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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너지의 원천- 밖인가, 안인가?

MBTI: Extrovert vs. Introvert

by 정수진

요즘 대화 중에 자주 듣게 되는 질문 중 하나는 아마도 MBTI라고 불리는 마이어스-브릭스 유형 지표(Myers-Briggs Type Indicator)에 대한 것이 아닐까 합니다. 한때 유행했던 혈액형별 성격유형에 비해 과학적 근거도 갖추고 있는 데다가 본인이 자신의 성격에 대한 설문을 진행한 결과로 나오는 지표이다 보니, 서로의 성격을 파악하는 데에는 상당히 유용한 지표라고도 할 수 있죠.


MBTI는 2개의 태도 지표( 외향-내향 / 판단-인식)와 2개의 기능 지표( 감정-사고, 감각-직관)에 대한 개인의 성향 및 선호를 판단하여 4개의 알파벳으로 각 개인의 성향을 나타내어 줍니다. 따라서 총 16개의 성격유형으로 전체 인구를 분류할 수 있게 해주는 것이죠. 학생들도 MBTI에 관심이 많아서 수업 중에도 가끔 그에 대한 이야기를 하게 되다 보니, 성격을 의미하는 각 알파벳이 나타내는 영어 단어에 대한 질문도 많이 들어오더라고요.


MBTI의 네 알파벳 중 첫 번째 글자는 에너지를 어느 방향에서 얻는가에 따른 성격 특징을 나타냅니다. 에너지를 외부에서 얻는 사람, "extrovert / extroversion(외향인/외향성)"을 나타내는 글자인 "E"와 에너지를 내부에서 얻는 사람, "introvert / introversion(내향인/내향성)"을 나타내는 글자인 "I"로 표현되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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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xtrovert"라는 단어는 "외부, 바깥으로"를 뜻하는 "extra/extro"라는 접두어와 "돌다, 회전하다"를 뜻하는 라틴어 어근인 "vertere"가 합쳐져서 "외향적인, 외향적인 사람"을 뜻하게 되었습니다. "introvert"는 "내부, 안쪽으로"를 뜻하는 "intro"와 "vertere"가 합쳐져서 "내향적인, 내향적인 사람"을 뜻하게 된 것이죠.


"vertere"라는 단어를 어근으로 하는 많은 단어들은 방향을 바꾼다는 뜻을 기본으로 가지고 있습니다.


방향을 안쪽으로 돌리면 "in"이 붙어서 "뒤집다"라는 뜻의 "invert"가 되고, "뒤쪽으로"라는 뜻의 "re"가 붙으면 "되돌아가다"라는 뜻의 "revert"가 됩니다. "~에서 멀어지게"라는 뜻의 "a(b)"가 "vert"와 합쳐지면 "회피하다"라는 뜻의 "avert"가 됩니다. 또, "함께"라는 뜻의 "con"과 합쳐지면 "전환하다, 전향자"라는 뜻의 "convert"가 되는데, 여기에서 나온 파생어인 "convertible"에는 "지붕을 접었다 폈다 할 수 있는 차"라는 뜻이 있습니다. "딴 곳으로"라는 뜻의 "di"가 "vert"와 합쳐지면, "divert"가 되어 "다른 곳으로 주의를 돌리다, 즐겁게 하다"의 뜻이 되고, "완전히(강조)"의 뜻을 가진 "per"와 합쳐지면, "pervert"로 "오해하다, 곡해하다"라는 뜻이 되지요.(이 "pervert"에는 비속어로 "변태, 이상 성욕자"의 뜻도 있습니다.)


"돌다, 회전하다"의 "vertere"를 어원으로 가진 단어들을 보면, 물건의 방향을 돌리기도 하고, 관심이나 생각을 돌리기도 하고, 형태를 바꾸기도 합니다. 외향적인(extrovert) 사람은 관심을 외부로 돌려 그쪽에서 에너지를 받아들이는 사람, 내향적인(introvert) 사람은 관심을 내부로 돌려 에너지를 그쪽에서 얻는 사람이지요. 사실 내, 외향성은 우리가 상대에 대해 가장 잘 예측할 수 있는 부분이라고 생각되는 성격 특징입니다. 흔히 "people person"이라고 불리며, 사람 만나기를 좋아하고, 모임에 적극적인 사람, 남 앞에 서는 것이 익숙한 사람은 외향성이 강한 사람, "집순이, 집돌이"라 스스로를 칭하며, 웬만해선 적극적으로 모임을 주선하진 않는 이들, 남들 앞에 서는 것을 좀 꺼리는 이는 내향성이 강한 사람- 이렇게 행동 패턴에 나타나거든요.


하지만, 최근 방송을 보며 조금 의아한 생각이 들었습니다. 많은 연예인들, 특히 배우들이 스스로를 내향적인 사람이라고 말하더군요. 직관적으로 생각했을 때는 연예인이라는 직업의 특징상, 외향성이 강한 사람들이 많을 것 같았거든요. 하지만, 좀 더 생각해 보니, 이들은 사실 남들 앞에 나서기 위해 이 직업을 택한 것이 아니라 자신의 내면을 표현하기 위해 그렇게 한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안타깝게도 그런 이유로 선택한 직업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남들의 시선에 노출되고, 그래서 많은 스트레스를 받기도 하는 것이고요.


외향인이라고 해서 늘 삶의 의미를 타인과의 관계에서 찾는 것이 아닌 것처럼, 내향인도 자아의 표현이 늘 안쪽으로만 향하는 것은 아닌 것이죠. 심지어 내 속에서 이 두 가지 성향을 동시에 발견하게 되는 경우도 많아요. 사서삼경 중에 가장 마지막에 배우는 책이라는 "중용(中庸)"에 따르면, "중용이란 자신의 마음속 원대한 뜻은 흔들리지 않고 지니고 있으면서도, 자신의 감정은 상황에 맞게 잘 표현하는 것"이라고 합니다. 어쩌면, 이 동양 철학은 내향성과 외향성의 조화로움을 강조하는 것처럼 보입니다. 상황에 맞게, 그날의 나의 컨디션에 맞게, 융통성 있게 내 에너지의 방향을 돌릴 수 있는 "나", 그럼에도 가장 삶의 중심이 되는 흔들리지 않는 가치관을 지키고 있는 그런 "나"는 어떨까 하는 생각을 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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