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캄파니아현 나폴리
카페 에끌레띠코
위즐릭과 산텔모성(Castel Sant'Elmo)로 향하던 중 카페에서 아침을 먹기로 했다. 나는 숙소에서 뷔페식 조식을 먹었지만, 위즐릭은 아침을 먹지 않은 터였다. 도로변에 있는 카페 에끌레띠꼬로 들어갔다.
카푸치노 한잔과 크로와상 하나. 나흘간 로마에서 늘 아침을 때우던 방식대로였다. 다만 다른 점이 있다면 카푸치노는 매우 달았다는 점.
“지금까지 마셔본 이탈리아 커피 중 가장 달아”
위즐릭도 같은 생각이었다.
경사형 트램을 타고
이탈리아식 아침식사를 마치고 다시 성으로 향했다. 성으로 가려면 몬테산토(Montesanto)역에서 모르겐(Morghen)역까지 트램을 타고 올라가야 했다. 이 트램은 홍콩의 빅토리아피크의 그것처럼 경사진 언덕에 맞게 기울어져 있다.
도착하면 바로 전망대나 성이 나올 줄 알았는데, 그냥 주택가가 나왔다. 좀 더 언덕을 오르니 산텔모성이 나왔다. 성 안쪽으로 들어가려니 입구는 찾기 어려운 편이었는데, 알고보니 성 곳곳에 난 엘리베이터를 타고 성 위로 올라가는 방식이었다.
난공불락의 요새?
산텔모성은 위에서 보면 ‘다윗의 별(이스라엘 국기 문양에 사용)’ 모양이다. 이는 방어를 위한 것일 수도 있다.
일본에서 유학한 한 친구의 말로는 일본에도 난공불락의 성이 있는데, 이와 비슷한 모양이라고 했다. 공격군은 성을 함락시키기 위해 성벽에 사다리를 대고 올라가야 한다. 하지만 성의 뾰족 튀어나온 부분에는 사다리를 놓을 순 없다. 따라서 안쪽 면에 사다리를 놓아야 하는데, 그렇게 되면 성 반대쪽 면의 방어군 화살 세례를 받을 수밖에 없다. 산텔모성의 모양도 그런 연유일지도 모르겠다.
하나의 가족같은 풍경
성 위에 오르니 나폴리 시내 360도 파노라마가 펼쳐졌다. 바다 쪽으로는 항구가 펼쳐져 있고, 멀리 베수비우스 화산 두 봉오리가 보였다. 나폴리 가리발디역 주변으로는 고층 건물들이 서 있었고, 다른 한쪽으로는 서민 지역인 ‘스파카 나폴리 ’가 보였다.
나폴리 건물들은 붉은 지붕과 노란 벽들이 많아 도시가 하나의 가족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지구마다 나름 특색이 있긴 하지만, 전체적으로 통일성이 있었다.
“암스테르담은 나폴리랑은 다른 것 같아. 암스테르담은 운하가 있고, 여기보다는 새 건물들이 많아”
위즐릭이 말했다. 나도 도시 경관에 대해 관심이 있던 편이라 도시에 대해 얘기를 이어갔다.
“서울은 아파트가 대단지로 이뤄져 있는데, 이게 유럽 도시와 서울 경관의 가장 큰 차이 같아. 유럽의 아파트들은 기본적으로 한동씩만 있잖아. 높이도 6층 정도고.”
위즐릭에게 서울 강남의 대단지 아파트 사진들을 보여줬다.
“확실히 그런 것 같다. 높기도 하고.”
위즐릭은 자기 집 얘기를 해줬다. 부모님은 암스테르담 시내에 살지만, 자신은 교외의 작은 아파트에 혼자 산다. 친구들과 파티를 한 사진들을 보니 꽤 널찍했다.
“나도 얼마전 서울 교외로 이사를 했는데, 반경 500m에 편의점 하나밖에 없어.”
“우리 집도 그래. 주변에는 정말 아무것도 없어.”
누오보성으로
성을 쭉 둘러본 후 누오보성으로 가기로 했다. 산텔모성이 나폴리의 언덕 꼭대기에 있다면, 누오보성은 해안가에 들어선 성이다. 따라서 누오보성에 가려면 언덕길을 한참 내려가야 한다.
나폴리에 온 첫날부터 느낀 거지만, 이 도시는 건물도 도로도 낡은 편이다. 또 어딜가나 주택이나 공원 벽에는 그래피티가 그려져 있다. 공원에는 개똥도 많다.
언덕 좁을 길로 차들이 시끄러울 정도로 쌩쌩 지나갔다. 이게 사람이 다니는 길이 맞나 싶었지만, 구글맵은 이 길이 맞다고 안내했다. 우리는 구글맵에 의지한 채 계속 걸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