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고르기 연습, 서른여섯의 마지막 기록.
당신의 습관 중 좋은 습관과
고치고 싶은 습관을
이야기해주세요.
몇 해 전부터 연말이 되면 한 해를 돌아보는 ‘올해의 시리즈’를 쓰고 있습니다. 30대에 들어서는 올해가 작년 같고 작년이 올해 같은 기묘한 체험들이 계속되는데요. 그렇게 흘러 가버리는 시간이 아쉽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래서 한 해 동안 있었던 일을 찬찬히 되새김질해보며 그해에 의미 있었던 사건들, 영향을 끼쳤던 책 혹은 영화 등을 그럴싸한 항목을 붙여 정리하고 있습니다. 가령, 작년 같은 경우는 <올해의 사람들> 부문으로 ‘올해의 배우 : 동생 김재원’, ‘올해의 팬심 : AJR’이라고 선정하기도 하고, <올해의 개인사> 부문으로는 ‘올해의 개고생 : 도쿄/오사카 용피디급파’라는 식으로 나름의 이름을 명명해 기억하고 있습니다. 2017년부터 해오고 있으니 올해는 4번째가 되겠군요. 연말에 차분히 앉아서 한 해를 돌아보는 재미도 나름 쏠쏠하기도 하지만, 해가 지나고 그 시절의 저를 기억해내는 의미도 좋더라고요. 아직 올해는 시작하지 못했습니다. 올해는 기억하고 싶은 것들이 크게 없어서 그런지 정리할 욕심이 여전히 생기지 않네요. (웃음)
반대로 최근에 반성하고 있는 습관이 생겼습니다. 이제 막 세상에 호기심의 눈을 뜬 이준이를 향해 제가 ‘야-’를 연발하고 있더라고요. 요즘의 이준이는 모든 게 처음 보는 것들이어서 책장에 있는 책들도, 크리스마스트리 오너먼트도 일단 집어서 입에 한 번 넣어보고 바닥에 내팽개치고 있거든요. 그때마다 반사적으로 ‘야- 그거 하지 말랬지!’라고 나무랐더니, 요 며칠 전부터는 이준이가 ‘야-, 야—’ 이러고 다니더라고요. 그 소리를 들을 때마다 깜짝깜짝 놀랍니다. 호기심만큼이나 엄마 아빠의 말과 행동을 흉내 내기 시작하면서 행동거지를 조심해야겠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돌아서서 저도 모르게 ‘야-’를 또 내뱉고 곧바로 반성하고 있긴 하지만 말입니다. 좋은 아빠가 되기란 참 멀고도 험난한 길인 것 같아요.
이 글은 2020년, 서른여섯 끝자락에 서서 지난 날을 되돌아보며 쓴 글입니다.
2020년 12월 1일부터 12월 31일까지 magazine 컨셉진으로부터 총 31개의 질문을 받고,
매일 서른하나의 대답을 1000자 이내로 하며 써 내려간 기록임을 밝혀둡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