걷는 동안, 생각은 나를 앞지르지 않는다

이토록 멋진 휴식 독서감상

by 윙크살짝

쉼이라는 말은 언제부터인가

해야 할 일들을 다 끝낸 사람에게만 허락된 보상처럼 느껴진다.

아무것도 하지 않는 시간 앞에서도

우리는 자꾸 이유를 붙이려 한다.


“이토록 멋진 휴식”을 읽으며

쉼의 의미를 다시 생각하게 되었다.

이 책은 쉼을 게으름이나 회피로 보지 않는다.

오히려 쉼이란,

무엇도 증명하지 않아도 되는 상태에 가까웠다.


“쉼은 아무것도 하지 않는 시간이 아니라,

무엇도 증명하지 않아도 되는 시간이다.”


이 문장을 읽고 나서야

내가 쉬지 못했던 이유가 조금 분명해졌다.

쉼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쉼마저 설명하려 들었기 때문이다.

책을 읽으며 가장 오래 머문 단어는 ‘산책’이었다.

산책은 운동도 아니고, 목적지도 없다.

누군가에게 보여줄 결과도 남지 않는다.

그래서 오히려

산책은 성과와 평가에서 가장 멀리 떨어진 행위가 된다.


저자는 말한다.


“산책은 몸을 움직이는 행위가 아니라,

사회적 역할에서 잠시 빠져나오는 연습이다.”


걷는 동안 우리는

직함도, 역할도, 다음 일정도 잠시 내려놓는다.

생각을 정리하려 애쓰지 않아도

생각은 자연스럽게 따라온다.

책상 앞에서는 나오지 않던 생각들이

길 위에서는 굳이 불러내지 않아도 곁에 와 있다.


이 책이 말하는 쉼은

멈춤이라기보다 이탈에 가깝다.

속도에서, 기준에서, 비교에서

잠시 옆으로 비켜서는 일이다.


읽고 나서

괜히 멀리 떠나고 싶어지지 않았다.

대신 집 근처를 한 바퀴 돌아보고 싶어졌다.

목적 없는 거리,

아무 의미도 부여하지 않은 시간 속에서

나를 다시 부르는 목소리가 들릴 것 같았기 때문이다.


쉼은 늘 이렇게 시작되는지도 모른다.

대단한 결심이 아니라

오늘은 그냥 더 하지 않기로 마음먹는 순간부터 시작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