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아웃증후군, 퇴고가 어렵다

듣보잡 매거진 에디터의 성장기 9화

by 문슬아


2022년 6월


인터뷰 과정은 처음부터 끝까지 많은 품이 든다. 기획-섭외기초 자료조사-섭외-인터뷰자료조사-사전질의서-인터뷰-녹취풀기-추가자료조사-초고 및 사진셀렉- 수정검토-퇴고(최종)-발행-각 채널 홍보-반응확인.


늘 해오던 일인데도 요즘 부쩍 힘들어졌다. 인터뷰 직전까지 완벽하게 자료를 준비하고, 인터뷰이를 만나러 가는 길동안 긴장하며, 막상 인터뷰 진행하는 동안에는 프로페셔널한 페르소나를 쓰고 임한다. 그렇게 인터뷰가 끝나고 나면 1차 소진. 녹음이 잘 되었나 잠깐 확인한 후 녹취록을 덮어둔다.


평소같으면 바로 다음날 풀어내는 데 그때쯤에는 2-3일 후에나 겨우 파일을 연다. 중간중간 단신보도가 많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이미 인터뷰에 온 마음과 힘을 다 써서 좀 더 거리를 두고 싶은 마음이랄까. 그리고 녹취를 푸는 데 또 긴 시간이 걸리고, 전체 기사의 얼개를 다시한번 검토하며 추가자료 및 사진을 보태어 기사를 작성한다. 이렇게 초고가 나오기 까지 일주일, 길게는 2주일정도 소요된다. 시간이 늘었다.


가장 큰 문제는, 퇴고다. 열심히 써낸 초고를 다시 들여다보는게 어느순간 싫다. 너무 몰입했어서 그런건지, 더이상 힘이 나질 않는거다. 예전같지가 않다. 아니 '지난달까지만해도 안그랬는데, 이번달은 유독 힘드네' 이런 생각이 자꾸 들었다.


5-6월 인터뷰만 14건. 기획시리즈 기사 6편, 단신보도 셀 수 없음. 그때쯤 나는 너무 달렸다. 중간에 개인 사정으로 동료가 일을 그만두면서 넘어온 건수도 있다. 새로 입사한 기자 교육도 내 담당이다. 그런데 정작 나는, 사수가 없다. 어디에도 물어볼 사람도 없고, 내 기사를 읽고 피드백을 해줄 편집기자도 없다.


아무리 경력직이라지만, 경력단절기간이 꽤 길었고, 거의 신입의 마음으로 입사한 곳에서 예상치 못한 직책을 얹어주었고, 책임과 부담은 늘어갔다. 나는 아직 한참 부족한데 다들 나만 바라보고 있는 것 같아서 어깨가 무거웠다. 경력자도 나 한명뿐이고, 심지어 대표도 이 직군을 경험해본 사람이 아니다. 스타트업의 비애인가.


내가 말하는 게 곧 방향이 되어버리는 상황이 근 1년간 지속되다 보니 번아웃이 찾아온 것 같다. 겨우 발행한 인터뷰 기사를 보고 인터뷰이가 몇가지 수정사항을 요청했다. 충분히 요청할 수 있었던 부분인데도, 나는 내 치부가 드러난 것만 같아서 숨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역시 퇴고를 더 꼼꼼하게 했어야 했는데', '근데 더 이상 읽고 싶지 않아' 미쳐버리겠다.


그렇다고 당장 이 일을 그만두고 싶은 것도 아니고, 나는 여전히 취재를 하고 기사를 쓰겠지만, 달아난 체력과 정신력을 다시 되돌리고 싶었다. 그런데 도무지 방법을 알 수가 없어 답답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