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vid Wiesner의 그림책 "June 29,1999"
아직 인류가 하늘을 나는 기술을 갖지 못하던 시절부터, 풍선은 하늘을 향해 날아올랐고, 아이들의 손에 손에 쥐어진 꿈과 즐거움의 상징이었습니다. 누군가의 손에서 풀려나와 나풀나풀 하늘로 날아오르는 노란 풍선의 이미지, 상승 기류를 타고 둥실 떠오르는 형형색색의 기구의 모습은 미래에 대한 희망이자, 좀 더 로맨틱했던 시절에 대한 노스탤지어를 동시에 자극하곤 하지요.
풍선은 세상을 먼저 떠난 아내와 평생을 미뤄만 온 여행을 떠나는 일흔 살 할아버지의 꿈을 실현시켜 줄 도구이자(픽사의 장편 애니메이션 "Up"으로부터), 1980년대의 걸출한 밴드 "다섯 손가락"과 21세기의 아이돌 "동방신기"가 함께 노래한 어린 시절의 아름다웠던 꿈들에 대한 상징이기도 합니다.
그리고, 여기에 그 풍선에 호기심과 기대를 잔뜩 실어서 우주로 실어 보내는 한 소녀, Holly Evans가 있습니다. 오랜 연구와 계획 끝에 그녀는 각종 채소의 새싹들을 풍선에 매달아 우주로 날려 보냅니다. 외계의 환경이 채소의 성장과 발달에 미치는 영향을 보고자 하는 이 대담한 실험은 학교에서 친구들과 선생님의 입을 다물지 못하게 만들었지요. 그리고 드디어 6월 29일(이 책의 제목은 이 날짜에서 온 것입니다), 그 실험의 놀라운 결과가 미국 전역을 놀라게 만듭니다.
Montana 주에서는 거대한 순무(turnip)가 록키 산맥을 가로지르는 것이 발견되고, Kalamazoo에서는 오이(cucumber)가, Anchorage에서는 비행기만한 아티초크가 떠다니는 등 전국의 하늘을 거대한 채소들이 뒤덮은 것이었어요.
Cucumbers circle Kalamazoo. 오이는 칼라만주 상공을 돌아요.
Lima beans loom over Levittown. 리마 콩은 레빗타운 위에 불쑥 나타납니다.
Artichokes advance on Anchorage. 아티초크는 앵커리지로 나아가고,
Parsnips pass by Providence. 파스닙은 프로비던스 옆을 지나가지요.
다행히도, 이 채소들은 그날 오후 대부분 안전하게 땅 위에 내려앉았습니다만, 뒷마당에 내려앉은 거대한 브로콜리에 걸터앉아 있는 Holly는 어리둥절한 표정이네요. 왜냐하면, 그날 하늘을 뒤덮었던 채소들 중에는 그녀의 실험에 포함되지 않은 채소들이 너무 많았기 때문이에요.
그리고, 이 질문에 대한 대답은 지구에서부터 수 십 킬로 위 상공에서 찾아집니다.
거대한 채소들이 온 지구를 당황하게 만들고 있던 그 시각, 지구 상공 이온층을 지나가고 있던 외계인 우주선에서도 작은 소란이 일어납니다. 한 조리사 조수가 실수로 식량을 전부 우주선 밖으로 버려 버린 것이죠.
Where would their supper come from?
그들의 저녁은 어디에서 얻을 것인가?
마침 그때 마법처럼 Holly의 실험 결과가 우주선의 창밖으로 나타난 건 이 외계인들에겐 정말 행운이었습니다.
David Wiesner는 칼데콧 상 역사상 최초로 칼데콧 메달을 세 번 수상한 그림책 작가입니다. Dali를 좋아했던 그의 그림은 초현실주의를 떠올리게 하면서도 그 세부 사항의 섬세함은 볼 때마다 이야기에 관한 새로운 정보를 제공합니다. 어려서 뉴저지에 살았던 그는 뉴욕에 있는 현대미술관(MoMA)에 드나들며, 거장들의 작품세계에 빠져 들었습니다. 특히 그림의 주제만큼이나 그 배경과 구도에 관심이 많았던 그는 많은 작가들의 그림과 배경을 연구했고, 그 영향이 화풍에 여실히 드러나고 있지요.
The settings of the portraits were
often as interesting as the subject.
초상화들의 배경은 그 대상만큼이나 흥미로웠어요.
-David Wiesner
사실적이지만 동시에 초현실적이고, 세부묘사가 강하지만 묘하게 몽환적인 그의 그림은 유머러스하면서도 기상천외한 이야기와 함께 아이들의 상상력을 무한히 자극합니다. 거대한 외계인의 초대형 채소가 지구에 도달하고, 과학에 관심이 많은 한 소녀가 실험의 일환으로 우주로 날려 보낸 채소들이 우연히 그들의 우주선에 도착하게 된다는 설정은 책을 읽으면서 여러 번 예상할 수 있는 결과를 비틀어 감탄하게 만들지요.
하늘에서 엄청난 양의 음식이 내려온다는 측면에서 Judy Barret의 "Cloudy with a Chance of Meatballs"를 얼핏 떠올리게 하면서도, 판타지적 요소에 SF적인 상상력을 버무린 그의 이야기는 보다 넓은 독자층에게 이야기를 건네는 힘이 있습니다. 꿈과 환상의 세계를 좋아하는 아이도, 외계인과 우주, 과학과 실험을 사랑하는 아이도 매료시키는 이 작은 우당탕탕 실험 보고서는 어쩌면 미래의 SF 영화감독, 그리고 어쩌면 미래의 우주 생명과학자의 꿈을 함께 풍선에 실어 나르고 있는 것일 수도 있겠지요.
무엇보다도 오렌지색 풍선에 실려 둥실둥실 우주로 나아간 지구의 자그마한 채소들이 외계인과 조우하는 마지막 장면은 내일이라도 당장 풍선에 식물을 실어 우주로 날려 보내고 싶은, 그런 탐구심을 자극하는 구석이 있습니다. 그리고, 풍선은 바로 그런 용도로 쓰일 때 제 의미를 다하게 되는 걸 거예요. 인류의 호기심과 희망을 담아 하늘로 두둥실 보내는 메시지인 셈이지요.
작가의 홈페이지 http://www.davidwiesner.com/
원어민이 읽어주는 오디오북 https://www.youtube.com/watch?v=5wTrICdUf6Q
Lexile 지수 : AD 810 L (Preschool ~ Grade 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