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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셸 킴 Jan 31. 2024

아이유 Love wins all 논란의 핵심 2가지

발매 직후부터 SNS 화제성을 평정한 아이유의 Love wins all 신곡 뮤직비디오가 논란의 중심에 섰다. 원래 신곡명은 ‘Love wins’ 두 단어였는데, 이 제목이 바로 성소수자의 구호인 ‘Love Wins’와 공교롭게 같았고, 아이유측은 해당 구호를 이성애적인 영상에 갖고와 사용했다는 점에서 성소자들로부터 자신들의 대표 메시지를 빼앗겼다는 비판을 받았다. 두번째는 아이유가 BTS의 뷔와 함께 연기했던 뮤직비디오 속 역할들이 각자 장애가 있으나, 그들의 상상 속 유토피아에서는 장애가 없는 채로 묘사되었다는 점이다. 이 장면은 장애와 비장애, 디스토피아와 유토피아를 구분 지었다는 점에서 장애인들의 항의를 받았다. 


https://www.youtube.com/watch?v=JleoAppaxi0

BTS의 뷔가 출연한 아이유의 신곡, Love wins all.



‘Love Wins’, 아이유의 언어인가 성소수자들의 언어인가?

2016년 미국 플로리다 주의 한 게이 나이트클럽에서 총기 난사 사건이 일어났고, 수십명이 사망 혹은 부상을 당했다. 총기 난사의 범인은 평소 동성애 혐오 사상을 갖고 있었던 것으로 파악되었고, 해당 사건으로 인해 사망한 이들을 추모하는 과정에서 성소수자들의 구호인 ‘Love Wins’가 탄생했다. 그 이후 미국에서 동성결혼이 공식적으로 법제화되는 등 LGBTQ 당사자들에게 기념비적인 사건이 있을 때마다 해당 슬로건은 일종의 상징으로서 사용될 만큼  성소수자들을 대표하는 의미를 지녀왔다고 할 수 있다. 


미국 플로리다 주에서 게이 나이트클럽 총기 난사 사건을 추모하는 벽면. Love Wins 슬로건이 눈에 띈다. 


다만 이제 Love wins, 혹은 Love wins all을 검색하면, 아이유의 신곡 뮤비 및 그와 관련된 기사가 포털과 구글의 검색 결과를 뒤덮었다. 아이유와 뷔의 대중적 영향력은 성소수자와 같은 웬만한 집단의 어젠다를 순위에서 밀려나게 할만큼 가히 폭발적이다. 다수 집단이 소수 집단의 구호를, 언어를, 어젠다를 본인들 것으로 갖고 와서 사용할 때, 그것을 학계에서는 보통 문화적인 전유(appropriation)라고 부른다. 성소수자들은 ‘Love Wins’라는 자신들의 슬로건이 아이유의 뮤직비디오에 의해서 해당 언어를 빼앗겨버렸다고 주장했다.

 

아이유와 그의 소속사는 사실 이에 굉장히 빠르게 대응했다. 논란이 시작된지 하루만에 소속사에서는 아티스트의 자필 노트를 공개하며 신곡의 기획의도가 ‘대혐오 시대’를 꼬집은 것이라고 밝혔고, 아이유는 “이 곡의 제목으로 인해 중요한 메시지가 흐려질 것을 우려하는 의견을 수용’한다며 신곡 제목 ‘Love wins’에 단어 ‘all’을 추가하며 타집단의 언어를 빼앗지 않으려는 신중함을 보였다.  


아이유가 직접 팬들에게 공유한 신곡 작업 배경 노트.



신곡 제목이 수정됨에 따라, 포스터에도 단어 'all'이 추가된 채로 재배포 되었다. 


장애가 있는 주인공, 과연 장애는 극복의 대상일까?

아이유의 Love wins all 뮤직비디오는 영화  <콘크리트 유토피아>의 엄태화 감독이 연출했다. 그의 전작을 연상시키듯, 뮤직비디오 초반에 아이유와 또다른 주인공 BTS의 뷔는 무엇인가로부터 쫓기듯 얼굴에 피가 묻은 채 폐허가 된 아파트 속으로 손을 잡고 들어간다. 그곳에서 마치 버려진 과거의 문명처럼 보이는 TV, 혹은 캠코더를 발견한 두 사람은, 이내 캠코더를 손에 들고 서로의 모습을 찍어주는 다정한 연인을 연출한다. 아이유는 수화를 사용해 뷔와 의사소통을 하며, 뷔는 한쪽 눈이 보이지 않는듯 눈동자가 온통 푸른색이다. 


폐허가 된 아파트로 쫓기듯 들어가는 두 사람의 모습. 뮤직비디오의 초반 장면이다. 뷔의 오른쪽 눈이 푸른색임을 확인할 수 있다.



문제가 되는 것은 바로 이 지점부터다. 캠코더로 서로를 찍어주며 잠깐 잠깐 비치는 모습에서, 아이유는 말 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마이크까지 잡고 노래하는 장면으로 묘사가 되고, 뷔는 양 쪽 눈 모두를 쓸 수 있는 소위 ‘정상적인 모습’으로 나온다. 엄태화 감독에 따르면 캠코더 속에 찍히는 화면은 폐허가 되기 전 멀쩡했던 세상이다. 그 멀쩡한 세상에서, 아이유와 뷔가 지녔던 장애도 사라진 채 둘은 멀쩡한 사람이 되어 둘이서 행복하게 지내는 모습을 상상한다. 뮤직비디오를 보고 나면, 폐허와 유토피아를 구분 짓게 된다. 장애와 비장애를 구분 짓게 되고, 자연스레 정상과 비정상, 암울함과 행복을 각 대립항에 놓게 된다. 

아이유가 캠코더로 찍어주는 뷔의 모습. 푸른색이던 오른쪽 눈이, 검게 변하며 시야가 돌아오는 듯 보인다. 


이쯤에서 생각나는 사건이 하나 있다. 2018년 저명한 물리학자 스티븐 호킹이 별세했는데, 그때도 국내외할 것 없이 언론에서는 “죽음과 장애 극복의 아이콘”이라거나 “휠체어에 묶인 삶”으로부터 그가 자유로워졌다며 그의 죽음을 대서특필했다. 하지만 허프포스트코리아에서는 해당 일간지 미국판에 실린 글을 하나 번역하여 보도 했는데, 바로 스티븐 호킹과 유사한 희귀성 장애를 지닌 사람의 입장에서 쓴 글이었다. 그는 스티븐 호킹의 죽음을 대하는 언론 보도에 대해 다음과 같이 적어 내려 갔다.


“호킹은 장애에도 ‘불구하고’ 우주의 원리를 밝힌 것이 아니다. 그는 자신의 존재의 현실을 제대로 인식하는 장애인으로서 매일 매일을 장애인으로 살아가며 우주의 원리를 밝혀냈다. 다른 장애인들의 삶과 마찬가지였다.”


스티븐 호킹의 사망 즈음에 누군가가 그린 삽화. 휠체어에서 일어나 걸어가며 죽음을 맞이하는 모습이 그려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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