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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셸 킴 Feb 18. 2023

페이스북 글, 대중들은 돈 내고도 볼까?

얼룩소와 글값 논쟁

2020년 들어 페이스북은 저물기 시작했다. 소셜 네트워킹을 기반으로 한 일상 공유 포스팅은 인스타그램으로 넘어갔고, 기업들의 마케팅 전초지로 활약하던 영상 콘텐츠마저 유튜브에 그 왕좌를 내주었다. 모두가 떠나가는가 싶더니, 페이스북은 3040 이상의 글쟁이들의 교류 장소로 그 성격이 바뀌면서 커뮤니티도, 콘텐츠도 모두 뾰족해졌다. 트위터가 1020 세대를 등에 업고 일상과 덕질에 관한 짧은 글의 매개가 되었다면, 페이스북에서는 각 분야의 지식인들이 상주하며 국내외 사건이 터질 때 본인의 견해를 덧붙여 발행 했고, 뉴스보다는 생생하지만 시의성을 충분히 갖춘 텍스트 콘텐츠에 니즈가 있는 소비자들은 글을 자발적으로 퍼나르며 유통시켰다. 모든 건 무료로 진행되었고, 페이스북조차 유료 모델을 구축하지 않았다. 외려, 페이스북은 이 지식인들이 책을 출간하거나 강의/북토크를 열 때 홍보처로서, 혹은 유료 미디어의 對고객 퍼널로서 기능했다.  


한편 뉴욕타임즈의 성공적인 디지털 프랜스포메이션과 구독 모델 도입 후, 텍스트 콘텐츠 회사들에게 주어진 숙제는 바로 유료화였다. ‘모든 시민은 기자다’라는 캐치프레이즈 아래 시민 기자 개념을 도입한 오마이뉴스의 실험이 있었지만, 모든 기사가 유료화 대상인 것은 아니었고 데스크의 엄격한 선별을 거쳐 정액 원고료를 지불 받거나, 독자의 직접적인 원고료 수여 형태로 운영되었다. 이어서 2021년 네이버와 다음은 각각 프리미엄 콘텐츠와 뷰 서비스를 론칭하며 콘텐츠 단위, 크리에이터 단위로 구독료를 크리에이터가 직접 책정하는 모델로 운영되었다. 하지만 국내 언론사와 개인 크리에이터, 작가 등까지 야심차게 모집했던 시작에 비해, 미미한 트래픽과 운영 수익, 제한된 UI 등으로 인해 현재 그 반향은 미미한 편이다. 중앙일보는 이에 구독 모델을 ‘더 중앙 플러스’에서 직접 운영하는 시도를 시작하기도 했다.


이처럼, 텍스트 콘텐츠의 유료 모델은 새롭게 나온 담론은 아니며, 오히려 여러 플랫폼사에서 성공 혹은 실패를 거치며 지속적인 시도를 해왔다고 볼 수 있다. 다만 이번 얼룩소 (a look at society)라는 스타트업의 지식 플랫폼의 경우, 페이스북과 얼룩소 자체를 중심으로 유료화 모델에 대한 담론이 삽시간에 퍼져나가며 화제가 되었는데, 아마도 사람들이 화들짝 놀라며 퍼나르게 된 주요 배경은 금액의 스케일일 것이다. 얼룩소는 지난 11월, 콘텐츠 생산자를 모집하며 ‘1주일에 100만 최소 보장’을 선언했고, 이에 더 많은 참여를 이끌어낸 창작자들에게 추가로 수여되는 인센티브까지 언급했다. 2월 2주 기준, 얼룩소에서 콘텐츠 생산에 대한 비용으로 지급한 총 금액은 2300만원인데, 개별 기사로 받을 수 있는 돈은 3~50만원 선, 일부는 그를 상회해 몇 백만원 어치에 이르기도 했다.


이른바 얼룩소가 쏘아올린 ‘글값 논쟁’이다. 흥미롭게도 국내 텍스트 콘텐츠의 백과사전이 되어버린 플랫폼 페이스북과, 바로 이 논쟁이 시작된 플랫폼 얼룩소 내에서 여러 글 쓰는 이들이 자신의 생각을 정리해 올리며 더욱 불이 붙었다. 같은 텍스트 콘텐츠 생산자 사이에서도 생각의 갈래가 나뉘는데, 먼저 지방에서 용접을 했던 청년 칼럼니스트 천현우씨는 글을 쓰는 것만으로도 생계가 유지된다며 반색하면서, 얼룩소가 보상 시스템을 통해 작문 노동의 대가를 재정의하는 플랫폼으로서 자리 잡기를 희망했다. 반대로 대중문화 평론가 이승한씨는 노동의 정당한 댓가를 받는 것과 소위 떼돈을 버는 것에 선을 그으며 잘 팔리는 글이 과연 좋은 글일까 의문을 제기하였고, 얼룩소에 참여하고 싶지 않다는 소견을 피력했다. 마지막으로 신혜리 기자와 같이 페이스북 커뮤니티를 베이스로 1인 미디어 사업을 전개하는 이들은 네이버 프리미엄의 실패 등과 맞물려 얼룩소의 이번 시도를 그다지 낙관적으로 바라보지 않았다.


소비자인 대중의 입장에서도 의견이 나뉘는 것은 마찬가지다. 텍스트 콘텐츠의 가치가 과소평가 되었다며 출판 서적의 형태 외에도 존재하는  글의 값을 정당하게 매길 때가 되었다고 생각하는 이가 있는가 하면, 페이스북 등지에서 읽을 수 있었던 글을 네이버 프리미엄이나 얼룩소가 가져가버렸다며 혀를 차는 이들도 있다. 하지만 게임과 음악 콘텐츠의 과금을 필두로, 드라마와 TV, 웹툰이 차례로 유료화 되었다. 이제 사람들은 10년 전처럼 불법 다운로드 사이트를 통해 콘텐츠를 소비하지 않으며, 콘텐츠에 책정된 값을 향유하기에 이르렀다. 어찌 보면 콘텐츠 유료화의 순서는, 소비자가 보았을 때 더 많은 사람과 자본의 인풋이 투입된 순서와도 크게 다르지 않다. 그러한 관점에서 앞에서 나열한 콘텐츠보다 더 오랜 시간 인류와 함께 했지만, 물리적 인원 수와 자본의 액수가 가장 적게 투여된 텍스트 콘텐츠도 끝내 안정적인 유료화의 실험에 성공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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