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TI: Intuition vs. Sensing
봄이 되어 날씨가 따뜻해지면 한강시민공원에서는 특이한 대회가 하나 열립니다. 바로 2014년부터 거의 매년 개최되어 온 멍때리기 대회. 90분동안 무념무상의 상태로 최대한 심박수의 변화가 없는 상태를 유지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 그야말로 갓생살기가 화두인 요즘의 시류에 반하는 대회라고 할 수 있겠죠.
사실, 저는 이 "무념무상, 멍때린다"는 개념을 이해하지 못하는 1인입니다. 머릿속에 아무 생각도 없는 순간을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정말 잡생각의 공장같은 존재이거든요. 심지어 잠을 잘 때에도 온갖 종류의 다양한 꿈을 꾸곤 하지요. 물론, 이 멍때리기 대회에는 저같은 사람이 더 유리할 수도 있을 것 같아요. 90분 - 온갖 상상으로 머릿속을 채우며 이 정도 시간을 보내는 것은 아무 문제가 안되는 사람이니까요.
어쩌면 제 MBTI의 두번째 글자인 "N"은 바로 저의 이런 몽상가적인 면을 가리키고 있는지도 모르겠네요. 직관형을 나타내는 이 글자는 상황의 세부사항보다는 본인의 직감에 의존하여 판단을 내리고 미래중심적이며, 이상적이고 추상적인 사고를 하는 사람을 나타내지요. MBTI의 두번째 글자는 인식의 기능에 관련된 지표로 사람이 어떻게 정보를 받아들여 해석하는 가에 관한 지표입니다. 직감형과 대척점에 존재하는 감각형(S)의 사람은 오감이 주는 정보와 본인의 경험에 기초하여 정보를 판단하는 사람으로, 미래보다는 현재에 집중하며 현실적인 면모를 보입니다.
직관이라는 뜻을 가지는 영어 단어인 "intuition"은, 15세기 무렵 주로 신학적인 용어로 "통찰력, 직접적 인식, 영적 인지"등의 뜻을 가지던 단어인 "intuicioun"이라는 라틴어에서 유래했습니다. 이 단어는 다시 "~에, ~위에"를 뜻하는 "in"과 "바라보다, 지키다"를 뜻하는 "tueri"라는 어근으로 분리해 볼 수 있습니다. 즉 무언가를 바라봄으로써 즉각적으로 얻을 수 있는 어떤 인지와 이해를 "직관(intuition)"이라고 하는 것이죠.
"tueri"라는 어원이 "바라보다, 지키다"라는 뜻을 가지고 있기 때문인지, 같은 어원에서 나온 단어들은 가르침과 관련된 단어가 많습니다. 학생을 개인적으로 가르치고, 돌보는 "개인교사"라는 뜻을 가지고 있는 "tutor"와 수업료를 뜻하는 "tuition"이 같은 어원에서 나왔고, 무언가를 가르치기 위해 보여주는 지도용 자료를 뜻하는 "tutorial"도 같은 어원을 가지고 있습니다.
Cambridge 영어사전에 의하면 "intuition"은 "an ability to understand or know something immediately based on your feelings rather than facts.(사실보다는 느낌에 기반을 두고 무언가를 즉각적으로 알거나 이해할 수 있는 능력)"이라고 되어 있습니다. 반면, "감지하다, 감각"이라는 뜻을 가지고 있는 단어인 "sense"는 "an ability to understand, recognize, value or react to something, especially any of the five physical abilities to see, hear, smell, taste and feel (무언가를 이해하고, 인식하고, 가치를 알고 반응하는 능력, 특히 보고, 듣고, 냄새 맡고, 맛보고, 느끼는 신체적 감각능력)"이라고 되어 있지요. 즉 "intuition"이 무언가를 보고 즉각적으로 이해하는 능력인 반면, "sensing"은 신체적 감각을 이용하여 획득된 정보를 이용하여 이해를 도모하는 것이라는 뜻이지요.
"sense"는 "느낌, 감각, 앎"이라는 뜻을 가지는 라틴어 단어인 "sensus(동사형: sentire)"에서 나온 단어로, 감각과 관련된 많은 단어에서 그 흔적을 보입니다. "감각, 느낌"을 뜻하는 "sensation"과 "감각적인"이라는 뜻의 "sensual," "감각이 있는"이라는 뜻을 가지는 "sentient, " "민감하게 하다"의 "sensitize"와 "둔감하게 하다"라는 뜻을 가지는 동사인 "desensitize"에 이르기까지 감각 관련 단어들이 이에 해당하지요.
게다가, 어원 "sensus"는 감각뿐만 아니라 "정서, 감정"을 뜻하는 단어에도 많이 영향을 미쳤는데요. "감각, 정서"를 뜻하는 "sentiment"는 물론이고, 상대방에 대한 동의, 반대, 또는 분개등 감정을 표현하는 단어들도 "sensus"와 같은 어원을 가지고 있습니다. "동의하다"를 뜻하는 "consent"와 "assent," "반대하다"를 뜻하는 "dissent, " "합의"를 뜻하는 "consensus, " "분개하다"를 뜻하는 "resent" 등이 있지요.
직관과 육감은 비슷한 의미로 혼용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즉 "직관"은 "제6의 감각" 즉 "the sixth sense"라고 생각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지요. 인간의 감각을 5개의 범주로 구분한 것은 아리스토텔레스(Aristotle) 입니다만, 현대 많은 학자들이 인간에게는 5개 이상의 감각이 있을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그렇게 생각하면, 직관형과 감각형의 분류는 어찌 보면, 감각적 정보를 총체적으로 받아들여 하나의 생각을 빠르게 만드는가, 아니면, 세세히 분석하여 현실에 기반을 둔 판단을 내리는 가의 차이가 아닐까요?
Albert Einstein은 오늘날 우리는 현실주의자를 높이 사지만 훌륭한 재능인 직관은 잊어버린 사회를 만들어냈다고 말했습니다. 가만히 생각해보면, 이 복잡한 현대 사회가 제대로 돌아가려면 현실주의자들이 있어야만 하니 그 또한 당연한 일이겠지요. 하지만, 우리는 앞으로 우리를 새로운 방향으로 이끌어 줄 수 있는 직관의 힘 또한 잊어서는 안 되는 것이겠지요.
The intuitive mind is a sacred gift
and the rational mind is a faithful servant.
We have created a society that honors the servant
and has forgotten the gift.
직관적 정신은 훌륭한 재능이고, 논리적 정신은 충실한 하인이다.
우리는 하인을 높이 사고 그 재능을 잊어버린 사회를 만들어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