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미셸 킴 Mar 22. 2024

정치인 숏폼 콘텐츠의 옥석을 가려보았다

한 달 전, 정치인 숏폼 시대가 개막했다는 글을 썼다. 거창하게 개막이라곤 했지만 막상 소개한 의원 및 후보는 4~5명 정도였는데, 한 달 새 나의 인스타그램 알고리즘의 최소 15%는 정치인 릴스로 가득 찬 듯하다.  

내 피드만 점령 당한 건 아닌 것 같다. 펨코의 누군가도 비슷한 걸 느낀듯 하다.


심지어 새로운미래당은 아예 saemirae_mz 계정을 파고 말 그대로 MZ스러운 콘텐츠를 시도하고 있다. 국민의힘 원희룡은 나경원의 길거리 캐스팅 콘텐츠를 보고 이거다 싶었는지 이천수까지 대동해서 인터뷰도 찍고, 당시 핫했던 움파룸파 챌린지까지 선보였다. 여담이지만 길거리캐스팅이 약간 끝물이라 나경원만큼의 폭발적인 조회수를 얻지는 못했다. 다시 생각해보니 외모 차이인 것 같기도…


새미래 공식 인스타그램 계정은 따로 있는데, _mz를 컨셉으로 하나 더 판 듯하다.


ESFP 전국 수석 원희룡. 많은 정보를 알아간다..!


지난번 글에서는 정치인 보좌관들이 릴스를 찍을 때 필요한 체크리스트를 작성했었는데, 이제 사례가 제법 생기다 보니 정치인 릴스에도 일종의 옥석을 가릴 수 있게 되었다. 해서 이번 글은 보다 실용적인데, 지금까지의 사례 중 바로 적용할 수 있는 레퍼런스 소개와 더불어, 지양해야 할 콘텐츠 및 그 이유를 적어 보려 한다. 그리고 이 글을 통해 숏폼 콘텐츠가 도파민 중독의 첨병이라는 오해를 정정하고 다른 매체와 마찬가지로 장단점이 공존하고 있음을 콘텐츠 마케터로서 일갈해보자 한다.


숏폼 콘텐츠가 도파민 중독의 첨병이라는 오해를 정정하려고 쓴 글

https://brunch.co.kr/@mrtolstol/32


정치권의 숏폼 홍보 현상에 대하여 MZ 여론지 ‘뉴닉’에서도 다룬 바 있다. 이따가 또 언급하겠지만, 정치인 릴스를 바라보는 여론은 긍정 반, 부정 반이다. 시대의 흐름에 따른 필연적인 홍보 수단으로 여기는 사람들도 있고, 콘텐츠 찍을 시간에 공약 소개에 집중 했으면 좋겠다는 의견도 있다. 대체적으로 릴스가 표상하는 가벼움을 경계하는데, 이런 콘텐츠를 만드는 입장에서는 무겁게 만들기만 하면 사람들 눈에 전혀 띄지 않는다. 그러니 소통을 위해 가볍게 만들었다는 걸 영상에서 명확히 제시하거나, 무거운 이야기를 꺼내기 위한 장치로 가벼움을 활용하는 것이 좋은 콘텐츠라고 할 수 있겠다. 이제 하나씩 자세히 알아보.


뉴닉의 정치인 숏폼 관련 긍정/부정 투표 결과. 은근 긍정도 많다!


정치인 릴스의 좋은 예 <하나> -
소통은 자신을 내려놓는 것에서 시작한다   


민주당 시흥(갑) 문정복, 국민의힘 동작(을) 나경원의 채널을 예시로 들고 싶다. 문정복 채널의 경우 한 달 전 숏폼의 선두주자 그룹을 소개할 때만 해도 없었는데, 그 직후 바로 알고리즘에 떴다. 이 채널을 유심히 살펴보며 느낀 점은 기획 구성은 보좌관들이 하겠지만, 의원 본인도 콘텐츠의 기획의도를 잘 파악하고 적극적으로 참여한다는 것이다. 즉 본인의 채널을 진짜 소통의 창구로 여긴다는 것인데, 이는 나경원 채널도 마찬가지다. 나경원은 길거리 캐스팅 콘텐츠 이후 어느 정도 자신을 내려놓은 것 같다. 게임 밈을 활용한, 본인에게는 어려울 수 있는 콘텐츠도 기꺼이 연기해낸다. 정치인 릴스하려면, 본인이 우선 소통에 진심이어야 한다.

(좌) 문정복. 저 영상 찍는데 시간 많이 든다. 하자고 말꺼내기 어려운 영상이다. (우) 나경원. 나도 사실 이 밈을 이해하진 못했다.

두 채널 외에도, 라이즈 팬인 딸과 소통하는 모습을 담은 국민의힘 대구 동구(갑) 임재화의 숏폼, 잘못 대답하면 나락행인 호날두vs메시 문제로 허둥지둥하는 개혁신당 남양주(갑) 조응천의 콘텐츠도 정치인이 국민과 소통하려는 메시지를 명확하게 전달하는 예시다. 앞선 글에서 소개한 대전 서구(갑) 유지곤의 나루토춤 챌린지와 그 궤를 같이 한다고 볼 수 있다.



유지곤 영상에 본인이 직접 단 긴 댓글을 같이 첨부한다. 소통을 하려면 이 정도 생각은 갖고 해야 한다.
정치인 릴스의 좋은 예 <둘> -
유행으로 시작하되 공약으로 끝내라


두번째 콘텐츠 유형은 이 글에서 내가 가장 추천하는 유형이다. 앞서서 언급한 뉴닉에서는 정치인의 숏폼 홍보에 대해 2000여 명 시민의 투표를 진행했는데, 숏폼에 긍정적인 이들은 짧은 시간에 핵심을 어필할 수 있는 숏폼이 선거 공약 등 정치 관련 정보에 대한 접근성을 높인다고 지적했다. 그에 따라 단순히 유행을 좇기보다는 더 좋은 숏폼 콘텐츠와 문화를 제시하길 바란다며 의견을 피력했는데, 나도 이 관점에 적극 동의하는 바이며, 구체적인 예시가 될 수도 있는 콘텐츠를 소개하고자 한다.

정치인의 숏폼을 긍정적으로 바라본 사람들의 의견이다.

숏폼의 핵심은 ‘밈’과 ‘오디오’다. 외모 콘텐츠를 제외한 대부분의 조회수는 밈과 오디오를 얼마나 시의적으로 적절히 쓰는지에 따라 나온다. 정치인 릴스는 유행하는 밈과 오디오로 영상을 시작하되, 중반부터 자막과 이미지로 공약을 소개하여 주요 정보에 대한 접근성을 높일 수 있다. 국민의힘 남양주(병) 조광한은 이재용 밈을 직접 따라하며 영상을 시작했다가, 경기 북부 도서관 건설의 성과를 어필한다. 그의 채널의 대다수 숏폼은 조회수 1000~2000대를 기록하지만, 이 영상은 2만을 넘으며 눈길을 잡아끄는 영상의 긍정적인 효과를 보여주었다. 슬릭백 음원에 춤을 추며 본인의 또다른 성과를 홍보하는 영상을 같이 첨부해둔다.



이재용의 쉿 밈 (원본)과 그를 패러디한 조광한.

예시를 더 들어보겠다. 오세훈 서울시장도 인스타그램 계정을 잘 활용하는 편인데, 서울시에서 추진하고 있는 기후 동행 카드 정책을 소개하기 위한 릴스 콘텐츠다. 또한 앞에서 언급한 문정복의 지하철역 건설 공약 릴스와, 그동안의 시정 활동 성과를 요약한 릴스 역시 좋은 예시가 될 수 있다.


세 콘텐츠의 공통점은 유행하는 밈과 오디오로 영상을 만들되, 자막으로 공약과 성과를 소개한다는 점이다.
정치인 릴스의 좋은 예 <셋> -
현장을 뛰어다니는 모습은 좋다

지역구의 국회의원을 뽑는 총선은 생활 밀착적으로 시민들과 지역구에서 소통할 수 있다. 이번 총선 나경원의 공약 중 하나는 동작구 초중고에 축구 잔디 구장을 만든다는 것인데, 직접 학교를 방문해 학생들과 축구를 하며  공약을 명확한 메시지로 전달했다. 여러번 언급하고 있는 문정복 역시 시흥 지역 어린이 승하차 구역 방문 영상이 뜬금없이 조회수 92만이 터졌다. 댓글에는 여러 학생들이 본인의 학교에도 잔디 구장을 깔아달라고 남기기도 하고, 다른 구역의 보도블럭 등 생활 이슈를 해결해달라고 달기도 한다. 총선에서는 지역구민의 댓글을 기반으로 직접 현장을 점검하고 공약을 제시하는 류의 기획을 추천한다.  


어차피 현장에 유세하러 많이 나갈텐데, 그 김에 영상을 찍어보자. 단, 시민의 협조는 반드시 구해야 한다.
정치인 릴스의 나쁜 예 <하나> -
어그로만 끌고 메시지는 없다

정치인 릴스가 잘못 활용된 레퍼런스를 소개하려 한다. 조선일보에서 소개한 인도네시아 정치인의 틱톡을 무엇보다 경계할 사례로 들 수 있는데, 한 달 전 대선을 치른 인도네시아에서는 틱톡에서 막춤을 추는 국방 장관 프라보워 수비안토의 선거 전략이 위세를 떨쳤다고 한다. 그는 과거 인도네시아의 군부독재자의 사위이자 부하였는데, 본인도 소수민족 독립 운동을 유혈 진압했던 폭력적 이미지를 희석시키기 위해 유세 현장에 갈 때마다 막춤을 추고, 그것을 인도네시아 국민들이 촬영해 틱톡에 올리도록 바이럴 전략을 세웠다는 것이다.


소통과 선동은 어찌보면 한끗 차이다. 그렇기 때문에 조회수가 잘 나오는 유형의 챌린지 콘텐츠는 정치인 본인을 알리는 용도로 최소 1,2건 정도만 올리고 다른 영상은 공약과 성과에 집중 하거나, 유지곤처럼 긴 댓글을 통해 챌린지를 찍은 소통의 의도를 자세하게 풀어쓰는 등의 보완책을 병행해야 한다.


파주(을) 민주당 박정은 지난 글에서 숏폼 선두그룹으로 소개한 바 있는데, 그는 스텔라장의 노래 Colors의 가사 ‘I could be red, I could be yellow, I could be blue~’를 활용해 본인의 당색을 강조한 콘텐츠를 올렸다. 사실상 이 콘텐츠는 국민의 힘 당색인 ‘I could be red’ 부분과의 미스매치를 활용해 어그로를 유도한 것인데, 그렇다면 반드시 뒤에서 어그로를 끌었던 이유라도 제시해야 한다. 이 영상은 의도적으로 어그로만 끌었을 뿐, 메시지도 위트도 부재했다.

민주당이 이번 총선에서 지향하는 바라도 댓글에 적던가...! 그냥 어그로 댓글만 노린 거다.
정치인 릴스의 나쁜 예 <둘> -
조회수 잘 나온 것만 반복해서 찍어 올린다


이 글에서는 최대한 다양한 유형의 릴스를 소개하고 있지만, 정치인 숏폼 대다수는 사실 ‘띄어쓰기의 중요성’ 밈이다. 인스타그램을 시작하는 대부분의 정치인이 그러하듯, 민주당 양천(갑) 이나영도 해당 챌린지에 참여하는 콘텐츠를 올렸다. 하지만 조회수가 잘 나오니 시리즈물처럼 2탄, 3탄을 연속해서 내놓은 데다, ‘이제 명함 해볼까, 이재명 함 해볼까’를 통한 친명계 메시지만 주구장창 반복해서 던졌다. 총선 결선 투표 기간이었으나 당원들에 친명계라는 점을 어필하고자 했던 것 같지만, 반복적인 영상이 알고리즘에 오르니 피로감은 둘째치고 고조회수 콘텐츠에만 집중하는게 정치인으로서 내공이 빈약해 보였다. 그는 경선 직후 부정 행위로 자격 상실 되었다.

친명계 암시를 2번이나 한데다, 띄어쓰기의 중요성은 3번째다. 그 3번째에서도 배경에 이재명이...!
정치인 릴스의 나쁜 예 <셋> -
실패한 기획, 철 지난 구성


성상품화와 특정 집단 비하는 절대로 가져가면 안되는 구성이다. 영상에 등장하는 본인에 대한 거라고 해도 그렇다. 국민의힘 성동(을) 이영은 ‘미녀 인증 챌린지’에 도전했다며 쇄골에 동전을 쌓거나, 팔을 한바퀴 돌려 배꼽에 손이 닿을 수 있는지를 시도해본 영상을 올렸다. 둘다 중국에서 여성들이 몸매 인증을 하기 위해 시작된 챌린지로, 2015년으로 유행이 거슬러 올라간다. 본인이 보좌하는 정치인의 외모를 홍보하는 것은 숏폼 뿐 아니라 그 어떤 수단으로도 어필하면 안되는 메시지이며, 시기적 & 내용적으로 철이 한참 지난 챌린지를 갖고 오는 것은 콘텐츠 기획자로서도 너무 구리다. 경계의 목적으로 소개한다.

동전 올리기, 배꼽에 손 닿기는 무려 2015년! 중국에서 몸매 인증으로 시작된 밈이다. 이 국회의원이 해야하는 이유가 없다.


긴 글의 결론을 내보려 한다. 다시 뉴닉의 아티클로 돌아가보면, 투표자들이 숏폼에 대해 인지하는 위험성은 명확하다. 바로 (1) 맥락이 없으며, (2) 부정확하고 (3) 자극적이라는 것이다. 그렇다면 반대로 공약 어필 / 성과소개 등 정확한 정보로 영상의 맥락을 부여하고, 어그로나 부적절한 내용의 콘텐츠를 지양하면 된다.


충주시의 김선태 주무관은 유튜브에서 주로 활동하지만, 그의 콘텐츠는 밈과 유행으로 가벼운 느낌을 내되, 결과적으로는 충주시를 홍보하거나 정책을 알리는 데 집중되어 있다. 정치인들도 양질의 숏폼을 통해 젊은 세대와의 접근성을 높이고 선거 마케팅의 새로운 지평을 열기를 바라며 정치인 숏폼의 옥석을 가려보았다. 다음은 총선이 가까워지고 더 많은 마케팅 전략이 본격적으로 펼쳐지기 시작하면 돌아올 예정이다!


<파묘> 600만을 축하하며 올린 김선태 주무관의 영상은, 영화 일부 장면이 충주에서 촬영되었다는 점을 소개하고 끝난다.



매거진의 이전글 숏폼으로 홍보하려는 정치인에 고함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