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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셸 킴 Feb 11. 2023

왜 대중은 전장연의 시위를 싫어하게 되었나

파업과 시위가 더이상 심정적 지지를 얻지 못하는 이유

2022년 3월, 전장연은 아침 7시 출근 시간대 지하철 4호선을 탑승하는 시위를 벌여 장애인 이동권 보장 및 탈시설 지원 등의 이슈를 제기했다. 11월에는 화물연대가 2주간 총파업을 하며 종료 예정이었던 안전운임제 유지 및 확대를 주장했다. 전장연의 지하철 탑승 시위와 화물연대의 총파업은 시위의 공간과 양상이 일반 대중의 행동 반경과 직접적으로 맞닿아 있었다. 전장연의 집중 시위 공간인 4호선을 탑승하여 출퇴근 하던 시민들은 1~2시간씩 직장에 지각하거나 버스, 택시 등 대체 탑승 수단을 강구해야했다. 화물연대 총파업의 여파로 전국의 주유소 몇몇 곳은 기름이 동났고, 자동차를 예약해서 기다리던 시민들은 대체 탁송자에게 신차를 받거나 대기했다. 건설 현장은 공사가 중단되었고 철강, 시멘트 등 중공업 분야 역시 타격을 입었다.


전장연과 화물연대는 대중의 지지에서 멀어졌다. 전장연이 처음 지하철 탑승 시위를 했을 때 대중은 대체로 시위를 지지했다. 특히 장애인 부부의 끼임 사고가 지하철역에서 발생하고, 버스/지하철 등 장애인 이동권에 대한 인식이 환기되며 출근에 불편함이 있더라도 전장연의 취지에 동조하는 여론이 우세했다. 그러나 약 9개월의 시간이 지난 현재, 전장연의 시위에 불편함을 감수하던 이들도 시위의 방식을 비판하게 시작했다. 한편 화물연대의 파업은 처음부터 대중의 지지와는 거리가 있었는데, 특히 노조원 중 몇 명의 폭력적인 행위가 부각되고 화물 운송 기사들의 평균 임금이 높은 점 등이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렸다.


파업과 시위가 비교적 잦던 과거의 한국 사회에서도 이를 바라보는 시선이 마냥 긍정적이지는 않았다. 그러나 요즘 대중이 파업과 시위를 대하는 심정에는 현 사회의 특성과 결부된 몇 가지 지점이 있다. 먼저 지금의 대중은 파업, 시위 등의 수단이 약자 집단의 저항 수단이라는 데는 동의하지만, 그 칼 끝이 또다른 약자인 대중 자신에게 향하는 것을 부당하다고 인식한다. 즉 모두가 스스로를 약자라고 생각하는 현 사회에서, 지하철 탑승 시위로 일반 시민들이 출근에 어려움을 겪는 상황은 약자가 약자를 볼모 잡는 행위로 인식된다. 비단 파업과 시위 뿐이 아니더라도 한국 사회의 집단 간 갈등에도 비교적 공통적으로 이러한 인식의 틀을 발견할 수 있다.


두 번째로는 파업과 시위의 방식 중 불법적인 행위들에 대한 강력한 반감을 발견할 수 있다. 독재정권에 항거하던 7~80년대, 집회/시위 등의 행위는 권위적인 정부의 악법에 대응하는 수단으로서 다소 과격함과 폭력성을 지니더라도 그 명분이 정당화되는 분위기였다. 그러나 2000년대의 촛불시위를 다수 체험한 지금의 한국사회는 아무리 부당함을 제기하는 집단의 행동이라도 그 방식이 불법성을 띠는 순간 일종의 알레르기 반응을 일으킨다. 아울러 불법성을 견지한 과도한 시위는 시위 본질마저 퇴색된 것이라는 인식이 존재한다.


마지막으로 개개인의 도덕성과 선량함이 그가 속한 집단의 명분의 옳고 그름을 판단하는 강력한 지표가 된다. 이는 피해자들은 선량할 것으로 생각하는 사고와도 맞닿아 있는데, 문제성 있는 하나의 개인이 일으킨 폭력 및 범죄 행위가 그 개인에 대한 비판으로 그치지 않고 그가 속한 집단 전체를 일반적으로 재단하는 인식의 틀로서 기능한다. 다만 여기서 더욱 흥미로운 점은, 특히 약자성을 지닌 집단이 이렇게 일반화의 대상이 되는 경우가 비교적 많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조현아의 땅콩회항 사건이 한국 재벌 전체의 비도덕성과 선민의식을 가리키는 예시로서 활용되지는 않지만, 노조와 장애인 단체 개인의 일탈 행위는 그 집단의 단체 행동 자체를 부정하는 데 단서로서 언급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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