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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셸 킴 Feb 04. 2024

<골든걸스> 댓글판은 콘텐츠 바이럴의 정석이다

이야깃거리가 필요한 요즘

애정해 마지않던 KBS <골든걸스>가 종영했다. 2023년 금요일 예능 최고 시청률, Wavve 비드라마 시청 순위 4위. 유튜브 인기 급상승 2위, 누적 조회수 4000만뷰. 멜론 TOP 100, 신인아이돌 랭키파이 3위 (1위 라이즈, 2위 뉴진스). 숫자를 나열할 것도 없이, <골든걸스>는 2023년 최고 예능 프로그램 중 하나로 등극했다.  


https://www.youtube.com/watch?v=U_-csilw6XA

박진영이 기획한 걸그룹 미쓰에이의 데뷔곡, 'Good-bye Baby'를 커버한 골든걸스의 인순이, 신효범, 박미경, 이은미.

그 어떤 프로그램보다  <골든걸스> 영상에는 소위 ‘뚱댓’이 많았다. 일반적으로 무대 영상에 달리는 댓글 - 노래를 잘한다던지, 무대가 이런저런 볼거리가 있다던지- 보다, 이 프로그램은 시청자들이 5~10줄씩 긴 댓글을 달며 박진영의 기획력과 커뮤니케이션을 눈여겨보거나, 평균 나이 60세의 멤버들이 자기관리하는 법, 새로운 것을 받아들이는 애티튜드 등을 보며 무언가 배워가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그래서 그런지, 유독 무언가를 “깨달았다”는 동사의 빈도수가 그 어떤 댓글판보다도 높다.  



이는 현재 시대의 콘텐츠 바이럴에 시사하는 점이 많다. 많은 사람들이 조회수가 나오고 댓글이 많이 달리는 건 단순히 자극성 때문이라고 생각하지만, 바이럴의 본질은 더 폭넓다. 바로 ‘이야깃거리’다. 어떤 사안에 대한 발화의 주제와 양이 그 바이럴의 진폭을 결정하고, 자극성은 그를 달성하는 하나의 수단일 뿐이다. <골든걸스>의 댓글 양상을 살펴보면,  ‘과거의 디바들이 걸그룹에 새롭게 도전한다’는 원래의 기획의도 외에도 한국의 음악 산업에 대해 논하거나, 인생에 있어 지치지 않고 도전하는 마음가짐에 대한 내용이 보인다. 콘텐츠의 내러티브가 그를 소비하는 사람들에 의해 확장되는 순간이다.


이렇게까지 진지한 댓글이 달리는 건 정치 영상 뿐인줄 알았다.

이 브런치에서 자주 언급하는 일본의 철학자 아즈마 히로키 역시 “포스트모던 사회의 문화 현상은 작품이 아니라 ‘작품 소비자의 행위’를 시야에 넣을 때 비로소 전체 의미를 파악”할 수 있다고 논하며, SNS와 스마트폰의 출현은 세계의 포스트모던화를 강화하는 현상이라고 짚어냈다. 어떤 프로그램이 흥한 이유를 알려면, 그것을 감상한 시청자들이 댓글 등을 통해 콘텐츠의 주변에 만들어낸 문맥을 살펴봐야 한다.


그럼 이제부터 뚱댓들을 본격적으로 감상해보자. 먼저 박진영의 기획력에 대한 댓글, 그를 넘어서 박진영이라는 인물 자체가 K팝에 대해 갖고 있는 열정과 고민의 흔적마저 고찰한 댓글이 돋보인다.


박진영이라는 프로듀서의 기획력에 대한 댓글과 더불어, 그가 케이팝 산업에 대해 고민하는 흔적마저 들춰낸다.

신효범은 트와이스의 <Feel Special>을 커버했고, 박미경은 아이브의 <I am> 무대를 커버했다. 두 영상 모두 200만 조회수를 기록했고, 그보다 더 길고 감상적인 댓글을 탄생시켰다.

 

https://www.youtube.com/watch?v=6nUwJo30eBs


https://www.youtube.com/watch?v=u7XoRwQb4zY


다음은 인순이에 대한 댓글 갈무리다. 가인의 <피어나>를 커버한 무대에 대한 댓글 외에도, 인순이의 연습이나 인터뷰 영상에서 볼 수 있는 애티튜드에 대한 댓글들이 유독 많이 보였다.


https://www.youtube.com/watch?v=na-ho6jVnZE


<골든걸스>가 흥했던 진정한 이유는 콘텐츠를 둘러싼 이야깃거리가 많았기 때문이다. 신선한 무대에 이끌려 처음 영상을 보러 온 사람들이 박진영의 기획력에 대한 댓글을 보고 그가 멤버들을 섭외하는 영상으로 찾아서 넘어간다. 그런가하면 멤버들이 합숙하는 영상을 찾아보며 40년 이상 가수로서 업을 수행한 사람들이 새롭게 도전하고 끊임없이 노력하는 모습을 보게 된다. 그리고 나서 무대를 다시 보았을 때, 처음의 신선함에 더해 확장된 내러티브의 맥락에서 그 무대는 더욱 깊어진 의미를 갖게 다. 그렇게 반복 시청하며 바이럴, 입소문이 탄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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