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필로그 – K-교육, 세계 속에서 서야 할 길

by Mr 언터처블


브런치북 『캐나다 공교육 들여다 보기』의 첫 번째 여정을 마무리하는 글을 쓰려니, 20여 년간 한국 교육 현장에서 느꼈던 뿌리 깊은 고민들이 다시금 떠오릅니다. 낯선 땅 캐나다에서 교사의 눈으로 바라본 교육의 모습은 한국 교육의 현재를 비추는 또 하나의 거울이었으니까요.


캐나다의 공교육은 '혁신'이라는 이름의 거창한 변화보다는 지속 가능하고 안정적인 시스템을 선호하는 것처럼 보입니다. 학교 건물은 낡았고, 필요하다면 컨테이너 교실을 추가하는 방식이 자연스럽습니다. 교실의 책걸상은 수많은 학생의 손때가 묻어 닳았으며, 에듀테크 활용은 최소화하고 BYOD(Bring Your Own Device)를 기본으로 합니다. 새로움을 추구하기보다는 이미 존재하는 것들을 소중히 여기며, 그 안에서 교육 본연의 가치에 집중하려는 듯한 인상입니다.


반면, 한국의 학교는 사정이 많이 다릅니다. 경쟁적으로 최신식 건물을 짓고, '교실 선진화'나 '공간 혁신'이라는 이름 아래 학교와 교실의 형태를 혁신적으로 바꾸려 합니다. 학교 시설은 그 학교를 평가하는 중요한 요소 중 하나가 되었고, 방학이면 학교 곳곳에 공사가 끊이지 않습니다. 코로나19 시기를 거치며 모든 학생에게 교육용 스마트 단말기를 무료로 지급하는 등, 학생들의 더 나은 교육 환경을 위해 실로 엄청난 예산을 쏟아붓고 있습니다.


특히 매일 제공되는 무료 급식은 가히 혁명적이라고 할 만합니다. 우리의 어머니들이 자녀당 1~2개의 도시락을 매일 싸주시던 고생을 생각하면, 이제는 학교가 학생들의 건강과 식단을 책임져 주는 이 시스템은 학부모들에게 큰 축복이자 시대의 진보입니다. 급식이 대부분 없는 캐나다 학교의 현실을 볼 때, 이는 한국 교육이 이뤄낸 자랑스러운 성과 중 하나입니다.


하지만 이처럼 빠르게 바뀌는 물리적 환경만큼이나, 한국의 대입 정책과 교육과정은 정권에 따라 끊임없이 변화하며 학생들과 학부모에게 큰 혼란과 도전을 주고 있습니다. 엄청난 예산을 들여 눈에 보이는 환경을 개선하는 노력과는 대조적으로, 정작 교육의 핵심인 ‘무엇을, 어떻게 가르치고 평가할 것인가’에 대한 시스템은 안정성을 확보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여기서 우리는 스스로 질문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아니, 어쩌면 이미 마음속으로 답을 알고 있을지도 모릅니다.


눈으로 보이는 환경 개선에 막대한 공사 비용을 들이는 것보다, 학생들이 학업 스트레스를 받지 않고 즐거운 학창 시절을 보낼 수 있도록 돕는 안정적인 교육과정, 예측 가능한 입시 정책, 그리고 실질적인 진로 지원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 우리 교육이 세계 속에서 서야 할 더 중요한 길이 아닐까요?


만약 제가 해외의 선진 학교를 견학 간다고 했을 때, 그 학교의 최첨단 시설보다는 그 공간에서 학생들이 무엇을 배우고 어떤 성장이 이루어지는 지에 더 깊은 관심을 가지게 될 것 같습니다. 교육의 본질은 결국 화려한 건축물이 아닌, 그 공간을 채우는 학생과 교사의 상호작용성장에 있기 때문입니다.


이번 화로 브런치북 『캐나다 공교육 들여다 보기』의 첫 번째 이야기를 마무리하고자 합니다.


과거를 들여다보면 현재가 보이고, 현재를 통해 미래를 예측할 수 있듯이, 다른 나라의 교육 환경을 들여다보는 일은 우리 학교의 현재를 보다 현실적으로 인식하게 하고 더 나은 방향을 모색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고 저는 믿습니다.


다음부터는 매거진을 통해 새로운 이야기를 들려드리겠습니다.


그동안 함께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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