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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셸 킴 Mar 12. 2023

콘텐츠를 플랫폼에 올리는 일을 하는가?

그렇다면 중독을 의심해보라 | #1 

유튜브가 모두의 관심사가 되었다. 회사 일로 유튜브를 한다고 이야기하면, 대개 돌아오는 반응은 두 가지다. 유튜버들이 몇 십억 대 연봉을 번다던데, 혹은 자기의 유튜브 취향을 공유하거나. 상당수 유튜버들이 많은 수익을 창출하는 것도 사실이고, 유튜브가 현대인의 취미 및 여가 생활이 된 것도 맞다. 하지만 내가 한 일을 한 문장으로 응축하면 이렇다. 사람의 마음을 얻고, 그걸로 돈을 버는 것. 페이스북의 초창기 멤버 제프 해머바커는 "어떻게 하면 사람들이 배너 광고를 클릭하게 만들까하는 일을 우리 세대의 가장 똑똑한 이들이 하고 있다("The best minds of my generation are thinking about how to make people click ads")"며 탄식했다고 한다. 어떻게 하면 사람들이 영상 클릭하게 만들지에 대한 고민이 업무의 핵심이었던 건 부정할 수 없다. 클릭으로 사람의 마음을 얻고, 그걸 광고와 연결하여 돈을 벌었다. 


알고리즘을 타는 순간, 조회수와 수익은 눈덩이처럼 삽시간에 불어난다. 여기에 유튜브의 비밀 아닌 영업비밀이 담겨 있다. 유튜브라는 플랫폼은 영상 하나만 보고 나가려는 소비자에게 딱 하나만 더 보고 가라는 메시지를 보낸다. 사람들은 이성적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이유로 모바일 화면에 떠 있는 다른 흥미로운 주제를 접하고 홀린 듯이 클릭한다. 2019년에 발행한 영상 중, 약 6개월 간 총 512,354,706번 노출이 된 영상이 있다. 회사 동료에게 썸네일을 보여주니, 자신의 피드에서도 여러 번 봤다고 한다. 그 영상은 인기 급상승 동영상에도 올라간 적이 있다. 이를 공급자의 입장으로 치환하면 먼저 사람들의 마음을 얻어야 하고, 그 다음에는 그들을 최대한 길게 붙잡아 둬야 한다.  


2006년 유튜브를 인수한 구글의 행동강령은 “Don’t be evil”이다. 2001년 구글의 광고 정책을 논의하는 자리에서 한 엔지니어가 외친 말에서 비롯되어, 회사 셔틀버스의 와이파이 비밀번호로 삼을 정도로 구글 문화에 깊숙이 자리 잡았다. “Don’t be evil”은 이 글을 쓰게 된 계기이기도 하다. 2017년 여름, 처음 플랫폼에 콘텐츠 공급자로 발을 들였다. 2023년, 콘텐츠를 공급하는 플랫폼은 유튜브,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틱톡까지 확장되었다. 채널과 콘텐츠 수가 늘어나는 것과 비례해서, 머릿속에도 업의 본질에 대한 상념이 무질서하게 쌓이기 시작했다. 처음 1년간은 사람의 마음이 숫자로 치환되어 보이는 것에 대한 호기심이 압도했다. 2년째부터는 그 마음의 향방에 개입할 수 있다는 사실이 흥분되지만 무서웠다. 3년째인 지금은 사람의 마음을 다루더라도 윤리성의 감시 하에 하고 싶다는 생각이 고개를 들었다. 어질러져 있는 개념들을 하나씩 꺼내어 정돈된 언어로 서술한 후, 플랫폼에 콘텐츠를 공급하는 사람으로서 갖추어야 할 윤리를 제시하며 마음의 짐을 덜어보는 것이 이 글의 목적이다.  





콘텐츠 공급자의 플랫폼 중독 고찰

#2 제작자도 플랫폼에 중독된다 https://brunch.co.kr/@mrtolstol/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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