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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바나나킥 Mar 29. 2017

소렌토의 유투버와 단체관광객

이탈리아 캄파니아주 나폴리현 소렌토

 근면한 한국인

 나폴리 둘째날 아침, 가리발디 역에서 소렌토행 기차표를 끊었다.

 폼페이스카비역에서 40여명의 한국인 단체 관광객들이 탔다. 아직 오전 11시30분밖에 안 됐는데, 그새 폼페이 유적을 ‘정복’하고 이제 소렌토로 향하는 것. 과연 부지런한 한국인이다.

 사실 여행 시간이 빠듯하다면 하루에 폼페이와 소렌토를 묶어서 구경하는 것도 방법이긴 하다. 북쪽에서 남쪽방향으로 나폴리-폼페이-소렌토가 있기 때문.


 단체 관광객 대부분은 대부분 40~60대 아주머니, 아저씨들이었지만 20대 여성들도 섞여 있었다. 기차 객실은 4명씩 마주보게 돼 있는데 내 앞자리에 40대, 70대 모녀가 앉았다.


 “안녕하세요.”

 인사를 했더니 반갑게 받아 주셨다. 내 머리가 짧아서인지 휴가 나온 군인이냐 물으셨다. 직장인이고 휴가로 여행중이라고 답했다.

소렌토행 기차에서 만난 모녀 관광객

 “우리는 따로 돌아다니기 힘들어서 9박10일로 유럽 투어를 온 건데 스케줄이 정말 빡빡해요. 강행군이 따로 없어요. 이거 한번 보세요.”

 40대 따님은 여행 일정표를 건네셨다. 10일동안 영국-프랑스-스위스-이탈리아의 10여개 도시를 도는 여정이었다.


유유자적  유투버

 “제가 작년 여름 일주일간 파리에 있었는데요. 제가 일주일간 했던 일정이 여기 투어에선 이틀 안에 끝나네요.”

 “그러니까 말이예요. 새벽 일찍 출발해서 밤 늦게 들어오고 피곤해요”

 빡빡해서 사진만 찍고 끝나는 식이라는 등 ‘단체 관광’의 피곤함에 대한 토로가 이어졌다.


 소렌토로 가는 중간에 바다 마을이 펼쳐졌다. 일동 차창밖을 구경하기 바빴다. 나는 셀카봉을 꺼내들고 영상을 촬영했다.

 “(REC)지금은 작은 역을 지났는데요. 바다 경치가 보이기 시작합니다...”

 두 모녀분은 셀프영상을 촬영하는 나를 신기하게 쳐다봤다. 사실 같은 칸에 있던 한국인 관광객들은 다 나를 의식했던 것 같다.

기차 안에서 찍은 셀프 영상 정지화면

 “혹시 유투버세요?”

 따님분이 여쭤보셔서 그냥 좋아서 찍어 보는거라 답했다.  

 “재밌게 사네요. 배낭여행 다니는 것도 너무 부럽고. 우리도 여유있게 돌아다니고 싶은데 개별 여행은 힘드니 할 수 없이 이렇게 단체여행 오는거예요.”

 70대 어머님도 ‘우리 손주도 대학생인데 여행 다니며 이렇게 놀았을 거다’며 흐뭇한 미소를 지으셨다.

 

 휴학이나 어학연수 없이 대학 생활을 칼같이 마쳤고, 2년전에야 처음 해외여행을 떠나본 나로선 부러움의 대상이 된다는 게 생소했다. 방학이나 휴학, 또는 교환학생으로 외국에 체류하거나 장기 여행을 떠나는 대학생이 멋져 보일 뿐이었다. 그럼에도 누군가에게는 나도 부러움의 대상이 될 수도 있겠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렇게 만났으니 이거라도 하나 줄까.”

 70대 어머님이 오렌지맛 환타 캔을 건네셔서 감사히 받았다. 소렌토역에 도착해 좋은 여행 되시라 인사를 하고 먼저 보내드렸다.

 

 소렌토에서의 반나절

 한국인 단체 관광객들이 우수수 떠나고 얼마후 나도 발걸음을 옮겼다. 깊은 계곡 위로 다리가 나 있었는데, 계곡은 파란 해안으로 이어져 있었다.

소렌토 항구가 있는 해안가 전경. 절벽 밑으로 조그마한 공공 해수욕장이 있다.

 다리를 건너니 기념품 가게들이 즐비한 좁은 골목이 나타났다. 레몬이 특산물인 지역답게 레몬 술인 레몬첼리와 레몬 비누 등 레몬으로 만든 제품들이 많고, 그 외에도 타일 장식품, 가죽제품 등도 있었다.

 여행정보센터에서 무료로 주는 지도를 받아들고 다시 길을 나섰다. 걷다보니 하얀 산프렌체스코성당(Chiostro di San Francesco)이 나타났다. 안쪽 정원에는 2층 높이만한 나무가 서 있고, 주변으로 뾰족 아치 기둥들이 정원을 감싸고 있었다. 알고보니 Chiostro는 ‘수도원에 사각형의 안뜰을 둘러서 세운 성당’을 일컫는다고 한다.

 성당 바로 앞에 놓은 공원에선 확트인 바다 전망을 볼 수 있었다. 절벽 위에 놓인 공원 난간에는 사람을 잘 피하지도 않는 커다란 갈매기 몇몇이 서 있었다.

소렌토의 타일 장식. 소렌토뿐 아니라 아말피 등 남부해안 지역에서 쉽게 볼 수 있다.

  벤치에 앉아 초봄 햇볕을 쬐고, 바다 구경도 실컷했다 싶을 즈음 절벽 아랫마을로 내려갔다. 공원과 절벽 아래 항구는 구불구불난 길로 이어져 있다.

 해안 한쪽에는 공공 해수욕장(Public beach)가 있는데, 작은 공원 수준으로 작았다. 여름부터 운영하고 3월에는 운영하지 않는 모양이었다.  

 항구 앞에 앉아 쉬다 조금 걸으니 어느덧 나는 맨처음 본 절벽 다리 밑에 서 있었다. 절벽 위 마을로 향하는 오르막길에는 관광객을 위한 바들이 있었다.

  배도 고파지고 해서 점심을 먹기로 했다. 아까 여행정보센터에서 직원이 추천해준 Da Franco라는 피자집으로 향했다. 이 피자집 분위기는 여느 가게와 다르지 않았다. 메뉴판에 Franco라는 이름의 피자가 있길래, 시그니처 메뉴인가 싶어 시켰다. 피자 위에 초록색 채소가 올라가 있고, 맛은 파전과 비슷했다.       

Da Franco 피자집에서 먹은 Franco. 생긴것처럼 부추전맛이다.

 딱히 엄청 맛있는 피자는 아니었지만 시그니처 메뉴를 먹었으니 그걸로 만족이다. 언제 다시 올지 모르는 소렌토를 최대한 느끼려 애쓰며, 다음 여행지인 아말피로 이동할 채비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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