앨빈토플러-권력이동의 독서기록
앨빈 토플러의 이른바 미래 3부작은
제3의 물결(과거), 미래쇼크(현재), 권력이동(미래)으로 이어진다.
흥미로운 점은 이 책들의 집필 순서다.
미래쇼크(1970)→제3의 물결(1980)→권력이동(1990)
토플러의 사고는 아마도 이렇게 전개되었을 것이다.
1단계 : 변화의 속도가 인간을 압도한다.(미래쇼크)
2단계 : 그 변화의 본질은 문명의 교체다.(제3의 물결)
그리고 문명 교체의 핵심에는 항상 권력의 이동이 있다.(권력이동)
혼란에서 구조로,
구조에서 권력의 흐름으로.
이 책은 분량도 크고 밀도도 높다.
그래서 나는 전체를 다 읽지 않았다.
대신,
지금의 나에게 가장 날카롭게 닿는 부분만 골라 읽었다.
전체의 약 25%.
그 사실을 미리 밝힌다.
이 글은 완결된 독후감이라기보다,
읽은 부분과 나의 현재를 겹쳐본 사유의 기록에 가깝다.
토플러는 말한다.
그는 권력을 세 가지로 나눈다.
완력, 돈, 그리고 정신.
이 중 어느 하나도 사라지지 않는다.
다만,
시대마다 중심에 서는 권력이 달라질 뿐이다.
산업사회까지 권력은 비교적 분명했다.
직위가 있었고,
예산이 있었고,
명령권이 있었다.
그래서 권력은 눈에 보였고,
그 자리는 명확했다.
하지만 정보사회로 넘어오면서
권력은 더 이상 한 자리에 머물지 않는다.
권력은
보이지 않는 형태로 이동한다.
나는 이 문장을 읽으며
자연스럽게 나 자신을 떠올렸다.
내가 있던 자리에서 내려온 것도,
어찌 보면 너무나 자연스러운 일이었다.
내가 잃었다고 생각했던 것은
권력 그 자체가 아니라,
권력이 작동하던 자리였다는 사실.
이 책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대목은
돈보다 앞서 지식이 이미 이동하고 있었다는 점이다.
토플러는 말한다.
금융 자본과 산업 자본은 여전히 강력하다.
그러나 더 이상 독립적이지 않다.
자본은
정보와 지식에 종속되기 시작했다.
돈을 가진 사람이 아니라,
돈이 움직일 구조를 설계하는 사람이
더 큰 영향력을 갖게 된다.
이 대목은 낯설지 않았다.
내가 조직 안에서 했어야 할 역할 역시
결재나 명령이 아니라,
판단과 해석,
그리고 방향 제시였기 때문이다.
그때는 그 의미를 명확히 알지 못했다.
하지만 이 책을 읽고 나서야
그 역할의 본질이
지식 권력이었다는 사실이 또렷해졌다.
토플러는 지식을
단순한 정보가 아니라
‘수많은 기호의 체계’라고 말한다.
같은 숫자,
같은 보고서,
같은 말 앞에서도
누군가는 결정을 내리고,
누군가는 망설인다.
차이는 소유가 아니라
해석의 능력에 있다.
지식 권력은
가지고 있는가의 문제가 아니라,
어떻게 읽고,
어떻게 연결하고,
어디에 배치하는가의 문제다.
지식 권력은
가장 강력하지만,
동시에 가장 불안정하다.
조직 밖에서 느끼는 불안,
자리가 없는 상태에서의 흔들림은
개인의 준비 부족 때문이 아니라,
지식 권력 자체가 가진 구조적 속성일지도 모른다.
지금의 불안과 초조는
잘못된 선택의 결과가 아니라,
권력이 이동하는 과정에서
피할 수 없는 통과 지점일 수 있다.
나는 밀려난 것이 아니다.
다만,
권력이 더 이상 머물지 않는 자리에
혼자 남아 있었을 뿐이다.
그리고 권력은,
이미 다른 방식으로 움직이고 있다.
그래서 나는 이제
이 멈춤의 시간을
끝이 아니라
전환의 구간으로 받아들일 수 있게 되었다.
적어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