얌전해서 예쁘다? 공동육아 가치와는 달라

함께 키우고, 함께 자라는 공동육아 '개구리 어린이집'

by 문슬아

나이를 넘어서 오롯이 한 존재, 역동적인 배움이 일어나는 통합 활동


문화인류학자 헬레나 노르베리 호지는 자신의 저서 《오래된 미래》에서 “요즘 학교에서는 아이들을 연령대별로 분류한다. 같은 나이의 모든 아이를 하나로 묶어 인위적인 사회적 단위를 만들어 놓음으로써 서로를 돕거나 서로로부터 뭔가를 배울 수 있는 기회가 줄어든다.”고 지적했다.


개구리 어린이집은 나이가 다른 아이들과의 상호작용을 중시하는 통합 교육을 펼친다. 연령별로 방을 구성하기는 하지만 하루 일과의 대부분을 방과 방의 문을 활짝 열고 형과 아우가 함께 활동한다.


아이들은 형, 누나, 언니, 오빠들의 보살핌을 받고 그 모습을 기억해뒀다가 자기보다 어린 동생들을 보살펴준다. 윗방 아이들의 놀이 모습을 보고 모방도 해보고 현재 자신의 한계도 배우며 자신도 더 자라면 저렇게 할 수 있다는 희망도 품는다.


KakaoTalk_20220523_121021329.jpg 개구리 어린이집은 나이가 다른 아이들과의 상호작용을 중시하는 통합 교육을 펼친다. 사진=개구리어린이집


라온은 이를 ‘어깨너머교육’ ‘놀이의 전승’ ‘또래 장학의 발생’이라고 설명한다.


“동생들은 언니, 오빠, 형, 누나들이 하고 있는 행동과 생활을 어깨너머로 배웁니다. 부모의 모습을 아이가 어깨너머로 배우듯이 아우와 형님 사이에서 배움이 일어납니다. 또한 형님들의 놀이가 아우들에게 전승되기도 하고요. 또래 장학은 또래에게도 배움이 일어나는 것이죠. 교사에게만 배움이 일어나는 것은 아닙니다.”


공동육아는 소득, 학력, 성, 연령, 지역, 인종, 장애 정도에 따른 모든 차별적 요소를 극복해 나가고자 모두가 어울려 생활하면서 다양한 인간관계와 경험을 지향한다. 이를 통해 아이들은 타인에 대한 존중과 배려, 민주주의와 공동체 의식을 자연스럽게 익힐 수 있다.


한편, 개구리 어린이집 아마(아빠와 엄마의 줄임말)와 교사들은 별명을 지어 부르고, 아이들과 서로 평어를 사용한다. 별명을 부르면서 아마들 사이의 거리감을 극복하고, 평어를 사용함으로써 아이와 교사와의 동등하고 편안한 관계를 형성한다. 나이를 넘어서는 오롯한 존재로서의 만남과 다양성을 존중하기 위함이다.


아이들은 터전에서 자신들이 놀이를 주도적으로 할 수 있다는 것을 배우고, 자신이 하는 말을 들어주는 어른이 있다는 것을 자연스레 배운다. 이 과정에서 자신의 의견을 피력하는 법을 배우고, 설득하고, 토론한다.


얌전해서 예쁘다? 공동육아 가치와는 달라


4년차 조합원인 한끗(김솔)은 첫째 아이를 먼저 개구리어린이집에 보냈다. 개구리 어린이집은 3세 이상만 등원이 가능해서 둘째는 어쩔 수 없이 1년 정도 다른 어린이집에 다녔다.


“공동육아의 맛을 느끼기 시작할 때 둘째를 일반 어린이집 보내게 됐어요. 보내고 첫 소감이 ‘가슴이 답답하다’였어요. 교사들이 부모와 길게 얘기하고 싶어하지 않고, 갑을관계 같은 느낌도 들고. 저는 아이가 어떻게 지내는지 궁금하니까 자세하게 묻고 싶은데, 뭔가 캐묻는 느낌으로 받아들여 아이에게 영향이 갈까 싶어 최대한 몸사리면서 다니게 되더라구요.


KakaoTalk_20220523_120909758-edited-768x576.jpg 공동육아 어린이집은 교사가 짜 놓은 프로그램 대신 아이들에게 훨씬 많은 시간을 부여한다. 사진=개구리 어린이집


어떤 날은 선생님께서 제 아이가 얌전해서 예쁘다는 얘기를 하시더라구요. 공동육아에서 배웠던 가치와 조금 다르다는 의문점이 그 때 들었어요. 저는 마음껏 뛰놀고 자유롭게 놀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이었거든요. 옷이 더러워져서 죄송하다라는 말도 어딘가 모르게 불편했던 것 같아요”


공동육아 어린이집은 교사가 짜 놓은 프로그램 대신 아이들에게 훨씬 많은 시간을 부여한다. 아이가 자유롭게 하는 놀이 속에서는 스스로 해야 하는 일들이 아주 많다. 어떤 놀이를 할지 생각해 선택하고 재밌게 놀기 위한 방법을 찾기도 하고 이기기 위한 전략을 짤 수 있다. 같이 놀이할 친구를 모아야 하고 규칙도 협의해야 한다.


이런 과정을 통해 아이들은 자신이 하고 싶은 놀이에 마음껏 빠져들 수 있다. 자신이 좋아하는 놀이에 ‘몰입’하는 경험은 이후 어른이 되어 자신이 좋아하는 일에 집중할 수 있는 힘이 된다.


“어린 시절 할아버지랑 새벽에 일어나서 소 여물을 작두로 자르고, 아궁이에 불을 땠던 장면, 직접 쑥인절미를 만들어서 먹었던 장면이 가끔씩 떠올라요. 행복했던 유년시절이었지요.”


라온은 자연 속에서, 여러 사람들과의 관계를 통해서 그리고 신나는 놀이를 통해서 아이가 행복을 누리는 터전에서의 시간이 앞으로 살아가면서 겪게 될 어려움을 딛고 일어나는 동력이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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