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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망 Oct 16. 2021

쉰살의 일기장

부모님

오늘 오랜만에 엄마네 집에 갔다.

주말농사를 지으시는 엄마, 아빠가 고구마를 캐시는 날이다.

아이들과 부모님과 모처럼 함께한 오빠네 식구들과

즐거운 하루를 보내고 왔다.


어릴때는 엄마 없는 삶을 상상조차 할 수 없었다.

부모님이 이세상에 안계실수 있다는 생각을 해보지도 못했다.

나름 바쁜 10대, 그리고 더 바쁜 20대와 30대를 지나 결혼 그리고 육아.

아이가 태어나고 사람다운 사람이 되기까지 10년간 아이들만 바라보았다.

아이들만 보느라 엄마, 아빠는 이제는 없어도 살수 있는 존재가 되었다.

나도 곧 나이들테고 나역시 죽음을 준비해야하는게 세상이치이니까. 그랬는데


오랜만에 찾아뵌 부모님의 모습은

가슴이 먹먹했다.

처음으로  부모님이 엄마 아빠가 아닌 노인으로 보였다.

함께할 수 있는 시간이 그리 길지 않을 수도 있다는 불안감에 눈물이 쏟아졌다.


내 아이들만 바라보느라 부모님이 늙어가는걸 미처 깨닫지 못했다.

오히려 함께할 날이 훨씬 더 많은 아이들보다 함께할 시간이 별로 없는 부모님과의 시간이 더 소중하다는걸 왜이렇게 늦게야 깨달은 걸까.

이제는 힘에 부처서 어디 근교 여행가는것조차 싫어하신다.


분명 몇년전까지만 해도 안그러셨는데.

내가 육아에 빠져있는 10년동안 엄마 아빠는 많이 쇠약해지셨다.

어린 아이들이 6개월마다 부쩍부쩍 크듯이 나이드신 어르신들에게 6개월의 시간이란.

이렇게 금방 금방 변해가시는건지 정말 몰랐다.

자리에서 일어나실때도 몇번을 주춤하시면서 일어나셨다.


내일부터라도 매일 안부전화를 드려야지 싶은데.

또한편으로는 두려운 생각도 든다.

오늘은 부모님을 위해 기도하고 자야겠다.

부디 건강하게 오래오래 제곁에 있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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