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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셸 킴 Apr 01. 2024

조국혁신당과 대박 드라마의 평행이론

시청률 고공행진 중인 조국이라는 드라마

조국혁신당의 돌풍이 총선을 휩쓸고 있다. 정당지지율은 10%, 비례정당 지지율은 30%에 육박한다. 최근에 모금한 펀드도 1시간만에 200억을 돌파하며 마감되는 기염을 토했다. 언론사와 평론가들은 각기 컨벤션 혹은 밴드웨건 효과라느니, 윤석열 정권 심판을 원하는 진보층이 결집했다느니 분석한다. 하지만 콘텐츠 마케터로서 색다른 시각을 던져보자면, 바로 조국혁신당에서 대박 친 드라마의 공식을 뽑아낼 수 있다는 것이다. 이 글에서는 조국혁신당의 가파른 상승세를 화제성 있는 콘텐츠에 대입하여 접근해보고자 한다. 


나만 궁금한게 아니다. 모두가 놀라워하고 있다. 


몰입하게 만드는 캐릭터:
“수려한 외모의 엘리트 학자에서 굴곡진 삶의 정치 투사로”  


잘 된 드라마에는 항상 매력적인 캐릭터가 있다. <재벌집 막내아들>의 진양철 회장,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의 우영우 그리고 최근 <내 남편과 결혼해줘>의 정수민 등, 주/조연, 선/악역을 가리지 않고 시청자의 마음을 사로잡으며 몰입도를 높이는 캐릭터가 있게 마련이다. 조국은 서울대 법대를 나왔는데 외모는 영화배우처럼 생겼고, 삶의 큰 위기를 겪으며 정치 투사로 변모한 캐릭터다. 어떻게 보면 드라마보다도 더욱 드라마 같은 캐릭터로, 시청자들은 그런 그를 보고 동정심과 호감을 느끼며 그의 행보에 기대와 지지를 보내게 된다. 


유시민 작가에 따르면, 2019년 서초동 조국 수호 집회의 참가자들이 바로 조국혁신당의 코어 팬덤이다. 이들은 노무현에서 문재인으로 이어지는 민주당 핵심 지지층 586 화이트칼라인데, 이재명으로 이어지고 있었던 후계 라인이 조국으로 넘어간 것으로 보이기도 한다. 마치 무협드라마에서 무언가 마음에 안 드는 첫째 아들 대신, 오랫동안 강산을 떠돌다 돌아온 둘째 아들이 후계자로 급부상한 느낌이랄까. 약간은 과장된 해석이겠지만, 민주당의 코어 팬덤이 조국이라는 캐릭터에 몰입할 수 있게 만들어 주는 것만은 분명하다.  


유독 조국을 영화 캐릭터에 빗대는 사람이 많다. 


조국이라는 캐릭터의 높은 몰입성은 최근 클리앙에서 만든 조국혁신당의 UGC 포스터에서 잘 드러난다. 대표적인 친노 친문 커뮤니티 클리앙의 한 유저는 3월 22일, 조국의 부산 유세 현장 사진으로 조국혁신당 선거 포스터를 만들었다. ‘다만 악에서 구하소서’라는 실존하는 영화 제목을 차용, 조국 및 당원들의 단체 이미지를 흑백으로 연출하여 배치했는데, 본인이 스스로의 잘생긴 외모에 평생 불만을 가졌던(?) 것과는 아이러니하게도 콘텐츠화하여 덕질하기 좋은 조국의 캐릭터성을 여실히 보여준다. 아이돌로 치환하면 비주얼 멤버와 덕후몰이상 멤버가 결합된 아주 강력한 캐릭터라고도 볼 수 있지 않을까. 


클리앙발 조국혁신당 UGC 포스터. 일부 커뮤니티에서는 공식 포스터로 바이럴되며 홍보 담당자가 칭찬을 듣기도 했다.  



선명한 도파민의 서사:
“일가가 풍비박산 난 남자, 악을 향한 처절한 복수”  


일부러 제목을 영화 포스터 로그라인 느낌으로 뽑아봤다. 조국이 법무부 장관이던 시절, 윤석열 당시 검찰총장과의 힘겨루기로 온가족이 난도질 당한 사실은 모두가 알고 있다. 당시에는 끝없이 밝혀지는 위법 행위에 등돌린 국민이 많았지만, 아내는 징역을 살고 딸은 대학교와 대학원에서 퇴학 당하며 가족 전체가 무너진 것에 민주당 지지자 뿐 아니라 중도 성향의 민심도 동정 여론으로 기울었다. 그래서 조국이 윤석열 타도의 기치를 내걸었을 때, 진정성을 넘어서 결기를 느낀 사람들이 많다. 유시민 작가는 “자기가 소중히 여기던 모든 것을 한순간에 다 빼앗긴 남자의 어떤 절망적인 몸부림이 있다” 평했다. 

유시민 작가의 조국혁신당 돌풍 원인 분석.

무협소설을 많이 보는 사람은 각각 동귀어진, 회광반조라는 사자성어를 들어봤을 것이다. 동귀어진은 함께 죽을 생각으로 상대에게 덤벼들거나 상대와 함께 죽는 것을, 회광반조는 죽어가는 인물이 마지막 힘을 다해 순간의 필살기로 적을 압도하는 것을 의미한다. 일가의 복수를 위해 나선 조국의 스토리는 바로 동귀어진이고, 2심에서 징역을 선고 받고 3심을 기다리고 있는 조국의 서사는 바로 회광반조다. 서사가 있는 네거티브는 더이상 네거티브가 아니라 복수가 된다. “3년은 너무 길다! 느그들 쫄았제?” 조국혁신당의 선거 전략은 윤석열과 한동훈에 대한 선명한 네거티브지만, 조국의 서사와 결합해 시청자들에 복수의 카타르시스를 선사한다. 

"고마 치아라 마" "느그들 쫄았제?" 선거 네거티브보다는 울분에 찬 복수의 대사로 느껴진다. 

보통 줄거리를 한 문장으로 명쾌하게 설명할 수 있으면, 좋은 드라마가 될 요건을 갖추고 있다고 한다.  <내 남편과 결혼해줘>는 “시궁창 같은 운명의 여자가 과거로 회귀해 전남편과 내연녀에 복수하는 드라마”고,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는 “천재적인 두뇌와 자폐스펙트럼을 가진 신입 변호사 우영우의 대형 로펌 생존기”다. 그렇다면 조국혁신당 드라마의 한 줄 설명은 바로 “일가가 풍비박산 난 남자의 처절한 복수가 시작된다” 아닐까? 조국 서사는 요즘 말로 고자극 도파민 드라마 그 자체다.    


https://www.chosun.com/entertainments/broadcast/2024/02/15/WGRDIU42F5Q7FLD6D6CUU7OX4U/



무협지에, 복수극에... 이런 콘텐츠가 없다. 드라마보다 더 드라마 같은 조국혁신당.


관계성/케미스트리:
"반윤과 검찰개혁으로 뭉친 사람들"


성공하는 드라마에는 주조연 간의 매력적인 관계성, 일명 케미스트리가 존재한다. <재벌집 막내아들>에서는 진양철 회장과 회귀한 주인공 진도준 사이에 대립각을 세우면서도 서로를 믿고 의지하는 관계성이 시청자들을 끌어 당겼다면,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는 봄날의 햇살 최수연을 비롯한 로펌 한바다 식구들과 주인공 우영우의 따뜻한 케미스트리가 뜨거운 호응을 받았다. 


조국혁신당에도 조국과 비례대표들 간의 이러한 관계성이 필요하다. 이미 그 씨앗은 있는데, 비례대표 중 박은정, 황운하, 차규근 등이 대표적인 반윤 정서를 공유하며 검찰 개혁이라는 기치를 공유하고 있다는 점이다.  박은정 검사는 윤석열이 검찰총장일 때 그를 감찰했다는 이유로 최근 법무부에서 해임되었으며, 황운하 의원과 차규근 본부장의 경우 울산 시장 선거 개입, 김학의 불법 출국 금지 등 사건을 겪으며 검찰 개혁을 강하게 주장하고 있다. 조국 뿐 아니라 비례대표들의 색깔도 비교적 선명한 편이라, 이제 그들 간의 케미스트리를 풀어낼 수 있다면 이 드라마의 시청률은 더욱 고공행진할 것이다. 


파란색으로 밀고 있다. 리터럴리 색깔이 선명하다. 


조국혁신당이라는 드라마는 시청률이 고공행진 중이다. 노무현 - 문재인으로 이어지는 민주당 코어 팬덤이 발굴한 후계자 조국은 엘리트 학자에서 배수의 진을 친 채 가족의 복수를 단행하는 투사 캐릭터로 탈바꿈했다. 코어 팬덤은 그에 동정과 지지를 투영하며 포스터 등 UGC 콘텐츠를 통해 2차 바이럴을 하고, 영화 배우 같은 외모 덕에 2차 저작물 역시 고퀄리티(?)로 뽑혀 널리 확산되고 있다. ‘파란 불꽃’이 되어 윤석열 정권을 심판하겠다는 도파민 가득한 스토리 라인은 코어 팬덤의 바이럴과 함께 민심을 점점 휘어잡고 있다. 나날이 높아지는 화제성 가운데 4/10, 대망의 최종화를 앞두고 있는 조국혁신당 드라마의 결말이 기대된다. 


진짜 마지막으로, 성공하는 드라마에는 운도 따른다는 것을 언급하며 글을 마치고 싶다. 원래 개인의 이름을 딴 당명은 선관위의 심사를 통과하지 못한다고 한다. 안철수 신당은 그래서 결국 당명을 국민의당으로 바꿨다. 하지만 조국혁신당은 자신의 이름 조국(曺國)이 아닌 보통 명사 조국(祖國)으로 신청했고 명칭을 허용 받았다. 흥미로운 내용의 드라마가 이름마저 직관적인 셈이다. 게다가 비례 기호 9번을 받았는데, 지지자들은 나라를 구(9)하는 번호라며 더욱 좋아하고 있다. 이쯤되면 운까지 좋은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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