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바나나킥 Dec 30. 2015

한밤 중 나가사키 카가미야

숙소로 돌아왔다. 교외에 있는데다 밤이 깊다보니 조용했다.


나는 이층에서 노트북을 챙겨 1층의 거실로 내려갔다. 일본 여가수의 노래가 조곤조곤 흘러나왔다. 두 명이 쓸 수 있는 앉은뱅이 소파와 동그란 나무 평상 두 개가 놓여 있었다. 문 왼쪽 벽에는 이곳을 왔다간 숙박객들 사진과 여행 책자들이 붙여져 있었다.       


아직도 내일 아침 구마모토에 갈지 말지 정하지 못했다. 계획을 짜기 위해 노트북을 켰다.

와이파이를 연결하니 카톡이 몇 개 와 있었다. 지난해 독립예술축제에서 같이 자원활동을 했던 동생이었다.


시험이 코앞이라 아직 공부를 하고 있었다는 애를 붙잡고, 열심히 카톡을 했다. 오늘 못한 톡질을 보충이라도 하려는 듯. 구마모토에 갈지 말지 의견을 구했다.     


“안 그래도 짧은 여행인데, 구마모토 가느라 왕복 여섯 시간 쓰는게 맞는지 몰라. 나가사키도 제대로 모르는데.”

“끌리는 대로 해여ㅋㅋㅋ”

애초에는 일본 소도시에서 느긋하게 지내다 오려 했다. 하지만 그렇게 되지 않는다.

“ㅋㅋㅋㅋ원래 막상가면 욕심나는 거죠 뭐. 후회하는 것보다 하고픈 대로 하고 오는 게 낫지 않나?”     


‘하고 싶은대로 하려고 여행을 간다’

그런 것일 수도 있겠구나 생각했다. 밤은 늦었는데 정하진 못하고, 당장 하고 싶은건 자는 거였다.

“잘자 자야겠다”

“ㅎㅎ잘자여! 어디든 재밌게 여행하고 와여~.~”     


벌써 새벽 2시30분이다. 결정에 만사 귀찮아진터라 알람도 맞추지 않고 잠자리에 들었다.      

매거진의 이전글 요리사의 정체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