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두부 웨이팅과 호텔 방의 행방
밴쿠버의 겨울은 ‘춥고 축축하다’는 말만으로는 부족하다. 회색빛 하늘에서 끊임없이 쏟아지는 비를 피해 도망치듯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목적지는 3시간 거리의 미국 로스앤젤레스(LA).
시차조차 변하지 않는 가까운 이웃 나라지만, 비행기 문이 열리는 순간 폐부로 들어오는 공기의 질감부터가 달랐다.
12월 말에 즐기는 후덥지근한 공기라니. 밴쿠버에서 입고 온 두툼한 외투가 순식간에 거추장스러운 짐이 되었지만, 입가에는 기분 좋은 미소가 번졌다.
"그래, 이게 바로 내가 기억하던 LA지."
렌터카를 찾자마자 고민 없이 핸들을 꺾은 곳은 한인타운의 '북창동 순두부'였다. 10년 전, 샌프란시스코를 떠나 눈부시게 아름다운 태평양 1번 국도를 하루 종일 달렸던 날이 있었다.
온종일 운전대에 매달려 녹초가 된 몸으로 밤늦게 도착해, 겨우 찾아 들어간 그곳에서 마주했던 뜨끈한 순두부의 위로. 그 강렬했던 첫맛을 잊지 못해 나는 오늘 다시 이곳을 찾았다.
사실 LA에 도착해 이곳을 찾는 건 배를 채우는 것 이상의 의미가 있다. 나에게는 "나 다시 LA에 돌아왔어!"라고 찍는 일종의 입국 도장 같은 의식이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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