각한다. 지질조사가 없이는 착공신고를 할 수 없다. 상당한 무게를 가진 건축물이 땅 위에 세워지기 때문에 그 무게를 충분히 버틸 수 있는지 미리 조사 확인하는 과정이다.

  소형사이즈의 대지에는 필지당 2개 정도 위치에 20미터까지 땅을 파서 건축에 적합한 땅인지 조사를 진행한다. 한 개 구멍에 100만 원~150만 원 정도 드는 지반조사 비용이 부담스럽지만 지반의 구성과 내진력을 정확히 파악하여 구조설계에 반영하기 위한 것이라서 사실상 비용면에서는 오히려 이득이 될 수도 있다. 생각지 못한 암반이 나올 수도 있고 지반이 약할 경우 기초공사를 할 때 구조보강도 해야 하는 경우가 있기 때문에 지층의 흐름을 파악하는 지질조사가 반드시 필요하다. 암반이 있는 경우 깨서 빼내야 하는데 쉽게 깨지지 않는 바위가 있을 수도 있고, 발파 과정의 소음 때문에 민원이 발생할 수도 있을 것이다. 또 암반의 크기가 너무 커서 발파에 시간이 많이 걸린다고 하면 또 어쩔 것인가? 집 짓는 일은 이렇게 예상밖의 일들이 냄비 속에서 버터에 튀겨지는 팝콘처럼 뭔가가 계속 툭 툭 터져 나오는 역동적인 일이었다.

  업체에 건축 견적을 받을 때 지질조사 비용이 포함되어 있는지를 반드시 확인할 필요가 있다. 업체에 따라 지질조사 비용이나 착공허가비 인입시설비 준공검사비 조경비 등을 별도로 청구하는 경우가 있다. 지질공사 비용이 설계비에 포함되느냐 아니냐를 두고 분쟁이 생기기도 한다. 계약서에 분명하게 명시를 해야 한다. 딱 집 한 채만 짓는 비용만을 견적서에 적어 계약을 성립시키는 경우가 많다. 자금력이 충분치 않은 대개의 건축주는 여러 업체들 중 가장 적은 비용으로 집을 지어 주겠다는 업체를 선택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시공사를 결정할 때 더 싼 곳만을 찾아 선택하는 경우가 가장 위험하다. 품질 구현이 어려운 수준의 공사비를 제안하는 경우에는 날림공사 거나 계약 후 설계 변경을 통해 공사비 증액을 요구할 수 있다. 계약 이후에 발생하는 여러 비용들을 항목별로 건축주에게 별도 부담하게 할 수도 있으니 호갱님이 되지 않으려면 건축주의 많은 준비가 필요하다. 착공허가비, 인입시설비 지질조사비 등등 들어 보지도 못한 비용들을 시공사에서 '이건 원래 건축주가 부담하는 겁니다.'라고 하면 어쩔 것인가? 모르고 그냥 당할 것인가?

출처 도서출판 마티 집짓기 바이블

  집 짓기에 사용할 총비용 내역이 '집짓기 바이블'에 정리되어 있어서 올려 본다. 시공사에서 견적을 5억에 제시하였는데 나에게 5억 5천이 있으니 집을 지을 수 있겠구나라고 생각하면 큰 실수. 나에게 5억 5천이 있으면 견적이 4억 이하로 나오는 집을 지어야 한다. 견적을 작게 제시하는 업체를 찾으라는 이야기가 아니고 4억 이하의 건축비가 나오는 작은 집을 지어야 한다는 뜻이다. '주경야독'의 시절에 손에 들고 다니며 마르고 닳도록 읽었던 책이 집짓기 바이블이다. 건축주 건축가 시공자가 만나 나눈 이야기 형식으로 엮은 책인데 읽다 보면 모든 분야의 궁금증이 해결되는 진짜 바이블이다.

고맙게도 내가 집 지을 땅은 공사에 적합한 양질의 토양으로 지질조사 결과가 나와 주었다.      

작가의 이전글 어쩌다 집짓기 - 19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