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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바나나킥 Dec 15. 2015

휴가 하루전의 딴짓

2015년 10월 15일 목요일 오전.


아직 수습기자였던 나는 어쩔 줄 몰라하며 대학 기자실 안을 뱅뱅 돌았다. 연쇄 살인 사건이 터진 것도, 중요한 보고를 빠뜨린 것도 아니었다. 오히려 반대였다. 입사 후 처음으로 받은 휴가를 어떻게 보내야 할까 하는 배부른 고민이었다.


여름, 겨울에만 휴가를 쓸 수 있는 회사에서 이례적으로 단 하루 휴가를 줬다. 그 휴가가 바로 하루 앞으로 다가왔다. 그러나 계획이 전혀 없었다. 금, 토, 일. 짧게나마 해외여행을 다녀오고 싶었지만, 신입에겐 황송한 소리다. 선배에겐 말도 꺼내지 않은 터였다.


‘해도 될까 의문이 가는 일은 하지 않는 게 낫다.’

조직생활에서 저절로 배우게 되는 것이지만, 휴가를 하루 앞두니 도저히 그럴 수 없었다. 일 년에 몇 번 없는 연휴다. 써야 할 기획기사도 마쳤겠다, 어딘가 마음이 붕 떴다.


저가항공 예약사이트 스카이스캐너에 접속했다. ‘금요일 출발, 일요일 귀국. 모든 지역’으로 검색했다. 시간, 비용상 일본 나사카시가 괜찮았다. 대만은 출국 시간이 늦고, 중국은 비자가 없다. 방콕은 2박 3일 일정 치곤 너무 멀다.


‘나가사키 여행’을 검색하니 여러 사진이 떴다. 그리 큰 도시는 아닌 것 같았다. 전에 오사카도 가 봤으니 일본 중소도시에서 한가하게 지내다 오는 것도 좋겠다 싶었다. 뭔가에 홀린 듯 단숨에 숙소까지 예약했다.  


마음을 다잡고 직속 선배에게 전화를 걸었다. 통화 버튼을 누르는 순간까지도 이게 맞는 행동인지 판단이 되지 않았다. 통화음이 두 번 울리고, 곧 선배가 받았다.

“응 무슨 일이야?”

두근.


“선배. 저 내일부터 금, 토, 일 휴가인데 일본 좀 다녀와도 되겠습니까?”

목소리는 생각보다 차분하게 나왔다. 하지만 무슨 죄를 진 것만 같다. 어떤 대답이 나올지.

“그래, 다녀와.”

명료한 허락이었다.

“어차피 휴가니까, 따로 어디 간다고 말 안 해도 돼. 잘 놀다와”


휴대전화를 놓았다. 긴장이 풀렸다.

‘우리 회사가 이런 회사였던가?’

마음속으로 쾌재를 불렀다.


'아무래도 여행을 가야겠다' 마음 먹은지 한 시간이 지났을 무렵, 나는 진에어 나가사키 왕복 티켓을 끊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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