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람을 맞춰놓지도 않았는데 그럭저럭 일찍 일어나 가볍게 샤워를 했다.
거실에 앉아 어제 밤 로손에서 사온 빵을 먹고 있으려니, 한 여자 분이 ‘냉장고에 식빵도 있다’고 알려줬다. 30대로 보이는 그 여자는 혼자서 내국 여행을 하는 모양이었다. 몇 해 전, 일본에서 미혼 여성들 사이에 혼자하는 여행이 유행이라고 했던 뉴스가 생각났다.
‘아 그냥 구마모토 가자.’
빵을 먹으며 아무렇게나 결정해버렸다. 일단 몇 시간 아무생각 없이 전차에 몸을 싣고 싶었다.
구마모토로 가는 여정은 이렇다.
1. 나가사키역에서 전철을 타고 27분 걸려 이사하야 도착.
2. 시마바라 철도로 환승해 1시간11분 걸려 시마바라가이코역 도착.
3. 사마바라외항에서 페리를 타고 30분~1시간 걸려 구마모토항 입항.
4. 구마모토항에서 버스를 타고 20분 걸려 구마모토역 도착.
그보다 빠른 방법도 있다.
1. 구마모토역에서 가모메 가모메2 하카타행 급행을 타고 신토스에서 환승.
2. 가고시마추오행 규슈 신칸센 타고 구마모토역 도착.
이렇게 가면 2시간 안에 도착할 수 있다.하지만 편도가 7680엔이나 된다.
중간에 페리를 타는 것도 좋겠다 싶기도 해 시마바라 경유 노선을 택했다.
나가사키역에서 시마바라가이코 왕복 티켓을 끊었다.
요금은 생각보다 저렴하게 나왔다. 구글맵 어플로 찾아봤을 땐 편도가 1970엔이었는데, 왕복 티켓은 2500엔이었다. 나가사키역-이사하야역 왕복티켓과 이사하야-시마바라 구간을 이틀동안 무제한 돌아다닐 수 있는 프리패스가 나왔다.
‘아뿔사.’
티켓을 받는 것까지는 좋았는데, 결재를 하며 아차 싶었다. 티켓을 끊으니 지갑엔 3000엔밖에 남지 않은 것.
지난밤, 소매치기를 대비해 지갑에 1만엔 정도만 남기고 나머진 가방에 숨겨 숙소에 놔둔 탓이다. 나카무라에서 술도 먹었으니 오늘 숙소를 출발할 당시부터 6000엔 정도밖에 없었던 셈이다.
다시 숙소에 갔다오긴 시간이 없었다. 전차는 곧 출발한다. 급한대로 일단 전차에 올랐다.
나가사키선 전차는 나의 불안함과 상관없이 이사하야로 출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