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이 주차장을 알게 된 건 2014년쯤이었다. 할슈타트 방문길에 주차장 정보를 찾던 중 모 블로그에서 단서를 하나 발견했다.
할슈타트를 가는 길 터널을 지나다 보면 터널 안에 밖으로 나가는 출구가 있고 이곳을 나가면 할슈타트가 내려다보이는 야외 무료 주차장이 있다는 정보였다. 터널 안에 또 다른 출구가 있고 그곳에 야외주차장이라... 무슨 판타지 소설에 나오는 장소 같지 않은가? 독특한 걸 좋아하는 내게는 꽤 구미가 당기는 단서였다. 그런데 주차장이 있다는 그곳의 정확한 주소나 좌표가 없다. 구글 위성 지도 한 장에 팬으로 위치만 표시해둔 사진이 전부였다. 그렇겠지 원래 판타지 속의 장소는 늘 그런 식이니까... ㅎ
내가 처음 보았던 주차장사진과 유사한 사진 이 사진에 동그라미 표시만 달랑 있었다.지금은 저렇게 주차장 명칭과 표시도 있지만 5년전에는 저곳에 동그라민 친 사진한장이 전부였다.
그런데 주소라도 있으면 어찌 찾아보겠지만 아무것도 없는 상태에서 이 주차장을 찾아야 하니 참 난감하다. 모래사장에서 바늘 찾기도 아니고 막막한 생각이 들었다. 글쓴이에게 댓글로 물어보니 글을 안 보는지 답이 없다. 다른 사람이 올린 글이 있나 싶어 찾아보니 아무도 이 주차장에 대해서 언급한 글이 없다. 그렇다면 직접 찾아보는 수밖에.. 추리가 발동한 나는 이 주차장을 찾아서 한번 가보기로 마음을 먹었다.
우선 구글 위성지도로 할슈타트 주변을 샅샅이 뒤져보았다. 그렇게 장소만 찾으면 구글 스트리트뷰로 입구를 찾으면 되니 어렵지 않을 것 같았다. 그런에 아뿔싸! 이곳은 구글 스트리트뷰를 지원하지 않는 곳이었다. 그렇다 보니 이곳의 정확한 위치도 터널 입구의 확인도 거의 불가능해 보였다. 그럼 일단 사진 속의 장소라도 먼저 찾아보기로 한다. 그렇게 한참을 찾던 중 블로그에 캡처로 올린 주차장 사진이라고 올린 사진과 동일한 지역을 찾을 수 있었다.
확대를 해보니 주차장이 맞았다. 주차장 길 옆에 도로가 하나 있고 앞뒤로 산이 배치되어 있는 곳을 보니 터널 안 주차장이 맞는다는 확신이 들었다.
구글 스트리트뷰가 지원되지 않으니 더 이상의 정보를 찾는 것은 불가능하고 GPS 코드 하나 들고 무작정 가보기로 했다. 그렇게 주차장 GPS 좌표를 확인해두고 내비에 저장한 후 2015년에 여행길에 오르게 되었다.
드디어 할슈타트를 들어가는 날이 왔다.
잘츠부르크를 거쳐 할슈타트로 향한다. 블로그에 적어놓은 설명을 전제로 가늠해보면 다음과 같다. 출구는 터널 중간 좌측에 갑자기 나타날 수 있고 그 타이밍에 좌측출구로 빠지지 못하면 이곳을 들어갈 수 없게 된다. 그러니까 기회는 단 한 번. 놓치면 한참을 되돌아가 가거나 포기해야 하는 상황이다.
할슈타트를 항해 한참을 달리니 터널 입구가 하나 나타난다. 그런데 이 터널은 양방향 통행이 아니고 일방통행인가 보다. 터널 입구에 빨간 신호등이 켜져 있다. 난 터널 입구의 맨 앞 선봉에 선채 파란색 신호등이 바뀌기를 기다리게 되었다. 그런데 그것이 참 다행이었다.차량 흐름에 맞추어 터널로 그냥 들어가 버렸다면 이 터널 입구를 놓쳤을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그렇게 한참을 기다린 후 드디어 파란불로 신호가 바뀌었다. 천천히 출발하여 터널로 진입한다. 터널은 꽤 좁은 편이고 어둡기까지 하다. 순간 출구를 잘 찾을 수 있을지 긴장감이 몰려온다. 어딘지 모를 터널의 중간 출구를 더듬는 심정으로 차를 몰고 터널로 들어섰다.
속도를 조금 낮추고 천천히 터널을 달리면서 주의 깊게 터널 입구를 찾았다. 터널에 들어선지 약 50초정도 되었을까? 좌측에 밝은 빛이 새어 나오는 공간이 있고 좌측으로 빠지는 갈림길이 보인다. 순간 저곳이라는 생각이 들어 깜빡이를 키고 좌측으로 들어선다. 특별한 이정표도 없으니 이곳에 주차장이 있다는 것을 미리 알지 못한다면 그냥 무심히 지나치고 말았을 길이다.
좌측에 주차장으로 가는 출구가 보인다.
잠깐의 어둠이 거치고 출구를 빠져나가니 갑자기 밝은 빛이 쏟아지며 지상의 주자창이 나타났다. 판타지 영화에서나 볼 법한 무언가 다른 세계로 통하는 입구로 들어선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물론 조금 과장이다.) 주차장은 한 50대 정도의 차를 세울 수 있는 규모였다. 다행히 차들은 많지 않아 주차에 어려움은 없고 치안도 나빠 보이지 않았다. 유럽에서는 안전한 실내 유료주차장만 고수하던 내가 처음 무료주차장을 이용해 본 곳이기도 했다.
이곳에서는 할슈타트도 조망할 수 있고 주차장 옆 계단을 타고 내려가면 할슈타트 마을로 바로 내려갈 수도 있다. 나중에 보니 이곳 주차장은 외지인들에게는 잘 알려지지 않은 곳이고 현지인들이 주로 이용하는 주차장이라고 한다. 내가 여행을 다녀와서 이곳으로 가는 구체적인 경로를 자동차 여행카페와 블로그에 올렸는데 관심들이 뜨거웠다. 그래서 그랬는지 몰라도 지금은 한국 분들도 참 많이 간다고 한다. 다녀온 분들이 또 정보를 공유하고 그렇게 퍼져나가 지금은 많은 사람들이 이 주차장을 알게 되었다.
그 덕에 무료주차는 이제 없어진거 같다는 비보가... 그때는 미처 몰랐는데 지금 생각해보니 현지인분들에게 피해를 끼친거 같다는 생각이 들고 만다. 혹시라도 이 주차장을 가보실 분들은 이제 주차는 쉽지 않으실 것이다. 그래도 판타지 세계로 들어가는 듯한 경험이 필요하다면 한번 방문해보시고 다시 여정을 떠나시기를...
* 이 주차장은 원래부터 상당수가 현지인 거주자 지정 주차장으로 이용되는 것인지 그곳들은 새 사슬로 막아두어 무료주차대수는 얼마 되지 않았습니다.최근 다녀오신 분들 정보에 의하면 지금도 무료주차는 되는거 같은데 자리가 거의 없어서 불가능한 경우가 많다고 하니 참고하세요.
위버씨 여행정보
할슈타트 마을
오스트리아의 아름다운 호수마을. 전 세계에 너무 잘 알려진 아름다운 마을로 달력이나 엽서의 배경으로도 많이 소개되는 곳이다. 중국인과 한국인 단체 관광객 필수코스라서 그런지 마을은 대부분 동양인차지이다. 그래서 호불호가 좀 많이 갈리는 곳이다. 조용한 곳을 원한다면 인근 고사우나 장크트 길겐 주변의 작은 마을들을 가시길 추천한다. 그곳도 결코 아름다움이 덜하지 않다.
할슈타트 터널 주차장 주차장 좌표
Hallstättersee Landesstraße, 4830 오스트리아 47.562313, 13.647952
주차장 아래로 계단을 내려가면 터널안에 주차장이 또 하나 나온다.
이곳은 반대방향에서 터널을 들어서면 만날 수 있다. 이곳은 주차대수는 적지만 90분 무료주차가 가능하고 화장실이 있으니 참고할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