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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andcream Nov 23. 2020

프라이팬을 버렸다

작은 소원 말고 큰 소원도 들어주세요

싱크대 한쪽에 프라이팬을 보관하는 장이 있다. 뚜껑을 놓을 공간은 없어서 양념을 넣어두는 장에 두고 썼다. 코팅 프라이팬은 언젠가는 버려야 하니 하나를 버리면 크지만 잘 쓰지 않던 프라이팬을 쓰고 거기에 뚜껑을 넣어야겠다고 생각했다. 

프라이팬을 쓸 때마다 코팅이 벗겨졌나 한 번씩 보았다. 언제 버릴까. 언제 버릴까. 아직은 쓸만해서 한참은 있어야 할 것 같았다. 그런데 제사를 지내느라 산적을 굽다가 프라이팬에 두껍게 탄 양념이 묻게 되었다. 남편이 잘 벗기면 쓸 수 있다고 몇 번을 닦았다. 하지만 두껍게 누른 탄 양념을 떼어냈어도 전체적으로 얇게 탄 자국이 지워지지 않았다. 드디어, 프라이팬을 버릴 때가 된 것이다.

뚜껑을 프라이팬 장으로 옮기고 소금, 설탕 양념통을 옮겼다. 언젠가는 이루어질 일이지만 내가 원하던 일이 이루어진 것이다.

참 소박하기도 하지. 그것도 소원이라고. 하지만 이루기를 바라지 않으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아무리 작은 일이라도 그렇다고 생각한다. 

결혼 전에는 넝쿨장미가 있는 집에서 살고 싶었다. 집에서 좀 멀기는 하지만 아파트 입구에 넝쿨 장미가 있다. 이 집은 내가 고른 것이 아니고 남편이 결혼 전부터 살고 있던 집이었다.

나는 작은 소원은 잘 이루어지는 편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큰 소원도 이루어지면 좋겠다. 예를 들면 로또에 당첨된다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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