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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망 Oct 13. 2021

쉰살의 일기장

20. 언덕길 리어카

정말 오랜 만에 보는 광경이었다. 얼른 달려가 뒤에서 밀어드리고 싶었다. 그냥 걸어 올라도 힘든 언덕길을 폐지를 가득실은 채 힘겹게 올라오고 계셨다. 평소같으면 얼른 뛰어가 조금이라도 힘을 보테드렸을텐데 바로 아래서 유치원 하원차량이 올라오고 있었다. 아저씨와 눈이 마주쳤는데 잠시 머뭇거리다 하원 차량을 맞았다. 좁은 길이라 그 아저씨로 인해 차량 몇대가 지나가지 못하고 밀려 있었다. 반대편으로는 좀더 나이 있어보이지만 수레가 작고 비어 있는 어르신도 지나가고 있었다. 빈박스가 있는지 둘러보고 계셨다. 얼른 뛰어가 집에 쌓여 있는 빈박스를 꺼내오고 싶었다. 망설이는 사이 두분 어르신은 이미 멀찍이 사라지고 계셨다. 좁은 집에 짐을 비워 나도 좋고, 쉽게 박스를 구하신 어르신도 좋은 일인데, 나는 오늘도 망설이다가 아무것도 하지 못했다. 2.30대 들에게는 낯선 일이겠지만, 우리 세대는 짐을 든 어르신이나 오늘 같은 경우 의례 도와드리며 자라왔다. 그런데 이제 나의 아빠 세대로 보이는 어르신들과도 그닥 나이 차이가 많이 나지 않아 보인다. 선뜻 나서지 못하는 이유가 됐을까. 오히려 불편해 하실까봐 등등. 가벼운 수레의 어르신 말고 짐을 가득 실은 분께 조금이나마 보테드리고 싶었다. 좋은 일을 할때에도 용기가 필요한것같다. 오늘 하루 중 후회되는 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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